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은 어떻게 질병으로 이어지는가 -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신체 건강에 미치는 영향
네이딘 버크 해리스 지음, 정지인 옮김 / 심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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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뷰에서 자란 아이들이 마리나 디스트릭트에서 자란 아이들에 비해

폐렴에 걸릴 확률은 2.5

천식에 걸릴 확률은 6

성장후 통제할 수 없는 당뇨를 앓을 확률은 12배 더 높다. P 38

 

베이뷰 아이들이 로럴 하이츠 아이들에 비해 기대 수명이 12년 더 짧다. P48

 

위탁 양육 아동 117명과 학대 당한 경험이 없는 저소득층 아동 60명의 코르티솔 수준 분석

  • 가정 아이들이 학대 경험 없는 아이들에 비해 코르티솔 수준이 조절 가능한 상태를 벗어나 있었다. P114~P115

 

ACE 지수가 4점 이상인 환자들의 경우

과체중 또는 비만일 가능성이 2

학습 및 행동 문제 진단받을 가능성이 32.6P126

 

ACE 지수가 4점 이상인 사람은 0점인 사람에 비해

흡연 가능성이 2.5

알코올 의존 가능성이 5.5

정맥 주입 마약 사용 가능성이 10

 

ACE 지수가 0점인 사람들보다 6점 이상인 사람들의 기대수명이 20년이나 짧다. P128

 

나치 강제 수용소를 탈출한 난민들 가운데 갑상샘 기능항진증 환자가 많았다는 데이터가 잇다고 하는데 실제로 큰 전쟁 중 갑상샘 기능항진증 발병이 증가했다고 한다. 그래서 크릭스-바제도라는 용어도 만들어졌는데 그 말은 전쟁시 갑상샘 기능항진증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아동기의 트라우마를 겪는 아이들은 그레이브스병이라는 갑상샘 호르몬이 과다분비를 과다하게 자극하는 자가면역질환이 걸릴 위험이 높다고 한다.

 

교란된 스트레스 반응은 신경계만이 아니라 면역계, 호르몬계, 심혈관계에도 영향을 끼친다. P137

 

편도체는 만성적인 스트레스 요인에 의해 반복적으로 작동하면 과도하게 활성화 된다고 하는데 이렇게 되면 자극에 과장된 반응을 보이게 된다고 한다. 아니나 다를까 루마니아의 고아원에서 심하게 학대당한 아이들의 MRI 연구를 실시한 결과, 그들의 편도체가 몹시 비대해져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편도체가 만성적 또는 반복적으로 활성화될 때 일어나는 또 다른 결과는 무서운 일인지 무섭지 않은 일인지 예측하는 능력이 망가지는 것이라고 한다.

P140에서 인용

 

청반이 조절장애 상태가 되면 노르아드레날린이 과도하게 분비되어, 불안과 흥분, 공격성이 높아질 수 있다. 그리고 경계 상태가 완화되지 않게 하는 호르몬이 과도하게 방출되어 수면-각성 주기를 심하게 망쳐 놓는다고 한다. P140

 

성장 호르몬, 성호르몬, 갑상샘 호르몬, 혈당조절 인슐린 등은 스트레스가 발생하는 동안 대체로 양이 감소하며 이상 상태가 된다. P145

 

스트레스 반응 조절 장애가 생기면 면역과 염증 반응이 심각한 타격을 입는데, 이는 면역계를 구성하는 거의 모든요소에 스트레스 호르몬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는 면역계에서 감기와 결핵과 특정 종양들을 퇴치하는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

P149

 

세종류 이상의 생애 초기 스트레스에 노출된 아이들은 코르티솔 수치가 증가하며 상기도 감염(감기), 위장염(위장 독감 stomach flu) 등 기타 바이러스 감염에 더욱 취약하다... P149

 

뉴질랜드 더니든의 연구자들: 염증 수치 변화 측정을 30년에 걸쳐 1000명의 사람들을 추적

  • 학대를 당한 이들의 네가지 염증 지표가 무려 20년이 지난 후에도 학대받지 않앗던 이들보다 훨씬 높았다.
  • 불행이 한사람의 평생에 걸쳐 면역계의 발달과 조절에 해를 입힌다...

