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 극복의 심리학 - 트라우마 회복 후 성장하는 5단계 프레임워크
에디스 시로 지음, 이성민 옮김 / 히포크라테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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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히포크라테스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의 출간에 관심이 깊이 갔던 이유는 작년 3월 즈음 허리와 골반 부상을 심하게 입어 잠시 하반신이 마비되어 보내고 난 후 오래도록 막막하고 답답하고 암흑의 공기를 들이쉬고 내쉬는 듯하던 심정이 잦아들었었기 때문이다. 난 그것이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서라고 생각했다. 계속 강박적으로 부정적인 생각들을 되뇌이고 되새기고 괴로워하던 내적인 괴로움도 그 후 어느 시기가 지나고부터는 다소 잦아드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이제 모든 게 지나갔구나, 나는 나았구나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트라우마, 극복의 심리학]을 읽기 전까지는 말이다. 다시 어느 순간부터 무미건조하고 무채색의 공간에서 싸늘한 바람을 맞고 있는 것 같은 현실을 직시할 때면 나도 모르게 모든 걸 부정하고 당연한 일상으로 받아들이려고만 했다. 그러면서도 부상 이후 나는 달라졌다고 생각하려 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말이다.

 

본서는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상태에서 PTG(외상 후 성장)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설명해준 책으로, 치명적인 사건 이후 트라우마를 겪으며 정신적으로 피폐해지면서 정신적 사회적으로 고립된 상태의 사람들이 그 과정을 이겨내고 보다 나은 자신으로 성장하는 여정을 그리고 있는 책이다. 저자는 그 과정을 5단계로 설명하는데 완전히 파괴되고 고립된 자신을 수용하고 나서 성장하는 과정에는 자신의 힘과 의지만이 아니라 안전감과 안정감을 주는 보호자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걸 알았다. 완전한 고립을 선택하는 경우보다 이해받고 이해하는 과정을 거치면서야 성장의 여정이 이어질 수 있는 것이었다. 본서의 마지막에 옮긴이의 말을 보면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 부모들이 이태원 참사의 희생자 부모들에게 미안합니다. 우리가 힘껏 세상을 바꿨다면 다시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라며 위로하는 장면이 나온다. 트라우마는 개인의 트라우마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민족적 사회적 역사적 규모의 집단 트라우마도 있으며 집단 트라우마로부터도 PTG로 나아가기도 한다. 물론 어떤 개인도 어떤 집단도 성장하기 위해 되돌릴 수 없는 희생을 겪어야 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이미 총알이 뚫고 지나갔다면 나아야만 할 일이다.

 

본서를 보면 개인이나 집단의 트라우마는 전염되기도 한다. 그리고 PTG 또한 다른 이들에게 자신에게 미친 영향과 같은 영향을 미친다. 가족을 포함한 타인이 괴로움에서 빠진 과정을 보며 자신도 트라우마에 빠지기도 하고, 타인이 그 괴로움을 이겨내며 성장하는 과정을 보며 자신이 성장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건 계승된다. 트라우마는 유전자의 외부 기록을 통해 유전되기도 하며, 트라우마를 이겨낸 성장(PTG) 또한 강력한 면역 항체가 유전되듯이 다음 세대로 유전된다. 비유가 아니라 후성유전학 연구가 그러한 결론에 이른 것이다. 우리가 나아야 하는 이유는 가장 먼저 우리 자신을 괴로움 속에 던져두어서는 안 되는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트라우마를 전염시키지 않기 위해서도 그들 또한 트라우마를 이겨내는 과정에 동참시키기 위해서도 또 다음 세대에게 트라우마를 유전시키지 않기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었다.

