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관 같은 잎맥을 보고 있자니 조금 전에 느꼈던 왠지 기분 나쁜 느낌이 옅어졌다. 식물은 사람과는 전혀 다른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 인간의 상식이 통하지 않는 세계를 살고 있다. 하지만 같은 지구상에서 진화해온 생명체이니 당연히 공통점도 많이 있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것, 나와는 다른 면이 있는 것과 대면했을 때, 곧바로 왠지 기분 나빠 ‘어쩐지 무서워‘ 라고 생각하여 일단 멀리하려고 하는 것은 나의 나쁜 버릇이다. 아니, 아니, 그건 인류 전반에서 관찰되는 나쁜 버릇일지도 모른다. 모토무라는 또다시 반성했다. 그것은 인간에게 감정과 사고가 있기 때문에 생기는 나쁜 버릇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왠지 기분 나쁘다‘ ‘어쩐지 무섭다‘ 라는 기분을 극복하고 상대를 진정으로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것 또한 감정과 사고일 것이다. 왜 ‘나‘와 ‘당신‘은 다른가에 대해 분석하고 그 차이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이성과 지성이 요구된다. 차이를 서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상대를 배려하는 감정이 또한 반드시 필요하다.
 나 또한 식물들처럼 뇌도 없고 사랑도 없는 생물이 될 수 있다면, 가장 귀찮은 일이 없어지는 셈이어서 마음이 편할 텐데, 모토무라는 한숨을 쉰다. 사고도 감정도 없을 터인 식물이 인간보다도 타자를 더 잘 수용하고 더 초연하게 사는 것처럼 보이는 건 참으것처럼 보이는 건 참으로 얄궂다.
146




일도, 연구도 사랑도, 그것을 실행하는 사람들도, 지금 이 순간에 모두 사라져버린다면, 모토무라는 불온한 생각을 했다. 남는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아마도 식물일 것이다. 인간의 기준으로 보자면, 바라는 것도 없고 사랑도 하지 않는 식물이 오로지 생명력을 세차게 내뿜어 모든 것을삼켜버릴 것이다. 187



설령 끝이 없고 덧없는 행위였다 하더라도, 그러니까 쓸데없다, 라고 말할수는 없다... ....식물이 우직하게 빛을 추구하며 살고 있는 것을 쓸데없는 일이라고 할 수 없다면, 태어난 이상은 뭔가의 일을, 연구를, 사랑을 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인간을 향하여 그건 모두 쓸데없는 일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18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