껴질 뿐이에요. 하지만 분명 혁명의 시기에 이 그림을 봤다면 그림 전면에 등장한 프랑스의 삼색기 색깔 때문에 프랑스 공화국을 떠올리게 될 겁니다.


이 유명한 그림에 그런 상징이 있는 줄은 미처 몰랐네요. 밀레가 당시에 정치적 의도를 품은 채 그렸다고 보면 될까요?

요즘도 정치색을 담은 그림들이 많이 그려지는데 이게 정치적 고발로만 끝나다 보니 감동을 못 줘요. 같은 정파에만 호소력을 발휘하거나 시대가 지나면 작품의 효력이 떨어지게 되는 거죠. 하지만 밀레의 작품은 시간이 흐를수록 다양하게 읽힙니다. 작가가 사회적인 고발의 목적뿐 아니라 농촌 사회에 대한 기본적인 애정을 품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이 그림도 하나의 방향으로만 읽히지 않고 사람들의마음속에 있는 다양한 생각과 감정들을 불러일으키면서 좋은 작품으로 평가받게 된 게 아닐까요. 우리가 사는 세계의 좋은 면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어둡고 답답하고 숨겨야 될 면까지도 전체적으로 보여주는게 명작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나의 그림안에 정말 많은 상징들이 담겨 있군요. 혁명과 관련된 또 다른 그림이 있을까요?

이번 그림은 장 프랑수아 밀레(Jean-François Millet)의 이삭 줍는 여인들 입니다. 이 그림이 발표됐을 때 사람들은 그림을 보고는 섬뜩해했어요. 이삭 줍는 사람들이 쓴 모자가 너무 알록달록하고 선명했던 것 때문입니다. 빨간색과 파란색 모자 그리고 흰색 셔츠, 이 색깔의 배합을 보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프랑스 혁명의 삼색기를 상징하고 있군요?

그렇죠. 그림 속 아낙들은 시골에서 아주 어렵게 사는 빈민들입니다.
농촌에서도 최하층민들을 그리고 있는 것이죠. 이들에게 이삭이라도 주워 생활하라며 일종의 자비를 베푸는 감시자도 그림 속에 등장합니다. 얼핏 보면 그저 평화로운 시골에서 열심히 일하는 모습으로만 비치죠. 건강한 노동에 대한 예찬 그리고 아늑한 자연에 대한 감상만 느껴질 뿐이예요. 하지만 분명 혁명의 시기에 이 그림을 봤다면 그림 전면에 등장한 프랑스의 삼색기 색깔 때문에 프랑스 공화국을 떠올리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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