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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바야시 히로키 지음, 김은모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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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강한 소설.

뭔가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이 책을 아직 읽지 않은 이를 위해 말을 아껴야 한다. 문장에 담겨 있는 의미를 생각해보면 이 책은 미스테리라기 보다는 이 세상에 대한 온갖 것들에 대한 사유로 넘쳐난다.

첫번째 물음은 '세상은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는가?'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주택안에서 칼에 찔려 죽은 사람의 시체가 발견되면서부터이다. 심장을 칼로 찔렸는데도 고통의 흔적 하나 없이 평온한 얼굴로 사망한 모습은 살인사건이상으로 기묘한 궁금증을 일으킨다. 그런 기이한 사건 현장에 도착한 경감 케이는 감식반원 지가 건네는 피묻은 노트를 건네 받는다. 피해자의 신원 파악도 안되고 사건 해결의 키가 될지도 모르는 노트는 외국어로 씌여 있어서 유학을 했던 경력의 케이 경감이 노트에 적힌 글을 읽어줄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로 사건현장에서 경찰서로 이동하는 동안 노트의 글을 읽어보기로 한다. 그리고 사건현장의 모습을 풀어 줄 노트 읽기가 시작된다.

 

이 소설은 말 그대로 큐앤에이에 대한 이야기로 이루어진 소설이다. 부모로부터 버림을 받아 어린 시절을 성당에서 보낸 큐. 그의 정식 이름은 따로 있지만 키가 작아서 거꾸로 헤아리면 두번째, 열명의 아이들 중에 아홉번째로 키가 크다. 그래서 그의 이름은 9가 되었다. - 일본어의 9는 큐와 발음이 같아서 그는 9이기도 하며 또한 큐가 되었다.

그리고 9가 짧은 시간 만나 친구가 된 앤드. 그이 이름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라는 의미를 담고 어머니가 지은 것이다. 세상의 온갖것이 일그러져 보이는 앤드의 시선은 9를 만났을 때 일그러짐이 사라지고 천재화가라 불리는 앤드는 9의 자화상을 그려준다. 그리고 짧게 등장하지만 큐와 앤드를 사랑하는 이 사건의 키가 되는 에이.

 

"성당은 분명 어린 우리의 목숨을 구해주었다. 하지만 마음까지 지켜주지는 않는다. 삶을 주는 대가로 우리의 진짜 이름과 이름 붙일 수 없는것, 사람이 살아가는데 정말로 소중한 뭔가를 가져갔다. 그러므로 성당의 고아들은 신이라는 존재가 실로 자애로운 동시에 참으로 잔혹하다는 사실을 제일 먼저 배운다"(26)

 

큐가 버려지고 자란 곳이 성당이라는 것은 신의 잔혹함, 그러한 신이 만들어낸 세상의 잔혹함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을까?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한껏 우울해지고 있을 때 등장한 앤드의 존재는 큐에게 더 잔혹한 세상을 보여주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이 세상의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일까.

세상에 사랑은 존재하는가? 라는 마지막 물음에 과연 나 자신은 어떻게 대답하게 될까? 책을 읽으며 나 자신의 대답은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이제 다시 나 자신에게 물어봐야겠다. 그러고보니 결국 에이는 행방을 찾을 수 없다, 라는 이 이야기의 끝맺음은 우리 모두에게 각자의 에이를 찾아보라는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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