 

며칠 전 계엄령이 있고 긴장감 속에서 뉴스를 보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 민족이 겪은 역사적 격정들이 우리 군인들의 사고 구조도 바꾼 것이다. MZ세대 군인들은 달랐다. 그들은 격정에 싸인 시민이 몸싸움을 하려 달려드는 상황에서 오히려 시민의 등을 다독이며 괜찮다며 달래고 있었다. 우리 민족의 여정이 현재 군인들의 의식을 성장시킨 것이라고 생각된다. 우리는 아무리 아픈 상황에서도 성장할 수 있다는 걸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여러 사람들에 성장의 과정과 영적 성숙이 그려낸 진솔한 문장들이 무엇보다 내적 치유의 길로 다가서도록 이끄는 것 같기도 하다. 에디스 시로와 그가 인용한 학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보면 성장은 모든 것이 뚫고 지나가도록 기다린다고 해서 저절로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나의 경우처럼 일상이 다시 이어진다고 나은 것도 아니다. 회복력이나 동결은 우리가 우리의 현실을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감당하도록 하지만 아무리 타인이 보기에 아무렇지 않게 일상을 이어나간다고 외상 후 성장을 이룬 건 아니다. 오히려 부서지고 파괴된 사람들이 성장한다. 진정으로 나으려면 무던한 척하지 마라. 아무 일 없는 척 연기하지 마라. 아프다는 걸 괴롭다는 걸 그 절망감을 표현해야 한다. 본서에서 인용하자면, 유충에서 나비가 되기 위해 번데기 안에서 흐물흐물한 상태로 녹아내린 액상 상태가 되는 과정이 필요한 것처럼 또 킨츠기 도자기의 경우처럼 우리는 부서진 자신을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도움을 청할 수 있고 새로운 이야기를 써나갈 수 있으며 변화된 자신과 세계를 이어 통합할 수 있고 영적으로 성장한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본서의 문장들은 실제적이고 치유적이며 아름답다. 그건 성장과 성숙을 가져오는 아름다움이다. 그 아름다움이 당신을 치유되고자 하는 바람으로 이끌기를 바란다. 나에게도 그런 바람이 불기를 바라면서.


#트라우마극복의심리학 #에디스시로 #히포크라테스 #트라우마 #외상후성장 #신경가소성 #후성유전학 #정신의학 #임상심리학 @hippocrates_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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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결정을 위한 하루 10분 논리 연습 - 수학적 사고력을 키우는 페르미 추정 입문서
후카사와 신타로 지음, 한세희 옮김 / 현익출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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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xreviewkorea를 통해 현익출판으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더 나은 결정을 위한 하루 10분 논리 연습]이라는 본서의 부제는 [수학적 사고력을 키우는 페르미 추정 입문서]이다. 논리와 수학적 사고력을 말하는 책들에 가끔 한없이 끌릴 때가 있는데 더 논리적이고 싶고 보다 수학적 사고를 하고 싶은 게 이 시대 대부분이 느끼는 바람일지도 모르겠다. 육체적으로 강력한 힘이 성공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대도 아니고 미모로만 성공하는 시대도 아닐 것이다. 이 시대에는 지성과 논리가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력히 요구되는 시대이기에 누구나 무의식적으로 논리와 수학적 사고력 향상을 꿈꾸게 되는 듯하다. 그리고 본서의 저자가 독자를 대상화할 때 직장인들을 주요 독자로 가정했듯이 대부분에 직장인들도 수학적 사고력과 논리가 요구되는 것 또한 당연할 것이다. 게다가 페르미 추정에 대한 이해와 적응을 갖게 하는 책이기에 대부분에 직장인들이 꼭 읽고 싶어할 수도 있으리라 짐작된다.

 

