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봄 - 상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7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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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여사의 데뷔 30주년 기념작이라고 하는데 예상외로 제목은 세상의 봄, 더구나 시대적 배경은 에도시대.

가만히 생각해보면 뭐 그리 뜻밖의 이야기도 아니기는 하지만 미미여사의 에도시대를 읽은지 오래되어서 그런지 첫머리 시작의 적응이 그리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을 타기 시작하니 또 다시 뜻밖에도 너무 쉽게 읽히기 시작했고 결론적으로는 미미여사의 30주년 기념은 인간에 대한 애정 넘치는 이야기구나, 싶었다. 악이 존재하지만 그 악에 굴하지 않는 선함이 있는 인간군상을 보여주고 있고 여름의 뜨거운 열정은 아니지만 따뜻한 봄날의 사랑스러운 인물이 등장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에도 시대 작은 번의 번주인 시게오키가 갑작스럽게 물러나고 그로인해 온갖 소문이 흉흉하게 돌기 시작한다. 실성해 아버지를 죽였다는 이유로 성밖의 작은 촌락 고코인에 감금되다시피한 시게오키에게는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일까? 그를 둘러싼 소문의 진실은 무엇일까?

사실 이야기의 줄거리에 대해서는 그리 긴 말을 할수가 없다. 미미여사의 팬이라는 나조차 현실이 아닌 가상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환상적인 이야기 - 그것을 주술이라고 한다면 오랫만에 접하는 주술의 세계는 이야기속으로 쉽게 빠져들어가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야기가 조금씩 진행되어 가면서 그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린아이가 사라지는 사건과 덕망높은 젊은 번주가 아버지를 살해한 사건과 그 이후의 관련된 이야기들은 현대적인 시각에서 수많은 상상을 일으키지만 오히려 이야기의 주제는 단순하다. 그건 나처럼 세상의 봄, 두 권의 책을 받고 슬며시 책 표지를 열어봤을 때 느낀 그 감정과 비슷할 것이다.

 

세상의 봄,이라는 제목에서 미리 짐작할 수 있을테니 이 소설은 해피엔딩으로 끝난다는 이야기를 털어놓아도 스포일러가 된다는 지탄을 받지는 않으리라 생각한다. 굳이 이 결말을 꺼내는 이유는 미미여사가 자신의 데뷔 30주년의 기념은, 그동안 그녀가 수많은 작품 속에서 보여준 인간에 대한 애정, 온갖 사회문제를 다루면서 사람이 사람답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해 주었던 그녀의 이야기들의 핵심이 무엇인지 새삼 떠올리게 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사라진 소년들과 가족들의 슬픔에 대한 애도는 그들을 찾기 위한 번주의 마음으로 표현되어 위로를 받을 수 있고, 상처많은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다키가 여성이지만 강인하고 올곧은 성품으로 사건해결의 실마리를 잡아내는데 도움을 주고, 번주 시게오키 역시 그 자신의 성품으로 자신에게 닥쳐든 역경을 헤쳐나가지만 그들만큼이나 자신의 역할에 충실한 등장인물들의 성격과 행동은 다양한 인간군상을 보여주면서 또한 충직하고 서로를 위하는 가족의 마음이라거나 진실됨을 간직한 성실한 사람들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물론 악함 그 자체인 악인도 있지만 그들을 기억하는 것보다 스즈의 귀염성을 보여주는 잔잔한 에피소드에 미소짓던 것이 더 좋다. 

이 소설은 짱짱한 시대물이라거니 미스터리 소설이라고 하기엔 조금 거리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어느때보다 세상의 봄,을 기다리는 요즘 마음 따뜻해지는 봄,의 이야기이며 그것이 나는 좋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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