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정면과 나의 정면이 반대로 움직일 때
이훤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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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부터 느껴지는 포스가 선뜻 이 책의 첫장을 열기 어렵게 한다. 무엇이 담겨있을지 도무지 짐작이 되지도 않지만 그게 무엇이든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이 그리 쉽지 않아 보인다. 게다가 이 책은 사진산문집, 이라고 하는데 그동안 봤었던 풍경이나 인물이 아닌 사물의 사진산문이라니.

그런데 저자는 '하나의 입장이라도 골똘히 들여다보면 좋겠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니까 사물의 입장에서 우리에게 건네는 말을 "시처럼/ 시가 아닌 것처럼/ 사진처럼/ 사진이 아닌 것처럼/ 파편들처럼" 한 권의 책으로 묶어놓고 각자의 느낌에 따라 어느 하나라도 골똘히 들여다봐주라는 것일까? 일단은 느낌대로 시집을 읽듯 사진집을 보듯 에세이로 읽어본다.

 

"말이 사람을 떠날 때/ 직감하기도 하는 것이다/ 다시는/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할 수도 있어"

 

이런 글을 읽고 나면 더더욱 내게서 나오는 말을 삼가게 된다.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말의 무게를 알기 때문이다. 요즘 말을 함부로 내뱉고 그 말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는 사람들을 본다. 아니, 책임지지 못할 말을 내뱉고 문제가 되면 난 그런 뜻으로 말한게 아니야, 내가 몰라서 그렇게 말했어 라고 발뺌하는 뻔뻔함의 극치도 본다. 그래서 더욱더 말의 무게를 가늠해본다. 이건 '당신의 정면과 나의 정면이 반대로 움직일 때' 더 가중될 것이다.

 

너무 진지해지지 않으려고 술렁술렁 글을 넘기다가도 어쩔 수 없이 멈칫, 다시 한번 뚫어져라 글을 읽고 사진을 읽는다. 사물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 아니 사물의 입장에서 건네는 말들을 진중하게 듣기 위해 잘 보이지 않는 눈을 크게 뜨고 잘 열리지 않는 마음을 열어본다. 때로 이 글들은 예고도 없이 내 마음에 훅 들어오기도 한다.

 

"어차피 우린 전부 누군가의 바깥이지만/ 헤매다 안으로 들어서는 것도/  안을 누비다 바깥이 되는 것도 전부 사람의 일이니까"

 

"블랭크(Blank): 잃어버린 마음을 찾지 못해 같은 자리를 헤매는 사람의 표정"

 

"매일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다 보면/ 그게 얼굴이 된다"

 

아니, 사실 이 사진산문집은 '사진'산문집이기에 사진이 더해지면 그 글의 느낌이 더 강해져 내게 전해진다. 글을 읽으며 마음을 잡고 있는데 사진으로 한번 더 울림을 크게 한다고 하면 맞는 말이 될런지. 여러 의미의 말들이 남아있지만 허수경 시인의 시집, 제목은 '차가운 심장' 이지만 그 느낌은 그 무엇보다 열정적으로 느껴진다. 사진의 날짜를 보면 아마도 허수경 시인의 부고가 아닐까 싶어 더 마음이 쏠린다.

 

'가장'이라는 말로 어느 특정한 글과 사진을 집어내기는 쉽지 않으나 한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우산의 손잡이를 보면서 "머리를 거꾸로 쥐어도 침묵하는 어느 자세' 그리고 전등의 불빛을 보면서 "빛을 모으고 어둠을 밀어내는 일에 동참하기로 했어요"는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여러갈래의 생각을 끌어올리게 하고 있다. 그러고보니 이제 이 하나 하나의 면, 나의 정면을 골똘히 봐야 할 시간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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