본서는 전체 6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고 첫 번째 챕터에서는 페르미 추정에 대해 감도 안 잡히는 것을 짐작하는 방법이 페르미 추정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옮긴이의 주에서도 어떠한 문제에 대해 기초적인 지식과 논리적 추론만으로 대략적인 근사치를 추정하는 방법을 페르미 추정이라고 전한다. 좀 더 보자면 저자는 AI 시대에 인간이 경쟁력을 갖고자 한다면 팩트를 근거로 빠르게 결과를 도출하는 팩트 베이스AI가 장점을 보이는 사고보다 가정을 토대로 직감으로 수치화하는 어섬션 베이스의 사고를 할 수 있는 인간의 특기를 잘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페르미 추정에서 가장 중요한 사고법은 가정’, ‘분해’, ‘비교로 보고 있고 이후 챕터 2에서 챕터 4까지는 이 세 가지를 각각 할당에 연습하게 하는 장들이다. 챕터 5는 종합 연습으로 비교적 쉬운 연습문제부터 난이도가 고급 정도까지의 문제가 이어져 페르미 추정에 익숙해지도록 안배하고 있다. 챕터 6에서는 수학적 사고의 기본을 정의’, ‘분석(분해&비교)’, ‘체계화(구조화&모델화)’로 정의하며 이에 대해 5단계로 나누어 12개의 항목으로 체계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본서를 읽고 연습하며 느낀 것은 짐작의 과학이랄 수 있을 페르미 추정이 필요한 영역이 직장 생활 외에도 다양할 수 있으며 이미 대다수의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능력이라는 것과 수학적 사고력 중 저자가 주지시키는 대목도 업무와 일상에서 대부분이 일상적으로 활용하고 있을 부분이라는 것이었다. 그만큼 인간의 사고에서 필수적인 영역이고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를 추정하고 가정해 보는 사고도 무언가를 분석적으로 나누어 분해해 보는 사고도 다른 대상과 대조하는 비교하는 사고도 일상에서 누구나 하고 있는 부분이다. 본서는 이런 일상적인 사고를 더욱 체계화하고 숙련되게 만들어 주는 책이다. 수학적 사고력을 설명한 정의하고 분해하고 비교하고 그 과정을 구조화하고 모델을 가정해 보는 사고 또한 무의식 중에 누구라도 하는 사고이지만 분명한 건 이를 체계화하고 숙련된다면 무의식 중에 대충 짐작하는 상대보다 과학적으로 사고하면서 짐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페르미 추정은 아직까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의 사고법이고 이러한 페르미 추정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과정을 보고자 면접에서 문제로 제시하는 경우도 많다. 널리 알려진 기업들의 면접 문제들을 보면 페르미 추정에 대한 문제들이 많고 이러한 추정에 이르는 과정을 보면서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면접 예상 문제들에서도 페르미 추정 문제는 당연히 빠지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취업준비생들은 페르미 추정에 대한 책들을 필수적으로 읽기도 할 텐데 대부분의 책들이 어려운 난이도로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본서는 간명한 설명과 쉽게 숙련될 수 있도록 안배한 문제들로 자연히 페르미 추정을 습득하도록 짜여져 있다. 다른 책들보다 훨씬 더 무겁지 않으면서도 실용적으로 접근하도록 안배된 책이다. 본서의 저자는 후카사와 신타로라고 하지만 본서의 말미에서 저자는 자신이 감수자이며 본서의 집필은 비즈니스 수학 인스트럭터들의 도움으로 만들어졌다고 전하고 있다. 한 명의 개인보다 비즈니스 수학을 연구하는 조직에서 함께 집필한 책으로 실용적인 부분에서 깊은 천착 후의 결과물이 아닌가 생각된다. 페르미 추정을 어렵다고 해서 도외시할 수 있는 시대도 아니고 어려운 난이도의 책들로 인해 헤매는 느낌만 든다면 망설이지 말고 본서에 다가서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더나은결정을위한하루10분논리연습 #하루10분논리연습 #후카사와신타로 #비즈니스수학협회 #현익출판 #교양수학 #수학적사고 #논리력 #논리수학 #페르미추정 @uxreviewkorea @hyunik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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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처럼 만들고 에르메스처럼 팔다 - 세상에서 가장 쉬운 브랜드 수업
박소현 지음 / 다반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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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에 관한 책은 이전에 [브랜드로부터 배웁니다]를 한번 읽어보기는 했다. 그 책은 각각의 브랜드 자체로부터 브랜딩에 대해 돌아보는 인문학적인 책이었지만 브랜드, 브랜딩 자체가 주제인 책은 나로서는 본서가 처음이지 않나 싶다.

