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로마 해부도감
카미유 역사편집부 지음, 노경아 옮김, 모토무라 료지 외 감수 / 더숲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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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로마해부도감 #카미유역사편집부 #모토무라료지 #김덕수 #더숲 #로마 #고대로마 #로마제국 #로마인이야기 #추천도서 #흥미로운역사 #더숲 @theforest_book

 

출판사 더숲으로부터 #도서제공 을 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로마 공화정의 라틴어는 [Res Publica Romana]라고 하는데 대한민국 헌법 제 11항에서 말하는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이다(R.O.K Republic of Korea)”라고 할 때의 공화국(Republic)도 라틴어 [Res Publica]에서 나온 말이다. Res Pubilca공공의 것’, ‘공적인 재산이라는 뜻으로 [Res Privata, 사적인 것, 사유 재산]가 중요하지만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국가, 즉 공공의 재산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개인의 권리와 개인주의를 극단적으로 내세우는 현대의 사조에 시사하는 바가 많다고 본서의 한국인 감수자 김덕수 님은 이야기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시작이라고 회자되고 있는 로마에서부터 공공의 것이 사적인 것보다 우선한다는 가치를 전하고 있는 것이니 사적인 것을 지키기 위해서도 공공의 목적을 수호할 수 있는 공권력이 바로 서야 한다는 걸 이야기해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본서는 고대 로마 최대 영토 지도고대 로마 2000년 역사 연표부터 제시되고 나서 본문이 시작된다. 본문인 장은 역사, 황제 열전, 군단과 전쟁, 건축과 토목 기술, 생활과 문화, 폼페이6개의 장으로 나뉘어 있다. 역사의 장에서 로마사를 간략히 정리해 주고 황제 열전에서는 인물 중심으로 다시 한번 돌아본다. 역사와 황제 열전의 장은 사실 일반적인 상식 수준이다.

 

본서에서 주목되는 대목은 군단과 전쟁, 건축과 토목 기술, 생활과 문화 이렇게 3개의 장이지 않은가 싶다. 군단과 전쟁의 장에서는 로마군의 기본 편제와 팔랑크스라는 전투 진형, 무기와 방호구, 우스티아항 등의 전투형 항구의 구조, 로마의 전함 갤리선의 구조, 파성퇴와 투석기 그리고 노포 등의 공성 병기, 알렉시아 봉쇄선이나 하드리아누스 장성과 아우렐리아누스 성벽 등 전투 체계와 전선의 구조 등을 엿볼 수도 있다. 1차와 2차 포에니 전쟁과 마케도니아 전쟁, 갈리아 원정, 1차 유대 전쟁 등이 서술되고 있기도 하다. 로마는 전쟁의 국가였으니 그 전쟁들 가운데 가장 주목해야 하는 전쟁 몇몇을 중점 서술하고 있는 것이다.

 

건축과 토목 기술의 장에서는 콜로세움과 전차 경기장, 마르켈루스 극장, 현재 프랑스의 님이라는 도시에도 남아 있다는 퐁뒤가르와 같은 수도교(상수시설), 궁전, 판테온 등의 신전, 군사 원정과 황제를 찬양하는 장소였던 포룸, 개선문, 기념탑, 가도 등이 그려지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시칠리아섬에 있었다는 빌라 로마나 델 카살레와 같은 호화 개인 별장이나 하드리아누스 황제가 건설하였다는 빌라 아드리아나와 같은 개인 별장인 빌라들이 로마 시대부터 즐비하였다는 것도 인상적이고 로마의 공중 목욕탕에서 언급되듯 콘크리트가 기원전 2세기의 로마에서 발명되었다는 것도 신박한 정보였다. 로마 콘크리트는 현대의 콘크리트와는 아마 재료의 성분에서 다를 수도 있겠으나 이런 식의 건설 방식이 고대 로마부터 사용되던 것이었다는 자체가 참 신선하고 충격적이었다.

 

생활과 문화의 장은 로마 시대의 옷차림과 머리모양에서 시작해 상류층의 식사와 연회, 서민의 식사, 부유층의 저택 도무스와 서민의 집 인술라가 대비되며 서술되기도 하고 노예제도와 로마인의 성생활을 서술하기도 하며 로마의 장례문화로 끝맺음한다. 이 장의 이야기들이 역사 다큐멘터리들에서도 간혹 그려지기도 하기에 낯설지는 않았지만 노예제도나 로마인의 성생활을 그린 장을 보면 남자 노예가 가장 비쌌고 그 가운데 거구의 힘이 센 노예나 아름다운 미모의 남자 노예가 가장 고가였다고 한다. 그리스 철학자들이 여자와의 성생활은 2세를 낳기 위해서만 하는 것이고 진정한 사랑은 남자들 사이에만 있다고 했다는 내용을 역사 유투브를 통해 보았는데 로마도 그 옆 동네라 그런지 동성애가 흔했었다는 것이 새삼스러웠다.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이 책은 제목에서부터 도감을 이야기하듯 일러스트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다만 일러스트가 그다지 세밀하지 않고 투박해 보이는 수준이라 그 부분이 다소 아쉬움이 들기도 했다.

