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킬 - 이재량 장편소설
이재량 지음 / 나무옆의자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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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동안 괜히 몸이 근질거렸다. 사실 그렇게 깔끔하게 사는 것도 아니고, 단독주택에서만 살아서 이제 여름마다 창궐하는 바퀴벌레는 익숙하다...고 이야기 하고 싶지만 여전히 바퀴벌레는 무섭다.

올 킬의 주된 주제는 바퀴벌레가 아니지만 바퀴벌레에 대한 세세한 묘사가 나도 익히 알고 있는 것이라 너무 생생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더 무섭고 끔찍했겠지만.

아니, 올 킬은 바퀴벌레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물론 해충을 완전 박멸하는 회사이기는 하지만 그 해충이 우리가 알고 있는 바퀴벌레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우리의 주인공 고광남씨는 청결에 강박이 있다. 아버지에게서 이어져 온 그 강박으로 인해 결국 아내와 이혼을 하고 아들도 남겨둔 채 홀로 시골에 내려와 살게 된다. 시골생활이 익숙해질 무렵 이웃이 생기고, 또 완전무결하리라 여겼던 집에 바퀴벌레가 출몰하면서 평화가 깨져버린다. 잠도 못이루며 바퀴벌레를 잡는 광남에게 완전 해충박멸을 해 준다는 올 킬의 광고지가 눈에 띄고 그 올 킬의 회원이 되면서 해충에 해방되어 다시 평온함을 찾게 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광남은 자신이 살고있는 집만 청결을 유지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님을 안다. 실제로 바퀴벌레를 박멸하기 위해서는 이웃집까지 약을 놓고 소독을 해야하는데 단독주택의 경우 그것이 쉬울리가 없다.

처음엔 그냥 그렇게 해충 박멸,의 이야기에 빠져들어가다가 어느 순간 이야기가 진상짓을 하는 이웃집 사람들의 이야기로 이어지고 그런 이웃과의 관계가 점차 스릴러로 변해가는 이야기에 긴장감을 늦출수가 없다.

 

스포일러가 될까 싶어 자세한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지만 첫번 이웃에 대한 이야기는 흉흉한 소문 중에 그들이 외국으로 잠적했다는 이야기에 내가 괜한 오해를 했나보다..라고 마음을 비우고 있다가 또 다시 이어지는 이야기에 마음이 더 졸아드는 경험을 했다.

한편의 스릴러 드라마처럼 쫄깃쫄깃한 마음으로 글을 다 읽고나니 급현실감이 느껴진다. 비현실의 이야기인데 이 세세한 묘사에 현실처럼 느껴져버리고 있는데, 과연 나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청결의 문제에서 시작하고 있지만 이것은 관계의 문제이기도 하고 정직함과 삶의 투명함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가장 크게 느꼈던 것은... 죽여 없애버려야만 한다고 생각한 바퀴벌레 박멸이 어쩌면 중요한 것이 아닐수도 있다는 것. 지구환경의 변화에도 인류보다 더 오래 살아남은 바퀴벌레를 없애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 어리석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시선을 바꾸니 진정 '공존'이라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한번 더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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