 

저자 박소현 님은 패션을 전공했다고 하는데 대학원 전공과목으로 브랜드에 대해 배우게 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브랜드가 패션 자체와는 약간 거리가 있다고 생각해 당시에는 브랜드에 관한 공부가 떨떠름했던 모양인데 이후 자신의 커리어를 만드는데 브랜드에 대한 배움이 유익했다는 감상도 초반에 담고 있다.

 

본서는 브랜드, 브랜딩에 관한 내용을 전하면서도 [아이팟처럼 만들고 구글처럼 팔아라]를 변용한 [웹소설처럼 만들고 에르메스처럼 팔다]라는 제목마따나 웹소설의 형식을 빌려 전문적인 내용을 부담없는 분량으로 무리없이 전하는 책이다. 소설 형식이라고 밝히고 있는 책이지만 실제로는 소설과 대본이 결합된 형태이기도 하다.

 

보이그룹 빅뱅에 관한 대화로 브랜드의 정의와 성격을 설명하면서 시작하는데 브랜드 관리와 테스트 방법론 등 전문적인 내용을 대화체에 잘 녹여내 설명하고 있기도 하다. 멘토와 멘티의 브랜드 커피챗 대화로 구성되어 있지만 일방적인 교습 방식이 아니라 멘티가 멘토에게 통찰을 제공하기도 하며 이야기 속의 배경지인 은해군이라는 가상 마을의 빈센츠 카페의 메뉴 구성이나 가치 등 배경을 통해서도 브랜드를 이해해 나가도록 구성하고 있다. 브랜드에 관한 내용이다 보니 간간이 등장하는 브랜드들도 있다. 저자로서는 브랜드를 설명하며 인문학적인 통찰도 얻을 수 있기를 기대하며 저술한 것 같지만 소설 형식이다 보니 대화가 주제에서 벗어나기 시작하면 저술의 주제 전달도 흐릿해질 것을 염려해서 인지 광범위한 대화는 아니고 소소한 대화가 30개의 챕터로 나뉘어 있기도 하다. 꾸준히 고흐의 그림들이 QR코드로 이어지기도 하며 웹소설의 재미와 에르메스적 분위기를 두루 조성하고자한 작가의 의도가 엿보이기도 한다.

 

본서는 각 브랜드들로부터의 통찰을 얻기를 바라거나 브랜드를 주제로 인문학 정보를 얻는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며 읽을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브랜드의 정의가 무언지 브랜딩이 어떠한 구조로 이루어지며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무겁지 않게 배울 시간을 갖고자 한다면 유익할 수도 있을 책이다. 브랜딩이 무언지 어떻게 이루어지며 어떤 역할을 하는지가 궁금하지만 전문서는 부담스러운 분들이 읽기에 부담 없을 것 같다.

 

이런 구조와 이런 주제의 책은 흔치 않지만 그래서 실험적이기도 신선하기도 한 느낌의 책이다. 브랜드와 브랜딩이 사람들의 주목을 끄는 시대이기도 해서 비슷한 주제의 책이 더러 있겠지만 주제에 대한 시각도 서술하는 방식도 다 다를 것이다. 본서도 다양성의 측면에서 읽어볼 만하지 않을까 싶다.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를 통해 다반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웹소설처럼만들고에르메스처럼팔다 #박소현 #다반 #브랜드 #브랜딩 #커피챗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 @chae_seongmo @davan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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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애리얼리 미스빌리프 - 이성적인 사람들이 비이성적인 것을 믿게 되는 이유
댄 애리얼리 지음, 이경식 옮김 / 청림출판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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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선정 이후 본서를 정말 늦고 늦게 받아보게 되었다. 기대하던 부분이 있던 책이라 언제든 어떤 방식으로든 읽어볼 작정이었는데 늦게라도 서평단으로서 읽을 수 있게 되어 다행스러웠다. 본서의 저자 댄 애리얼리 씨는 행동경제학자로서 유명 저자이기도 하다는데 본서를 통해 처음 접해 봤다. 본서는 음모론을 비롯한 대중적이면서도 보수 언론이 전하는 내용에 반하는 주장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 상식적이고 보수적인 관점과 보수적 시각에서 부정적 관점으로 비판하고, 그런 이들에 대해 저자 나름으로 분석했으나 굉장히 일반적이고 보수적인 비판을 하는 책이다.