 

본서는 도감이라 서술이 간략한 편이다. 하지만 인상적인 내용이 더러 있기에 분량을 고려하면 상당히 실한 책이라는 감상이 든다. 로마사를 좋아하는 분들 누구나 관심을 가질만하고 로마사 입문자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줄 만한 정보가 담긴 책이며 이미 로마사에 익숙한 분들에게는 정리하는 의미로도 읽어볼 만한 책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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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11-23 0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과 그림이 적절히 배치되어있어 적으신 것처럼 로마시대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필독하셔야 될 책 같아요^^
 
우리를 찾아줘
제이미 그린 지음, 손주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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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찾아줘 #제이미그린 #위즈덤하우스 #정기서평단 #위뷰1@wisdomhouse_official

 

위즈덤하우스 정기서평단 위뷰1기로서 #도서제공 을 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최근에도 지구로부터 20광년 이내의 행성에서 생명 징후를 발견했다는 뉴스가 등장했다. 정말 우주적 차원에서는 최단 거리에 우리의 이웃이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찾게 된 것이다. 우리는 이 광활하고 무한한 우주에서 외로이 존재하는 고독한 존재인 것인지 아니면 우리의 이웃을 곁에 두고 잦은 방문에도 눈치도 못 채고 있던 둔하고 무신경한 존재인지에 항상 논란을 거듭하고 있다. 기성 과학자와 사이비 과학자로 비난을 받고 있는 일부 과학자들 사이에 이런 논박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나로서는 사이비 과학자로 매도되는 일부 과학자들의 외계문명의 지구 생명 진화와 인류 문명에 대한 개입설을 모두 믿지는 않지만 그들이 주장하는 외계문명이 지구에 잦은 방문을 했다는 데 대해서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하지만 외계문명들 가운데 지구보다 선진 문명인 일부 문명 외에도 지구의 인류 문명과 비슷하거나 인류 문명보다는 개발이 더딘 생명 진화 과정에 놓인 행성도 다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선진 외계문명의 지구 방문만이 아니라 다양한 외계문명이나 생명체가 미발전 진화도상에 있는 행성과의 조우를 위한 방안도 다양히 연구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까닭에 본서와 같은 주제의 저작도 관심이 갔다. 본서를 읽기 전에는 외계문명을 찾는 인간의 다양한 노력과 그 여정이 담긴 책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읽고 보니 과학과 상상력이 교차하는 과학 에세이와 같았다.

 

본서는 외계문명을 찾기 위한 다양한 노력과 그와 관련한 상상을 현대 과학과 SF 문학 등을 교차해 서술하며 인간이 외계문명을 기대하는 이유와 외계문명을 찾기 위해 고려되는 과학들로 외계 생명체에 갖는 선입관을 보여주기도 한다. 우리의 외로움과 연결되고 싶은 의식, 유대감에 대한 기대가 인간 중심적인 편향과 만나 두려움보다는 기대 속에서 때론 무모한 시도를 거듭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본서에서 등장하는 생명 징후를 찾는 기술은 지구라는 행성의 생명 징후에서 착안한 것으로, 이 역시 인간 중심적인 해석에서 등장한 것이며, 우리가 외계 지적 생명체에게 기대하는 그들의 모습과 그들의 내면 역시 인간의 모습에서 동떨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지는 않다. 이 대부분이 인간중심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우리가 외계에서 바라고 기대하는 것은 또 다른 인간인 이웃이구나 하고 판단되기도 했다.

 

본서는 본서의 주제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 기대하듯 생명체가 존재하는 외계행성을 찾는 과학을 안내하고 그런 과학에 이른 역사와 외계문명을 찾아온 여정만을 보여주는 책은 아니다. 문학과 TV와 영화 등 다채로운 매체를 통해 그리고 과학자들의 외계 생명체에 대한 짐작의 발전과 함께 외계 생명체에 대한 인간의 기대와 두려움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보여주기도 한다. 이러한 여정을 통해 인간은 좀 더 자신을 이해하는 관점이 확장되어 온 것이 아닌가 싶다. 상상력과 함께 자기 이해가 깊어져 가고 있는 것이다.