 

게다가 아동기 트라우마는 후성유전적 조절에도 영향을 미쳐 DNA메틸화를 불러오고 히스톤 변형을 야기 유전적인 손상까지 불러온다. P167~168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텔로미어는 대조군에 비해 더 짧은데 흥미로운 점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가 있어도 아동기 초기에 부정적 경험을 하지 않은 사람들은 대체로 텔로미어가 짧지 않은 경향을 보인다. P176

 

여기까지 아동기 초기의 경험이 인간을 망치는 과정을 본서에서 인용했는데 그것도 뇌의 경우 너무 많이 인용해야 할 내용이 과다해서 다 옮겨적는 걸 포기하고 일부만 적었다.

아동기 초기의 부정적 경험, 저자가 유독성 스트레스라고 표현한 경험들을 하게 되는 경우 그 당시에도 각종 질병과 뇌 손상, 병리적인 이상 심리를 겪게 되고 성장한 이후에도 유전적 손상과 암 발병률을 높이고 수명도 보통 사람들 보다 20년이 짧아진다는 것이 지금까지 연구 결과이다.

 

이 통계의 초기에는 부자 동네와 가난한 동네의 아이들의 차이로 출발했으나 이제는 부유층 자녀들의 아동기 트라우마도 그 아이가 자라난 이후까지 평생을 따라가는 손상을 초래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러한 손상을 입은 아이들은 폭력, 가정폭력 등의 범죄와 비리, 마약 등 반사회적인 경향을 보일 가능성이 높아지기에 아동기의 피해는 연쇄적인 사회적인 손실과 비용을 초래한다.

 

저자는 트라우마는 한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에게로 전해지면서 사회의 DNA에도 새겨진다고 말하고 있기도 하다. 현재 국내에서도 묻지마 칼부림이 일어나고 있고 미국에서도 총기난사등이 잇따르고 있다. 정권에서는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이나 사형제 부활 등으로 대응하려 하는데 살해되는 피해자들이 나오고 나서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이라는 것을 대처라고 하면 뭐할 것인가 하는 생각만 들뿐이다. 일반화할 수는 없을지 모르지만, 어찌 보면 그들은 피해자가 가해자로 자라난 사례들인지도 모른다. 그들의 피해를 막아주지 못한 정부가 이젠 가해자가 된 그들은 강력 처벌하겠다는 것도 어디쯤엔가에선 모순이 있기도 한 것 같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고 나서 처벌하려는 것도 우습고 그 과정에서 각 가정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른 피해자들을 방치하고 있는 것도 모순된다. 그 피해아동들 중 몇몇은 다시 가해자로 성장할 테니 말이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면 처벌하겠다는 대응이 아니라 애초에 피해자를 양산하지 않는 대응이 최적의 대응이 아닌가 한다. 위의 사례들을 보았다시피 아동기 트라우마는 한 인간을 총체적으로 망쳐 놓는다. 죽음에 더 빨리 이르게도 만들고 말이다.

 

그러니 가해자를 처벌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라 가해자가 되기 전에 치유토록 해주는 제도적 장치가 절실하다는 말이다. 힘으로 권위로 권력으로 내리누르는 정치가 아니라 우리의 이웃을 이 나라의 주권자들을 한 사람이라도 치유케 하는 치유의 정치가 되었으면 싶다.

 

저자는 아동기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6가지 처방을 내놓기도 하는데 별로 어려운 것도 아니다. ‘수면, 운동, 영양, 마음챙김, 정신 건강, 건강한 관계고작 이 6가지를 인간적으로 처우 받을 수 있는가에 피해아동들의 치유 여부가 달린 것이다. 이것도 못 보장하는 정부에서라면 고작 고통이 낭자한 아동들이 자라나도록 방치했다가 범죄자가 되면 응징하겠다는 사회라면 그 사회가 존속할 가치가 있는 사회인지도 의심스럽다. 살인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은 살인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고 살인이 일어나지 않게 할 효과적인 대응은 살인할 마음이 일어나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상처받는 아이들과 상처받은 어른을 방치하지 않을 때 진정으로 범죄와의 전쟁이 효과를 발하게 되는 거라 생각한다. 범죄와의 전쟁이 효과적인 나라에서 살아보고 싶다.