 

저자는 자신을 굉장히 귀찮게 했다는 음모론자와 자신에게 인상 깊었던 음모론자들을 몇 차례 실례로 들기도 하는데 그들에 대한 서술이 본서의 서술 방향을 이야기해주지 않나 싶다. 대개의 경우 저자가 묘사한 내용들을 몇 마디로 정의하자면 상식적이지 않고 자기중심적으로 세상을 해석하며 광신도적이거나 이단의 교주 같은 사람들이라고 그들을 묘사하고 있다. 물론 과격한 표현은 직설적으로 하지 않았으나 읽어보면 알겠지만 상식을 벗어난 신경증적인 사람들로 묘사하고 있다.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음모론이라는 개념과 대중의 중론이 아닌 시각을 잘못된 믿음이라는 용어로 정의하며 동일시하고 있고, 이런 믿음을 지닌 사람들을 오신자로 번역하고 있던데, 이 말 자체가 음모론이란 개념처럼 하나의 밈으로 다가왔다.

 

책 전체적인 내용이 대중적 상식이나 보수 여론의 주장에서 벗어난 개념을 수용하는 이들을 오신자로 정의하며 이런 사람들의 정신과 이성과 감성에 상당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단정 짓고 있다. 잘못된 믿음을 가지게 되는 요소로 저자는 심리적, 인지적, 성격적, 사회적 요소의 4가지 요소를 들고 있는데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며, 맥락을 짓는 인간의 속성(나라는 착각에서 그레고리 번스도 언급했다)에도 따르면서, 성격적인 개인차에 따라, 소외받고 있거나 소외받지 않기 위해, 어떤 사람들은 잘못된 믿음을 따른다는 것이 책 한 권을 가로지르는 저자의 견해다. 저자의 주장에 이르는 예들을 보면 저자는 일반 상식으로도 대중이 되돌아볼 만한 견해들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견해들을 섞어서 나열하며 이것이 이해할 수 없는 잘못된 믿음을 가진 이들의 견해들이라고 아우르는데 포용하기에는 보수적인 식견을 넘어서 다분히 선동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저자가 이런 사례로 가장 자주 드는 예가 코로나와 백신 음모론에 대한 예이기도 한데 이에 대해서는 이 저작이 미국에서 출간된 2023년부터 미국의 상식이 바뀌기도 했다. 저자는 코로나19가 인구감축을 위해 제작되고 유포되었다는 설과 미국이나 중국의 연구실에서 특정 목적에 의해 개발되었다는 설까지 들며 낭설이고 음모론이라고 싸잡아서 논하고 있다. 이런 문제 중 인구 감축을 위해 제작되었다거나 미국에서 개발되었다는 설은 낭설일지 모르겠으나 저자가 든 예에서도 그렇고 시중에 떠돌던 정부와 보수 언론이 주장하던 설들이 오히려 가짜뉴스였던 사례들이 코로나와 백신 문제에서는 더 많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중국 개발설이나 개발에 미국이 개입되어 있다는 설이 트럼프 전 정권 때부터 있었지만 트럼프 전 정권에서는 중국을 언급도 못하게 했고 이런 언급 자체를 음모론과 가짜뉴스라며 검열하고 삭제했었다. (각 매체의 자체 검열의 사례는 유투브의 계정 폭파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바이든 정권에 와서 코로나 바이러스의 우한 연구소 개발설이 기정 사실로 확정되었으며 몇 차례의 청문회를 통해 트럼프 정권까지 우한 연구소에 미국 CDC가 코로나19 바이러스 개발과 치료 목적으로 (팬데믹으로 전파되었을 경우 대응안을 마련하기 위해 바이러스 개발에서 의례있기도 하는) 인간에게 전파되도록 바이러스를 개량하는 기능획득 연구에도 미국 CDC에서 연구 개발비를 중국의 우한 연구소에 지급한 것이 밝혀지기도 했다.

