인생에서 정지 버튼을 누르고 싶었던 순간들 - 마이 페이보릿 시퀀스
이민주(무궁화)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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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없는 시간도 내 가면서 영화를 보러 다닐 때가 있었다. 영화 잡지를 정독하기도 하며 가리지 않고 영화를 보다보니 코믹 B급영화가 재미있어 죽겠고 스케일이 웅장한 액션 영화에서부터 잔잔한 감동이 있는 드라마 같은 영화까지 장르를 불문하고 온갖 영화를 다 봤었다. 그런데 막상 이 책을 펴들면서 내가 기억하는 한 장면들은 뭐가 있을까 생각해봤지만 떠오르는 것이 없다. 이 책의 저자는 현실의 삶과는 동떨어진 이야기들이 영화라고 생각했다가 영화를 보는 즐거움 속에서 이미 자신의 삶이 영화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하는데 나는 영화 보기를 즐겼지만 영화 속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가 아니다, 라고 생각해서였을까?

 

사람 사는 이야기는 어쩌면 다 거기서 거기, 라는 생각의 시작이 이 책의 시작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와 동떨어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 속에서 나의 모습과 내 이웃들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면서 위안을 얻고 새로 일어날 수 있는 용기를 얻고 함께 분노하고 서로를 이해하기도 하며 기쁨을 두 배로 늘리게 되기도 한다.

 

총 26편의 영화 이야기가 담겨있는데 대부분이 2010년 이후의 작품 이야기이다. 이건 내게는 좀 치명적이었는데 십년쯤 전부터 영화를 볼 시간적 여유뿐 아니라 마음의 여유도 없어서 영화보기를 미루다보니 조금씩 영화와 멀어져 본 영화가 그리 많지 않다. 그래도 유명한 영화라거나 영화 소개 프로그램 등을 통해 접한 기억이 있는 영화들이 많아 대강의 줄거리나 그 장면들이 말하려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을 것 같아 책을 읽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아니 사실 전혀 본 적이 없는 영화 이야기도 별다른 위화감 없이 글을 읽을 수 있었는데 이건 어쩌면 영화 속 이야기나 우리의 현실 이야기나 크게 다르지 않다는 작가의 말과도 상통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저자의 이야기에 많은 공감을 하며 읽다보니 책 한 권을 금세 읽어버렸다. 그런데 책을 읽은지 일주일도 되지 않았는데 정리를 하며 글을 쓰려고 하니 막상 떠오르는 구체적인 이야기들이 없다. 우리의 일상들이 특별하지만 또 특별하지 않은 일들로 이루어지기 때문이겠지. 그래도 용기에 대한 이야기는 기억에 남는다. 영화 원더의 주인공 어기가 헬맷을 벗었을 때의 모습이 놀랍기는 했지만 나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차별을 하거나 따돌려서는 안된다는 강한 메시지를 받는다. 나의 시선을 바꿀 수 있어야 하고 옳음과 친절함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친절함을 선택할 수 있는 내가 될 수 있어야겠다는 다짐을 새삼 해 본다. "종류가 무엇이든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친절이 되어주자. 친절이 곧 용기다"(136)

한가지 덧붙이자면 문득 떠오른 영화 - 애니메이션이지만 한 장면이 있다. '귀를 기울이면'이라는 애니메이션에서 모두가 어우러져 연주를 하며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나오는데, 각자의 역할과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모두 - 나이가 많거나 적가나 상관없이 열심히 일을하고 좋아하는 것을 즐기는 그 모습 자체가 너무 흥겹고 행복해보인다. 나는 지금 그렇게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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