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다시 보기를 권함 - 페터 볼레벤이 전하는, 나무의 언어로 자연을 이해하는 법
페터 볼레벤 지음, 강영옥 옮김 / 더숲 / 2019년 12월
평점 :
품절


나무는 신비스러운 존재다.

책을 펼쳐들고 첫문장을 대하는 순간,이 책에서 나무가 어떤 이야기를 할지 기대되었다. 이 신비스런 존재를 다시 보기, 라기보다는 사실 처음으로 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자작나무의 늘어진 나뭇가지 그림을 보면서 이건 버드나무가 아니었던가, 라는 생각으로 책 읽다 말고 나무 이미지를 찾아보고 특성을 읽어보다가 다시 책으로 돌아와 나무가 전하는 이야기, 아니 나무의 탄생과 성장과 죽음에 이르는 이야기에 빠져든다.

 

챕터의 사이사이에 나무의 특성이 있어 실제 나무에 대한 정보를 얻을수도 있어 좋았지만 사실 세밀화로 표현된 나무의 전체 그림은 뚜렷이 그 특징을 잡아낼 수 없다는 것이 함정이다. 물론 부분적인 그림들은 세밀화 표현이 잘 되어 있어서 좋았다. 사실 이 나무의 특성때문에 얼핏 책을 훑었을때는 각각의 나무에 대한 이야기인가 생각했는데 구체적인 나무의 개별특성에 대한 에세이라기보다는 인간의 삶에서 중요한 존재인 나무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그저 도시화가 되고 산업이 발달하면서 숲이 사라지고 있다, 라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산업화로 파괴된 숲은 다행히 계몽시대 이후로 인공조림이 형성되면서 숲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기는 하다고 한다. 

제주에는 곶자왈이라고 해서 숲을 뜻하는 곶과 가시덤불을 뜻하는 자왈이 합쳐진 말이있는데 곶자왈은 오름에서 흘러나온 용암으로부터 만들어진 돌과 그 위로 자란 나무로 가득한 제주의 독특한 용암숲이다. 제주에서는 곶자왈을 제주의 숨골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나무의 언어로 나무를 다시 바라보면서 문득 떠오른 것은 이런 제주의 곶자왈이다. 그런데 점점 개발이 진행되면서 곶자왈은 줄어들고 있고 이것은 제주만이 아니라 온 지구의 현실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나무와 숲에 관한 다른 책을 통해서도 익히 배우게 된 사실들이지만 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읽다보면 지구상에서 이처럼 강한 생명력을 가진 생명체는 없으며 또한 나무의 성장과 생존을 위한 경쟁에서 치밀하게 계산된 과학을 느끼기도 한다. 나무가 성장할때는 필요한 영양분을 받기 위해, 혹은 강한 바람에 버텨내기 위해 곧게 자라지 못하고 다른 길로 나뭇가지를 뻗거나 옆으로 구부러지기도 한다는 것은 대부분이 다 아는 사실일 것이다.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나무의 수관이 있어서 겨울 땔감으로 쓸 통나무를 쪼갤때는 세워서 쪼개는 것이 반듯하게 쪼개진다는 말이었는데 사실 나는 무심코 평평하게 세우기 쉬워 그렇게 놓고 쪼개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는 것을 이제야 깨우쳤다는 것이다.

이런 자그마한 사실에서 시작하여 나무에 대한 여러가지 위대한 사실들을 조금씩 깨우쳐가고는 있는데 여전히 나는 나무가 건네고 있는 말을 잘 알아듣고 있는지 자신이 없다. 그래도 이 책이 내게는 나무통역사의 역할을 해주고 있으니 조금 더 가까이 다가서고 있는 것이 아닌가, 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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