#모든피해자가모두가해자가되는것은아니다 #모든가해자가모두피해자인것도아니다 #그러나피해자가양산되는모든가능성은고려되고차단되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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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고 데스런 스트레칭 - 강해지고 싶다면 스트레칭을 하라 닥치고 데스런 시리즈
장임태.조성준 지음, 필립 사진 / 더디퍼런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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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도 국내외 저자의 많은 맨몸운동 도서가 출간되었지만 그래도 인지도 면에서나 대중적 선호도 면에서 조성준 님의 데스런 시리즈가 대세가 아닌가 싶다. 본서는 저자가 장임태 님과 조성준 님 둘이지만 스트레칭을 중시하고 스트레칭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는 장임태 님이 주저자이지 않은가 싶다.

 

서두에서 조성준 님의 일화가 풀어지기도 하는데 스트레칭을 당연한 줄 알면서도 일상적인 거라 무시하고 고강도 트레이닝을 하다가 큰 부상을 입은 사례를 전하고 있다. 워밍업 차원에서도 그렇고 마무리로서도 그렇겠지만 스트레칭은 그 자체로도 운동 효과가 크다고 한다.

 

나로서는 다년간 요가 아사나를 수련했던 전적이 있어서 더더구나 실감하고 있다. 스트레칭이라는 것이 요가가 서양화되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닌 게 스트레칭만으로 운동 효과가 크다는 걸 체감하기 어렵지 않다. 기공도 신전 위주의 [사계절 기공법] 같은 경우 스트레칭이 태반이라 하지 않을 수 없는데 요가도 신전 위주의 기공도 그 효과를 충분히 체감해 봤기에 저자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본서에서도 몸통의 스트레칭을 다룬 2부에서는 요가 아사나들이 상당히 등장하고 하체의 스트레칭 경우에도 요가와 다르지 않다. 사실 요가를 집중하는 경우에는 딱히 스트레칭만을 운동으로 삼을 필요는 없을 것 같지만 본서의 내용을 간소화해 맨몸운동 전후로 준비 운동과 마무리 운동으로 삼는다면 효과는 당연할 것 같다.

 

평소 수행 전에도 그렇고 저녁 즈음에 간혹 맨몸운동을 할 때가 있는데 그 전에 늘 해 오던 맨손체조 같은 것이 있다. 맨손체조 일부와 스트레칭 동작 몇몇을 결합해서 해오고 있는데 본서를 읽고부터 몇 동작을 본서의 방식으로 바꾸었다. 그리고 유투브 데스런 채널에서 검색으로 운동 전후 스트레칭 동작을 찾아봤는데 3분 가량으로 간략하고 유용한 것 같다. 일상에서 운동 전후 적용하기 편하지 않나 싶다.

 

다만 허리부상이 아직 완치되지 않아서 2장 몸통에 관한 스트레칭은 거의 다 못해보게 되었는데 그게 좀 아쉽다. 웬만하면 운동 책을 대략적으로라도 해보고 리뷰를 올리는데 이번 리뷰는 대략도 너무 대략이라서 아쉬움이 크다. 하지만 실제 적용해본 동작들만으로도 운동 효과가 크다는 걸 체감해 봤으니 적극 권해드려도 될 듯 싶다. 그리고 본서를 사보시기 이전에 데스런 스트레칭이란 키워드로 검색해 보시는 걸 권해드린다. 본서에서 QR코드로 제공되지 않는 루틴도 꾸려져 있다. 이 책의 강점은 무엇보다 따라하기도 적용하기도 쉽다는 것이다. 운동 욕심은 있는데 무실행 바이러스에 괴롭다면 유투브를 따라만 해보셔도 의미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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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인간 원전으로 읽는 움라우트 세계문학
허버트 조지 웰스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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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가 [즐거운 크리켓터스]에서 시트 하나를 가져와서 그를 덮었고, 사람들은 가게 안으로 그를 옮겼다. 그리고 거기엔 모든 인간 중 처음으로 자신을 눈에 보이지 않게 만들었던 그리핀이, 불도 켜지 않은 침실의 지저분하고 허름한 침대 위에, 무지하고 흥분한 사람들 무리에 둘러싸여, 깨어지고 상처 입고, 배신당하고 동정받지 못한 채로 놓여 있었다. 세상에 둘도 없는 가장 재능 있는 물리학자 그리핀은 자신의 이상하고 가공할 생애를 끝없는 참사로 끝마쳤던 것이다. :