 

백신 문제에 있어서도 집단 면역력이 형성된다던가 아이들에게는 접종하지 않을 거라던가 부작용이 있으면 정부가 책임진다던가 백신 부작용은 미미할 거라던가 하는 이야기들이 다 가짜뉴스가 되어버리는 현실도 각국 국민들이 보았다. 오히려 가짜뉴스의 전파자들이 진짜 백신과 면역학의 선구자들인 경우도 있다. 이를테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이자 바이러스학자 뤽 몽타니에 박사(2022년 중 별세)mRNA 기법의 최초 개발자인 로버트 말론 박사 그리고 세계 100대 의학자로 선정된 한국의 면역학자 이왕재 박사님 같은 경우 모두 mRNA 백신 접종을 급구 만류했다. 백신에 대한 저항이 음모론에 입각해 있다면 이들 전문가들이 백신 음모론의 최선봉에 서 있었다. 그리고 프랑스 법원은 백신 접종 후 사망한 사망자의 보험금 지급에 대한 소송에서 백신 접종으로 사망할 것은 미리 예견할 수 있는 문제였으므로 그로 인한 사망은 자살과 같다며 자살에는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백신 접종 사망건은 자살이라고 규정한 것 자체가 가짜뉴스급 사건인데 이 음모론적인 판결이 사실이다. 2022년 중반에 미국 보험사 조사로는 백신 접종 이후 미국 근로자 보험 가입자 중 34~44세 사이의 미국 근로자 보험 가입자의 초과 사망률은 2배 이상 증가했다. 그리고 2022년 통계로 백신 접종 개시 이후 2022년 중반까지 35세 이하 운동선수 895명이 사망했는데 동일한 조건의 운동선수 사망률의 통계로는 급격한 최고치이다. 또 미국 법원이 화이자에게 백신에 대한 자료를 단계적으로 공개하라고 판결했는데 그 이후 밝혀진 사실로는 코로나 백신의 치명률은 3%이다. 코로나 시기를 거쳐 다들 아시는 사실이겠지만 코로나19의 치명률은 각국마다 다르기는 해도 대개 0.01~0.1%였다. 한마디로 10000명 중에 1명을 죽이지 않기 위해 10000명 중에 10명을 죽이지 않기 위해 10000명 중의 300명을 죽이는 길을 각국의 질병청이 각국 국민들에게 강요하고 있었다는 말이다. 이 모두가 가짜뉴스 같은 현실이다. 정부와 보수 언론이 가짜뉴스를 퍼트리고 핵심 언론이 아닌 언론과 일부 전문가들이 진실을 알리면 정부와 매체들이 검열하고 삭제해온 것이 팬데믹 시기의 현실이었다.

 

이런 가짜뉴스 같은 현실을 사는 대중에게 다수가 믿는 것만 믿고 대중이 믿지 않는 모든 정보와 주장을 잘못된 믿음이라는 밈으로 제거하겠다는 것은 음모론이라는 밈과 함께 잘못된 믿음이라는 밈을 더해 대중 스스로가 진실에 다가서는 판단을 검열하고 삭제하도록 만들려는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것으로 판단되거나 보수적인 사람들의 편견 또한 무섭다는 사실로 다가서게 만든다. 행동경제학이 태동한 이후 서구의 각국이 행동경제학자들을 유입해 정부 산하 조직으로 대중심리 유도를 위한 부서들을 창설했고 미국 같은 경우에는 [1984]라는 소설의 진실부라는 조직처럼 대중적 정보를 통제하고 검열하는 조직까지 갖추었다. 이런 조직이 정부 산하에 있다는 것은 대중의 상식을 정부가 통제하고 정부가 제시하는 선 이상의 정보에 대중이 접근하는 것을 정부가 꺼린다는 말로 밖에는 해석되지 않는다. 이런 시대에는 정부가 아닌 자기 자신이 정보를 선별할 판단력을 길러야 하는 수밖에는 없다.

