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빈 공간 - 영혼의 허기와 삶의 열정을 채우는 조선희의 사진 그리고 글
조선희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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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사진을 잘 찍고 싶어서 사진과 관련된 책을 많이 읽은 기억이 있다. 조선희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녀의 인물사진이 가장 좋았던 기억이 있어서 그런지 이번에 신간이 나왔다는 소식에 인물 사진이 아닌 다른 사진들은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다.

책을 받아들고 처음으로 한 건 역시 읽기 보다는 보기. 한차례 사진을 쓰윽 훑어보는데 역시 사람과 사물이 먼저이고 풍경이 나중이다. 사물의 사진에서는 그녀만의 시선이 보인다. 글을 읽어보기 전이지만 그런 느낌이 있다.

 

"무엇을 찍고 무슨 카메라로 찍느냐는 중요치 않다. 그것이 자동 카메라여도 똑딱이 카메라여도 디지털 카메라여도 좋다. 사진을 찍고 싶다는 욕구와 자신의 눈에 비치는 세상, 그러니까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물과 세상을 보는 눈만 있으면 충분히 훌륭한 포토그래퍼(프로든 아마추어든)가 될 자격을 갖춘 것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세상을 향해 카메라를 들이대는 용기만 있으면 된다"(왜관 촌년 조선희, 카메라와 질기게 사랑하기)

 

예전에 읽었던 그녀의 말에 용기를 얻어 사진을 찍기 시작했던 기억이 난다. - 물론 나는 사진을 전문으로 찍는 사람도 아닐뿐더러 사진을 즐겨 찍는 편도 아니다. 휴대폰 화질이 좋아지면서 그냥 길을 걷다가 좋은 풍경이 나오면 폰을 들고 사진을 찍고, 맛있는 밥이 나오거나 재미있는 이야기가 떠오르는 장면이 있으면 휙 한장 찍고 마는 편이다. 평범한 사진 한 장을 올리고 그에 담긴 이야기를 풀어놓으면 사진이 달라보인다는 말을 많이 듣는데, 그것이 바로 사진가 조선희가 이야기한 자신만의 방식으로 바라보기,가 아닐까 싶다.

그런 느낌은 '내 마음의 빈 공간'이라는 제목을 달고 나온 사진에세이도 똑같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아, 물론 이 책에 실려있는 사진들은 평범하다는 느낌을 갖기에는 조금 더 특별한 느낌이 많이 담겨있는 것이 다르겠지만.

 

"꽃 사진을 찍어야겠다. 삼베 위에다 꽃을 놓고 찍어봐야겠다. 세월 앞에 나약했던 인간의 주검을 그 꽃이 수의처럼 감싸듯이 사람의 마지막을 덮는 것은 아름다우면 좋겠다"(88)

 

사람의 마지막을 덮는 것은 아름다우면 좋겠다, 라는 그녀의 말이 마음을 울린다. 그런데 그것을 사진과 연관시키면 나는 역시 단순하게 삼베를 떠올리고 마는데 막상 그녀의 사진은 형체가 불분명한 나무 사진 너머로 하늘이 보이는 그런 것이다. 그러면 나의 상상은 누군가의 장례를 떠올리게 된다. 장례의 풍경에서 사람의 마지막을 덮는 것은 아름다우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하는 자체가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니까 사진만 본다면 이건 뭘까, 하게 되지만 이야기가 있는 사진은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느낄 수 있어 특별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이 책 안에 담겨있는 것들은 다 그렇다. 사실 작가와 나의 시선이 맞지 않으면 이건 또 무슨 이야기인가? 싶기도 하고 이 사진은 도대체 뭘 찍은거지? 할 때도 있다. 글과 상관없이 그저 사진이 이쁘기만 할 때도 있다. 그런데 그것이 뭔 상관이겠는가.  글과 사진은 작가 조선희의 삶의 일부이고 또 그중 어느 일부분이 나의 삶과 겹쳐질수도, 전혀 다를수도 있는 것 아니겠는가.

지금은 잘 모르겠다는 사진도 시간이 흐르고 다시 본다면 뭔가 다른 느낌이 들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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