 

후기를 제외하고 그리핀의 잔혹사가 끝나는 대미는 위와 같다. 기존의 [투명인간]에 대한 번역서들은 원작인 영국판을 번역한 것이 아니라 미국판을 번역한 것으로 이 대목의 대미가 이정서 번역가님의 번역과는 다르다. 본서의 말미에 짧게 대조해 보여주는데 H.G. 웰스 작가가 주인공 그리핀의 생애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는 것과는 다르게 미국판은 삭막하게 마무리하고 있다. 하지만 원작의 대미가 이런데도 불구하고 그리핀의 정서와 행동에는 공감이나 안타까움이 일지 않기도 한다.

 

본서의 줄거리를 모르는 분들을 위해 간략히 후반부를 제외하고 스포일러 하자면,

 

: 한 방문객이 아이핑이라는 영국의 시골 마을에 방문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는 숙박업체 주인에게 자신을 실험 연구자라고 하기는 했지만 이름조차 밝히지 않았다. 그의 뒤늦게 도착하는 화물들은 실험관들로 사람들은 아마도 그는 진짜 실험 연구가일 거라고 판단하지만 두문불출하는 그의 신상에 대한 억측들이 쏟아진다. 그러다가 마치 보이지 않는 도둑이 든 것 같은 기이한 도둑질을 당하는 목사 부부의 일을 시작으로 그를 추적하며 방문객이 투명인간인 것이 드러난다. 투명인간은 [역마차]라는 숙박업체에 연구일지를 두고 나왔기에 그걸 회수하고 생존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부랑자를 협박해 부하처럼 쓰려고 한다. 하지만 연구일지는 부랑자의 손으로 들어가고 투명인간은 우연히 과거 인연이 있던 과학자 캠프를 만나게 되어 그에게 투명인간이 되고 아이핑으로 오기까지의 과정과 그 이후의 사건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털어놓는다. :

 

여기까지도 주인공 그리핀의 폭주가 시작되었지만 이 이후부터 그리핀은 저지할 수 없을 지경으로 폭주한다. 그는 자신이 공포 정치’(라고 역자는 번역하였지만 공포의 통치라고 해도 될 것 같다)를 하겠다고 공표하였다지만 나로서는 그의 폭주가 뜬끔없이 느껴지기에 과거를 발언할 때 그의 아버지의 죽음과 그리핀 자신이 관계는 없는 건지 의혹을 갖고 읽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다라고 확언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리핀은 원래부터 난폭하고 잔인한 자였을까 아니면 투명인간이 되는 과정에서 심리적 격변을 겪게 된 것일까? 그런 의문이 들기도 했다. 원래 대중에게는 자신의 과오에는 이유와 원인을 찾지만 타인의 과오는 당사자의 내재적 문제에 기인했을 거라고 보는 편향이 있다고 한다. 그런 까닭에 더욱 그런 편향적인 판단을 하지 않기 위해 그리핀의 내면에 주의하며 읽게 되었다. 하지만 그리핀이 원래부터 백색증을 앓고 있는 사람으로 묘사된 것으로 보아도 작가는 자신의 피조물에 내재적 문제를 안겨줄 마음이 있었지 않나 짐작된다.