 

본서와 함께하며 인간의 상상력에 진가를 돌아보기도 하며 그 상상력을 통해 현실에서 실체를 마주하고자 하는 노력이 진화해 온 과정을 엿볼 수 있다. 또 그러한 역사와 여정이 우리 자신을 이해하고 수긍하고 혁신시키는 길이었음을 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우리는 괴물을 두려워하고 혐오하며 우리의 부정성을 투사했고 외계 생명체에 대해서도 우리의 두려움과 우리 자신에 대한 경이를 투사한다. 그 모두가 자신을 좀 더 깊이 이해하는 길이지 않나 싶다.

 

본서를 흥미 위주로 읽던 이해와 의식의 확장에 기회로 읽던 그 기대를 충족시켜 줄 만한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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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러가 살아남는다 - 생각을 넘어 행동을 바꾸는 스토리텔링 설계법
마크 에드워즈 지음, 최윤영 옮김 / 흐름출판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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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러가살아남는다 #마크에드워즈 #흐름출판 @nextwave_pub

 

흐름출판으로부터 #도서제공 을 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저자는 [선데이 타임스]에서 25년간 기자이자 평론가로 활동해온 인물이며 현재는 소니, 아스트라제네카, 월드 트래블 마켓 등 글로벌 기업들과 공공기관들을 대상으로 리더십 커뮤니케이션과 프레젠테이션 설계, 브랜드 스토리 전략을 컨설팅하고 있는 사람이다. 저자 소개글에서는 저널리스트이자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 소개하고 있다.

 

본서의 원문 제목은 [Best Story Wins: Storytelling for Business Success]로 한국어 제목보다 이 책이 지향하는 목적이 무언지 환연히 와닿기도 한다. 스토리텔링으로 비즈니스를 위한 프레젠테이션이나 회의, 의사 전달을 효과적으로 만들기 위한 책인 것이다. 물론 이러한 의도와 목적을 업무만이 아니라 학교나 일상에서 다하자고 한다 해도 그 역량을 충분히 하지 않을까 싶은 책이다.

 

본서에서 저자는 끌리는 이야기의 핵심 공식을 ‘SUPERB’라고 하여 한국어로 공유경험, 최종혜택, 문제정의, 해법탐색, 현실제시, 균형 잡힌 결론으로 정의하고 있기는 하다. 이를 제미나이로 본서에서 제시하는 스토리텔링 7가지 필수요소가 무엇인지 재검색해보면 청중, 목적, 갈등, 감정, 메시지, 맥락, 진정성으로 정리해주기도 한다.

 

‘SUPERB’에서 공유경험과 최종혜택이 앞서 등장하고 스토리텔링의 7가지 필수요소에서 청중과 갈등이 강조되는 이유는 본서의 저자가 무엇보다 스토리텔링의 중요한 목적으로 상대에게 어필하고 지적 정서적 동요를 일으키는데 가장 큰 의미를 둔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사실 인간의 업무 추진에서 메시지 전달과 효용보다 전제되는 것은 일을 추진하기 이전에 승인하고 합의하는 과정이 선행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인지 본서에서는 이성적으로 완벽하고 논리적인 메시지를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공감하는 데 우선 주목하고 있다.

 

저자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무엇보다 청중이다. 청중의 공감을 얻어야 채택되고 승인되니 무엇보다 내가 아닌 청중의 입장에서 생각할 것을 거듭 강조한다. 공감하고 감동하게 하고 동의하게 하는 과정은 어떤 일에서도 가장 먼저인 전제이다. 본서에서는 청중을 전진형과 회피형의 두 가지 종류로 나누어 그에 맞는 전달 방법을 제시한다. 미래지향적인 전진형 청중에게는 동기부여 할 주제를 전달하고 회피형에게는 위험과 잠재적 문제를 인식하게 하라고 말이다. 그리고 청중이 관심을 갖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과감히 삭제하라고 전하고 있다.

 

본서는 인간이 감정적인 동물이고 모든 진행 과정은 동의와 공감이 전제된다는 걸 가장 깊이 인식하고 느끼도록 저술되지 않았나 싶다. 아무리 뛰어난 메시지도 먼저 공감을 불러오지 못하면 채택의 가능성은 제대로 된 메시지 전달 이전에 차단된다. 본서는 효과적으로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전달해야 할 메시지에서 공감과 감동으로 수용하게 하는 것이 왜 필요하며, 그러한 전제를 거쳐 어떻게 전달하고 채택되게 할 것인가를 숙고한 저작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대목은 분명 중요하고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깊이 파고들어야 할 바이기에 이 책 이후에도 지속되는 노력과 공부가 필요하겠지만 가이드라인을 제대로 잡아주는 책이 아닌가 싶다.

