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특이한 아이, 있습니다
모리 히로시 지음, 안소현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3월
절판


나는, 나 자신이 근본적으로 성실한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과 견주어보아도 분명 착실한 부류에 속한다. 착실함이란 요컨대 온화함을 지향하는 성질인 것이다. 결과적으로 얻는 건 평온한 인생, 즉 평범함이다.
하지만 인간은 누구나 자기 멋대로 분에 넘치는 소망을 품는다. 자신에게 없는 걸 늘 원하는 경향이 있다.......
나만 변함없이 오로지 착실히 지내온 게 뒤처진 듯 느껴져 한없이 허무하고, 마치 손해를 본 듯한 야릇한 감각에 사로잡힐 때가 종종 있다. 여기까지 분석하고, 이치를 확실히 파악했는데도 수시로 느닷없이 새로운 일이 하고 싶어진다. '하다못해 죽기전까지 한번은 경험하고 싶다'는 말을 한숨 대신 홀로 중얼거리기도 한다.
요컨대 젊은 시절에는 '이것도 하고 싶다, 저것도 하고 싶다'고 바라던 일이 요즘에는 '이것도 못해봤고 저것도 못해봤다'는 소극적인 태도로 바뀐다는 말이다. 전철의 진행방향으로 얼굴을 향하고 풍경을 바라보던 게 젊은 시절이라면 지금은 스쳐 지나가는 뒤쪽 풍경을, 멀어져가는 풍경을, 뒤돌아서서 멍하니 바라보는 느낌이다. 이런 시점의 차이가 사람을 크게 둘로 나누는 듯한 기분이 든다.-74-75쪽

그리고 문득......
공기가 세계 속을 떠돌듯 인간의 의식 역시,
어쩌면,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유동적인 존재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드문드문 떠오르는 기억처럼 사람에서 사람으로 의식이 잇닿아서 떠돌아다니는 건 아닐까? 그 사람, 그 사람이 되어서 차례로 새로운 마을을 방문하듯이. 융합과 격리를 되풀이하고 개고 섞이면서. 소용돌이, 침체와 서성거림.
한 사람의 인간이란 건 사회와 마을처럼 집합을 의미한다. 좀 더 세세한 의식이란 존재가 무수히 있고 그것들은 사람에서 사람으로 자유롭게 이동한다. 여행하는 사람이나 철새처럼.-191쪽

생각해보면 기쁜 일도 슬픈 일도 정말로 사소한 것이다. 같은 얼굴인데, 같은 눈물인데, 아주 조금씩 차이가 난다. 그래서 다르게 보이는 것이다. 그때그때 다르다고 할 수 있다.-219쪽

그녀에게 말하고 싶었던 것은 멈추는 걸 두려워하는 젊음과 결국은 멈추지 않는 인간의 성질에 대해서이다. 늘 전진하고 싶다고 그녀는 말했다. 그 전진이란 무엇을 기준으로 하는 걸까? 어디에서 바라보았을 때 전진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반대로 어떤 위치에 멈춰서면 사람은 정지하는 게 될까?
.. 자신이 전진하는 사람이라고 인식함으로써 그 순간에 전진은 멈추게 되는 걸까? 그것이야말로 그녀의 자기변명이고 자기모순임이 분명하다. 어쩌면 그 허무함을 그녀는 예감하고 있는건지도 모른다. 단지 알고 싶지 않다. 그런 자신을 보고 싶지 않다. 그저 떼를 쓰는 아이 같은 그 젊음이 아직 남아 있는 게 다행이다. 어째서 그런 행복한 모순을 지적할 수 있었던 걸까?-221쪽

나는 혼자 웃었다. 재미있다. 인생이란........, 적어도 살아있는 동안은 멈출 수가 없다. 돌아갈 수도, 되풀이할 수도 없다. 할 수 없었던 일을 언제나 되돌아보며 어쩔 수 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구조인 것이다. -2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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