 

: “나는 실수를 했소, 캠프, 정말이지 큰 실수, 이 일을 혼자 해내려는. 나는 힘과 시간, 기회를 낭비한 거요. 혼자... 한 사람이 혼자 할 수 있는게 얼마나 하찮은가 알면 놀랄 정도요! 조금 훔치고 조금 상처 입히고, 그게 다였소. ... ...” :

 

사실 한 사람의 마음에서 시작된다고 해도 세상을 바꾸는 규모의 일은 결코 한 사람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예수에게는 사도들이 있었기에 기독교가 성립할 수 있었고 히틀러에게는 지지기반과 추종자들과 침묵하는 이들이 함께였기에 대살육이 있을 수 있었다. 그리핀에게도 그런 무리가 있었다면 이 이야기는 보다 방대한 규모의 서사를 갖게 되었을 것이다. 공포 정치의 확장은 아마도 더 기괴하고 훨씬 끔찍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말 그대로 혼자였고 그래서 작가가 그려낸 대미가 있었던 것 같다.

 

본서는 사실 다소 따분하고 서사도 그리 규모 있거나 다채로운 흥미꺼리가 등장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나로서는 큰 즐거움을 느낀 독서는 아니었다. 작가가 그리는 그리핀의 말로에 문장에는 공감할 구석이 있었지만 그리핀의 생애까지 보면 공감이 되지 않았다. 동명의 서양 영화들에서 큰 흥미를 못 느꼈기에 본서가 그만 못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주인공이나 주변 인물들의 심리 묘사에 치밀했거나 규모가 더 확장되었거나 다채로운 역동에 힘을 주었거나 했다면 더 재밌는 이야기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중학시절 읽었던 [타임머신] 이후로 오랜만에 즐기는 웰스님의 작품이라 그 자체로 의의가 있지 않을까 싶다.

 

조지 오웰은 웰스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우리의 세계와 사상은 달라졌을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과연 그의 작품에 어떤 면이 있기에 이런 말이 있는 건지 그리고 그 웰스의 영향은 과연 인류에게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는 건지 생각하며 웰스의 작품들에 들어서거나 다시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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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세계사 : 잔혹사편 - 벗겼다, 세상이 감춰온 비극의 순간들 벌거벗은 세계사
tvN〈벌거벗은 세계사〉제작팀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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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배우고도 깨치지 못하는 미개성과 야만성, 잔혹성을 보여주는 책이다. [휴먼카인드]나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와 같은 인간의 긍정성만을 다룬 책들만 보았다면 인간의 부정성을 다룬 본서를 통해 양측면을 모두 갈무리해 보아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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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균 쇠 - 인간 사회의 운명을 바꾼 힘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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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돌 책이라 불리는 이 책을 소장만 해두다가 ‘10분 독서 챌린지를 통해 20일 만에 완독하게 되었다. 그런데 다 읽은 감상은 다소 밋밋하다는 거다. 뭔가 탁월한 통찰력이 있을 줄 알았는데 사실 자체가 그래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너무도 상식적인 논리 전개와 결론에 이르러 읽는 동안에도 다 읽은 이후에도 다소 김이 새는 느낌이다.

 

인류의 정복사에 발전은 무기와 제도와 기술과 병원균과 정치조직의 우위에 따라서 결정되는 것이고 그건 거대 인구가 전제 조건이 되며 그러기 위해서는 가축화와 작물화가 필요했는데 그에 대해서는 환경적 요인이 절대적인 결정요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유럽의 백인들이 긴 시대 동안 세계 무대를 장악한 것은 운명이었다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결론으로 이르는 주장이 담긴 저작이다(문화인류학과 고고학과 생물지리학과 언어학이 동원된 운명론이라니...!)

