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금의 시점에서 본다면 분신으로 표현되는 복제인간이라는 것이 그리 놀랍지는 않다. 이제는 드라마에서도 시험관 아기뿐만 아니라 대리모에 대한 친자소송에 대한 이야기가 낯설지 않고 아픈 아이의 의학적 연구나 치료를 위한 배아복제의 사회적 이유가 되는 책과 영화도 많이 나오고 있다. 그런 이야기들의 시작점을 히가시노 게이고의 분신에서 볼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 책이 삼십여년전에 쓰여진 것을 생각한다면 말이다.

 

수년전에 집에 오는 길에 떼거지로 몰려있는 학생들 앞을 지나치고 있었다. 뒤에서 누군가 큰소리로 불렀지만 내 이름이 아니었기에 그냥 지나쳤는데 골목길을 꺽어 들어서니 뒤에서 뛰어 쫓아온 애가 나를 붙잡고 늘어졌다. ''애들이 많아서 모른척한거야?'' 라는 말을 들으니 어이없어하면서도 ''나는 학생 모르는데요''라고 정중히 대답해줬다. 그런데도 그녀석은 자꾸만 구체적으로 만날 날과 장소까지 언급하면서 괜찮으니 모른척 좀 하지 말아달라고 늘어지는 것이었다. 정말 답답할 노릇이었다. 이미 대학까지 졸업하고 직장을 다닐때였는데 고등학생 녀석이 얼핏봐서 친구로 착각하는 정도가 아니라 바로 앞에서 닮은 친구와 혼동한 것 같다고까지 얘기하는데도 믿지 않으니. 내가 전혀 동요없이 ''난 네 친구가 아냐''라고 말하니 그냥 돌아서기는 했지만 그 뒷모습에서는 여전히 내가 자기를 모른척한다고 섭섭해하는 마음이 남아있는 듯 해 그 오해가 빨리 풀리기를 바라며 집으로 갔던 기억이 있다.

이 세상에는 나와 닮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한두번 만난 사람은 스치면서 착각을 할 정도로 생김새뿐 아니라 스타일까지 닮아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그저 닮은 사람일뿐 같은 사람은 아니다. 쌍동이라고 해도 서로 다른 것처럼. 그리고 또 그것과는 다르게 이제는 ''배아복제''라는 닮은 꼴 인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나는,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고유한 존재가치를 갖고 있다고 믿는다. 아니, 사람뿐 아니라 모든 생명체가 그럴것이라고 믿는다. 그만큼 생명은 신비롭고 존귀한 것이며 함부로 다루어져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배아복제라는 것은 어떨까.

사실 이 책에서는 배아복제의 윤리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그 결과물로 태어난 아이들의 마음을 통해 ''복제''라는 것에 대한 생각을 해 보게 한다. 실험과 연구를 통해 생명을 갖게 되었지만, 생명체가 되고 나서는 더 이상 실험물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그들의 성장 과정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그러고보면 이 작가의 책은 전체적인 흐름이 어떻게 되는지 결코 숨기지 않는다. 그 흘러가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단지 사건의 해결을 향해 치닫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사회와 사람들의 실상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은 가볍지만 결코 가볍지만은 않게 느껴진다. 적어도 내게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