 

20세기까지 음모론이라고 치부되다가 21세기 들어 진실인 것이 밝혀진 사례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미국 흑인을 대상으로 미국 정부차원에서 매독균을 살포하고 연구 관찰했다는 사실과 미국 정부와 군부가 미국 자국인을 상대로 한 최면과 LSD라는 마약을 통한 심리통제를 ‘MK 울트라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연구하고 실행해 왔다는 사실이다. 정부와 군부가 이런 실험들을 민간인이나 군인 등 국민에게 시행하던 시대를 가까운 과거에 거친 것이 인류다. 그리고 UFO(미확인비행물체)에서 현재는 UAP(미확인공중현상)으로 달리 명명되기는 했으나 과거부터 은폐되고 음모론으로 치부되던 사실들에 대해 미국에서부터 실제 경험자인 군인들과 담당자들의 법정 증언들이 잇따르며 뉴스화되고 있는 현실이기도 하다. 도대체 어디까지를 상식이라고 정의하고 어디까지를 개인적 문제들이 야기한 잘못된 믿음으로 정의할지는 각자가 판단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비판적인 관점에서도 읽어볼 가치가 충분한 책이 본서가 아닌가 싶다. 어디까지가 보수적인 학자의 편견이 개입한 서술이고 어디까지가 상식적인 판단으로 받아들여야 하는지는 대중 각자의 판단에 따른 것일 것이다. 문제의식을 지니면 읽어볼 만한 책이고 누군가에게는 확증편향을 부추길 수 있을 책일 것이다. 가려서 수용하는 태도가 필요하겠지만 읽어봐도 좋을 책임은 분명하다.


@book_withppt 님을 통해 청림출판으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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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은 그냥 벌어진다 - 이 세계를 움직이는 힘
브라이언 클라스 지음, 김문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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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심리학]을 인상 깊게 감상했었는데 바로 그 저자의 저작이다. 다만 본서 [어떤 일은 그냥 벌어진다]의 경우는 비단 국제정치학만의 경계를 넘어선 시야가 요구되는 저작이라 국제 정치학자가 과연 이런 저술이 가능한가 하는 우려 속에서 독서를 이어갔지만 완독을 하며 우려가 무색했다는 감상이다. 

카오스 이론을 통해 역사, 양자물리학, 진화생물학, 철학 등을 근거하며 전방위적으로 인간의 역사와 개인의 삶 속에서 수렴성(운명)과 우발성(우연) 가운데 무엇이 지배적인가 의혹을 불러일으키며 서술되는 본서는 결론적으로 필연적 우연성으로 우주의 모두는 곧 나는 세상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다는 데 이른다. 저자는 사소한 우연성이 역사의 향방을 결정하고 생물의 진화에마저 우연이 작용했으며 양자우연성이 우주적 진실임을 주지시키기도 하며 우연이라지만 결국에는 필연이구나 하는 결론에 이르게 만든다. 합리적 판단이나 계획에 우연이 미치는 영향은 사소한데서 그치지 않는다. 극단적이며 운명적인 귀결을 가져오는 것이다. 목적과 의도는 변수 제거라는 과정만으로 이루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우연의 영향을 간과할 수 없는 여정을 통해 완성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어쩌면 이런 결론이 벅찬 마음의 격동을 불러올 수도 있겠지만 나로서는 개인의 의사는 무력한 것인가 하는 낙담도 일게 하는 결론이었다. 필연적 우연이라는 것이 운명론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갖는 감상은 저자의 의도와는 다른 감상일 수도 있다. 저자가 말하는 방향의 필연적 우연은 결코 운명결정론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의 이야기 어디에도 인간의 의지를 무시하거나 운명론으로 인간의 의도를 폄하하는 서술은 없다. 하지만 [자유 의지는 없다]에서 본서에 이르기까지 과학자와 정치학자의 저서에서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감상이 무력감이라니 이것도 필연적 우연인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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