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머린
이사카 고타로 지음, 최고은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이사카 고타로의 신작이지만 12년전 출간된 칠드런의 속편이라고 한다. 자칭 이사카 고타로의 팬이라고 하면서 칠드런은 읽지 못했다,는 쑥스러움을 넘기고 그냥 이 책을 먼저 읽었다. 등장인물은 같지만 굳이 그 에피소드를 순차적으로 읽어야할 필요는 없을테니까. 칠드런,에서의 진나이씨라면 요즘의 소년범죄에 대해 어떻게 할까? 라는 물음에서 그 후속격인 서브머린이 탄생했다고 한다. 이사카 고타로의 작품 속 인물들은 한없이 가볍고 별 생각없이 행동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조금만 더 작품속으로 들어가면 그들만큼 진중하고 마음따듯한 인물들이 없을만큼 그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서브머린도 예외없이 매력적인 인물이 등장하지만 이 이야기가 감동적인 것은 정답이라고 내세우는 교훈을 던져주지 않고 근본적으로 죄와 벌, 그리고 용서는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소년범죄 조사관인 무토의 관점에서 무례하고 뻔뻔하며 생각조차 없어보이는 조사관 진나이와 그들이 맡게 된 소년범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되지만 사건은 단순하지 않다. 무면허 운전으로 길을 가던 행인을 치어 사망하게 한 사건은 분명 모두의 지탄과 분노를 일으킬만큼 명백해보인다. 하지만 가해자인 다나오카의 개인사,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초등학생때 그 역시 무면허운전이었던 소년이 운전미숙으로 그와 친구들을 덮쳐 소중한 친구를 잃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 사건의 이면을 보게 된다. 사건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고 다시 현재로 오가면서 반전이라면 반전일 수 있는 새로운 사실들이 계속 드러나게 되지만 이야기속에서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는 것은 결과가 좋으면 다 괜찮은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의도가 나쁘지만 결과적으로는 좋게된 것이라면 그건 용서받을 수 있는 죄인가,에 대한 물음에는 정말 뭐라고 답을 해야할까.

 

최근 몇년사이에 우리에게도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소년범죄의 문제에서부터 범행을 계획하고 약한 어린이와 여자들을 노리는 묻지마 범죄도 그렇지만 모두 명백히 나쁜짓이라고 생각되는 범죄에 대해 절대 용서할 수 없는 것인지. 의도치않게 실수로 누군가를 사망하게 했지만 만약 그 사망한 사람이 악질적인 범행을 계획하고 있던 사람이라면 그 누군가의 실수는 죄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인가... 이런 질문을 받게 되지만 그래도 죄는 죄인 것이며 자신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 용서를 받을수는 있지만 그것을 잊어서는 안되는 것임은 더 확실해진다.

 

무겁다고 하면 무거울수있는 진중한 주제를 갖고 유쾌하게 그려낼 수 있는 작가는 많지 않을 것이다. 놀라운 반전을 그려내는 것이 아닐지는 몰라도 예상외의 허를 찌르는 이야기로 전체 이야기의 흐름이 바뀌는 것은 이사카 고타로의 글을 읽는 재미가 있다. 진지함과 유머가 섞여있고 실존했던 재즈연주자의 에피소드마저 가상처럼 느껴지는 이사카 고타로의 글은 그래서 더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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