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바꾼 37가지 물고기 이야기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
오치 도시유키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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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시리즈에서 물고기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말을 먼저 꺼내는 이유는 앞서 나온 책들과 연결성을 갖기 위해서인지 37가지 물고기 이야기,라고 제목을 붙였는데 오히려 그 때문에 37가지 물고기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을 것이라 예상을 해버렸다. 그런데 이 책의 내용은 세계사를 바꾼 물고기의 37가지 이야기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물론 책의 내용에 37가지의 이야기라는 것도 딱히 구분이 되지는 않지만.

더구나 인문교양 과학에세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셰익스피어의 작품 인용이 많고 심지어 셰익스피어 시대,라는 표현도 아주 당연하다는 듯 자주 나온다. 이런 것들이 오히려 이 책의 이야기를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게 했을텐데 초반에는 적응이 안되어 그런지 도무지 '세계사를 바꾼' 물고기에 대한 공감은 딱히 되지 않아 별 생각없이 읽기 시작했다.

 

"신항로 개척시대라는 말을 들으면 무엇이 떠오르나? 아마도 대다수 사람이 '황금'이나 '보물' '향신료'등의 화려한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지 않을까. 그러나 스톡피시와 소금에 절인 대구가 없었더라면 신항로 개척시대가 그 정도로 폭발적인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으리라 추정하는 연구자가 많다. 마치 그보다 훨씬 오래전에 스톡피시가 바이킹의 뛰어난 항해 능력을 든든하게 뒷받침해 주었듯 말이다."(148)

이 말에 반기를 들 생각은 없으나 재미있게 읽었던 이 시리즈의 '식물'이야기에서는 기나긴 항해에 선원들의 배고픔과 비타민을 공급해 주었던 감자의 역할이 더 깊이 박혀있어서 그런지 크게 와닿지는 않았다.

그런데 어쩌면 이런 것은 그저 단순히 내 개인의 독서취향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저냥 술렁거리며 글을 읽다가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에 꽂혀 이야기가 재미있어지기 시작한다.

"프린스페로는 마법을 부려 은유적 의미에서 캘리반을 '말린 대구'로 둔갑시켰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신세계 선주민을 먹잇감으로 삼은 구세계의 가혹한 식민지 정책을 싸늘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셰익스피어의 비판적인 관점을 발견할 수 있다. 셰익스피어 시대에 거대한 경제 시스템이라는 마법 속에서 꾸덕꾸덕한 말린 대구를 먹으며 중노동에 시달리던 흑인 노예는 말린 대구와 동등한 취급을 받았다. 원래 신성한 의미를 지닌 물고기가 한때 필그림 파더스를 고난에서 구원하며 신대륙 땅에서 승스러움을 구현하다가 급기야 노예무역에 피를 공급하는 혈관이 하나로 전락하며 글자 그대로 '부정한 생선'이 되고 만 것이다"(201)

 

미국의 노예제 폐지를 가속화 시키며 남북전쟁이 일어난 요인 중 하나가 노예의 경제활동에 대한 필요성이라는 이야기가 있듯 경제적인 자유를 얻기 위해 - 또 한편으로는 "청교도에게 종교의 자유라는 추상적 의미에서의 자유를 보장해 주는"(210) 상징적인 '대구'는 자유를 상징하는 생선이 되었다. 플랜테이션으로 사탕수수 재배가 증가하고 사탕수수와 소금에 절인 대구와 노예의 물물교환으로 부를 축적한 미국이 잉글랜드에서 독립하고 강대국이 된 원동력이 되는 요인도 한 몫을 했을 것이다.

마지막 장에서 기독교의 금육에 대응하는 피시데이에 대한 이야기, 물고기가 예수 그리스도의 상징이 된 이야기와 성경에 나오는 다양한 비유 이야기들도 알고 있는 것에 더해 새로운 것들을 알게 되어 흥미롭기는 했다.

 

조금 더 광범위하게, 세계의 역사나 경제적인 부분에 대해 세세히 알고 있다면 이 책을 더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지금 현재 내게는 딱 이만큼이다. 말린 청어와 대구는 세계사에 있어 그 의미가 크겠지만, 나는 생선을 좋아하지 않는다...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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