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로 보는 단테의 신곡 명화로 보는 시리즈
단테 알리기에리 지음, 이선종 엮음 / 미래타임즈 / 201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래전에 여행으로 피렌체를 가게 되었을 때 여건상 우피치 미술관을 가지 못하고 대신 산 마르코 수도원에 잠시 들릴 수 있었다. 가장 유명한 수태고지가 복도 계단에 걸려있었고, 각 수도사들의 방에는 각각의 방 주인이 원하는 성경구절을 형상화한 안젤리코의 그림이 그려져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어떤 내용인지 알 수 있는 그림도 있었지만 자세히 보고 있어도 도무지 어떤 성경말씀을 형상화한 것인지 모르겠는 그림도 많았다. 지금 다시 본다면 그때와는 또 느낌이 다를 것 같기도 하지만.

날마다 자신의 수도 생활의 모토가 되는 성경 말씀을 묵상하면서 그림을 보며 수행하는 수도사들의 생활은 어땠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명화로 보는' 단테의 신곡을 봤을 때 그 마르코 수도원의 안젤리코 그림들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이 책에는 윌리엄 블레이크의 그림이 가장 많이 인용되기는 했지만 낯익은 그림들이 꽤 많았고 단테의 신곡을 떠올리기보다는 베아트리체나 다른 성인성녀들과 성경의 한 묘사라고만 생각했었던 그림들이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내용을 형상화한 그림이 같이 있으니 그 내용 자체도 꽤 구체적으로 느껴지게 된다. 물론 신곡 자체를 번역한 것이 아니라 편집해서 해설을 해 놓은 책이니 연관성있는 그림과 더 잘 어울리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단테의 신곡 자체를 읽어 본 적이 없어서 원본이 아니라 해설로 엮인 책을 읽는다는 것이 조금 아쉬웠는데 책을 읽기 시작하니 만약 책 자체를 펼쳤다면 그대로 포기했을 듯 하다. 가톨릭의 교리를 알고 있는 것만으로 이 책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당시 유럽의 정치사와 피렌체의 정치, 역사적인 배경을 알아야 등장 인물들에 대해 조금 더 알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옥과 연옥편은 현실세계의 반영이 되는 등장인물들이 나오고 있어서 그런 생각이 절실해진다. 그렇다고 천국편이 쉽게 읽히는 것은 아니다. 가톨릭 성인이라고 하지만 그들의 사상이론과 가톨릭 교리의 흐름을 알고 읽으면 천천히 단테의 여정을 따라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사실 사상에 집중하지 않고 그냥 천국편을 읽는다해도 그게 그리 쉽지는 않았다.

 

사실 잘 몰랐을 때는 비유로 씌여진 천로역정과 비슷한걸까 싶었는데 지금 느낌으로는 아주 상반되는 느낌이다. 아니, 궁극적으로 드러내려는 것은 같을지 몰라도 그 비유 자체가 전혀 다른 것 같다. - 사실 두 책 모두 원작으로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어서 이런 말을 하는 것 자체가 우습기는 하지만.

신학과 철학을 바탕으로 신앙과 윤리의 문제를 고찰하고, 당시 사람들이 갖고 있는 세계관도 엿볼 수 있다. 심오하게 읽으려면 광범위한 부분에서 깊이있는 독서를 할 수 있겠지만 지금의 내 독서력은 그나마 명화의 도움을 받아 단테의 신학과 철학을 조금이라도 엿볼 수 있는 수준이다. 잘 몰랐을 때는 원작을 읽지 않은 아쉬움이 컸는데 어쩌면 이렇게 편역본을 읽고 이해를 높인 후 원작을 읽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

그리고 책을 다 읽고난 후 부록을 펼쳤는데, 신곡에 묘사되어 있는 지도는 각각 지옥, 연옥, 천국편을 시작하면서 보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텍스트의 이미지화가 글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새삼 느끼면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