 

명나라의 정화 원정대가 세계를 탐험하면서도 백인들의 살육과도 다름없는 정복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을 저자는 그 시기의 중국이 정치적 대립으로 고작 7차의 항해만으로 그쳤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나로서는 피사로의 정복도 그렇고 유럽인들의 정복 과정에 수 차례의 항해가 전제되었다고 보이지는 않았다. 세계와 세계 이웃들에 대한 견해랄까 정의의 차이가 빚어낸 결과라고 생각되기만 한다. 미 대륙을 콜럼버스보다도 먼저 찾아낸 정화 원정대였고 해당 항해시 승선 인원만 콜럼버스나 피사로보다 수백 배에 가까웠지만, 그들은 유럽인 항해자들과 같은 살육을 펼치지 않았다. 미대륙에 이르는 항해까지 숱한 왕국들을 지나쳤지만, 거대 군사를 보유한 정화 원정대는 그들의 내란과 분쟁을 조정하기는 했어도 살육하며 정복하지 않았다. 이건 발전 정도의 차이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세계관의 차이에서 나온 결과의 차이라고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저자는 알렉산더 대왕의 전쟁으로 인한 문명의 융합도 작고 사소한 차이만 만들어냈을 뿐 저자의 주장에 별다른 영향을 줄 요인은 가져오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하는 듯한 서술을 하고 있다. 이 저작을 읽고 보면 실제로 각 대륙의 남북축보다는 동서축이 영향을 준 것이 사실이고 환경적 차이가 큰 지역으로 전파된 인류는 동일 민족이라 해도 가축화와 작물화를 이뤄내지 못하거나 다시 수렵채집으로 돌아가는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인간만의 영향력이라는 것이 미미하구나 싶기도 한 대목이다.

 

하지만 제도적인 차이 곧 인간의 영향이 인간의 정복과 문화 전파를 막는 경우는 있었는데 그것이 앞서 말한 명나라의 정치적 대립으로 정화 원정대의 항해가 중단된 경우와 사소한 예로는 영국의 가스등에 대한 정부의 투자로 전기등의 설비가 막혔던 사례 등을 들 수 있다. 더 사소하지만 쿼티 자판기가 훨씬 더 빠른 자판 배열을 무시하며 아직까지 대세인 경우도 인간의 보수성이 사소한 진보라도 막는 사례의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나로서는 이런 부정적 영향 외에도 정복과 문명 전파에 지대한 영향에 있어서는 인간의 의지랄까 도전 정신도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유럽의 경우는 그와 함께 그들의 잔혹한 본성이 작용해 몇몇 문명에 있어서는 전 인구의 말살이라는 악영향도 펼친 것일 것이고.

 

본서는 나의 일상에서 갖게 되는 운명론적 관점과 동일한 결론을 주는 서술이라 상당히 거북했다. 이런 운명론적인 관점에서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세상을 보며 삼성의 이재용과 그의 피고용인들의 차이는 능력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태어난 배경에서 오는 것이며, 빌 게이츠 경우도 당시 유일하게 컴퓨터가 배치된 고교로 진학했으며 IBM사의 하드웨어마다 그의 MS에 소프트웨어들이 설치된 이유가 로비스트였던 그의 어머니의 치맛바람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 더욱 운명론자 같은 관점이 강화된 나였기에 이런 관점을 타파해줄 자료와 저작을 너무도 원했다.

 

그런데 결국 인류의 발전상도 운명론적 운칠기삼을 벗어나지 않는다니... 이 저작의 전개와 결론은 운명론적인 나의 관점을 강화해줄 뿐이기만 했다. 인간의 역량에 주목하는 다른 저작이 있다면 꼭 일독하고 이 관점에서 벗어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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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3-09-30 14: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거의 십여년 만에 이 책 다시 읽는데, 고작 2부까지 왔어요.

[총 균 쇠] 중 ‘총‘까지만 읽고 완독 안하신 분이 대한민국에 수두룩이라는 농담을 들은 적이 있는데, 4부까지 다 읽으시고 리뷰까지 올려주시니!!

이하라 2023-09-30 16:59   좋아요 0 | URL
에필로그까지 20장이라 매일 하나의 장만 읽으며 그쳤는데 금세 20일이 지났습니다.
빨리 읽으려고 했으면 중단하게 됐을 수도 있었을 텐데 하루 하나의 장을 고집하니 완독하게 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