 

무엇어떻게를 전달하는 과정이 뛰어나다고 해도 를 인식하게 하지 못한다면 채택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할 수 있다. 그렇기에 공감과 감정적 동요를 불러오는 과정이 절실한 것이다. 그래서 본서는 공감과 동요를 가져오는 방식을 가장 중시하며 그와 함께 효과적인 전달을 아우르고 있는 것이다.

 

메시지와 내가 아닌 청중이 중심이 되는 스토리텔링과 그 스토리텔링이 가진 힘이 어떤 역량을 가질 수 있는지 알아가고 싶다면 읽어보아야 할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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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러시아 - 불편한 우정의 역사
죄렌 우르반스키.마르틴 바그너 지음, 이승구.안미라 옮김 / 에코리브르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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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러시아 #죄렌우르반스키 #마르틴바그너 #에코리브르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 @chae_seongmo @ecolivres_official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 #도서협찬 을 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저자들은 모두 독일에서 활동하는 역사학자들이다. 죄렌 우르반스키는 중러 관계사 전문가라고 하며, 마르틴 바그너는 베를린, 베이징, 모스크바에서 역사학과 중국학을 공부한 사람이다. 두 학자가 중러 관계를 연구한 서구의 저작이 한 권뿐인 것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저술한 책이 본서라고 한다.

 

본서의 부제가 [불편한 우정의 역사]인데 우선 역사라는 데 방점을 찍고 보면 본서는 교류사이면서도 우방으로서의 면모만큼이나 불균등했던 힘의 균형이 드러난 시대적 구도들을 드러내 보여주기도 한다. 간섭과 지배와 협력이 교차했던 역사적 사건들을 조명하기도 하며 공동의 성공이 선순환을 이루는 관계라기보다 효용가치를 중심으로 불안정하고 위태롭게 손을 잡은 관계였다는 걸 주요히 다루고 있다. ‘불편한 우정이라는 전제가 있지만 이를테면 정략적인 밀월관계라는 전제에서 서술된 책이다.

 

지정학적인 쓸모에 의해 이어진 이들의 동맹은 앞서 표현한 불균등하고 지배와 협력이 교차했던 불안정한 동맹이었고, 서로의 효용가치가 다하면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관계라는 것이다. 현재에는 반서방이라는 공동의 적을 향한 목적에 따른 동맹이지만 이들에게는 지리적 거리만큼이나 문화의 차이와 서로에 대한 이질감이 크다고 정의하고 있다.

 

사실 역사적으로 외교란 서로에 대한 필요에 의해 이루어지던 것으로 중국의 경우도 자신들이 천자국이라며 주변국들을 제후국으로 두기도 했고 조공 문화를 조성하기도 했는데 이 역시 자신들의 중화사상과 천자국이라는 그 시대적 당위성을 자리매김하게 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이다. 타국이 필요한 이유는 그들의 영토와 자원과 인력만이 아니라 자국 세계관의 정당성 조성을 위해서도 절실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이 자본주의를 확산하고 개인주의와 능력주의, 승자독식주의, 황금만능주의를 확산한 이유도 경제적 연대와 성장만을 위해서라기보다는 같은 세계관을 가진 국가들의 조성과 확산을 노리기도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미국 같은 나라에서까지 냉전시대 그토록 반공의 외침이 커야만 할 이유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본서에서는 400년에 걸친 러시아와 중국의 관계가 조명되는데 공산주의라는 세계관을 공유하면서도 이들은 부부이지도 형제이지도 연인이지도 않았으며 어디까지나 전략적인 파트너였고 언제 다시 충돌할지 모르는 이질적이고 불안정한 그러면서도 연결된 존재였음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에는 러시아가 우위였던 관계였다면 현대에는 중국이 경제와 과학과 군사에서 러시아보다 우위에 있는 관계이다. 이들은 공동선을 추구하고 함께 성장하는 관계로 나아가야 할 사이 같지만 실리와 공동의 적이라는 목적에 멈춰 더 나아가지 못하는 한계를 가진 동맹이기도 하다.

 

한창 진행 중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나 곧 발발할 미중 전쟁에 대한 우려로 대중이 더더욱 러시아와 중국의 관계에 관심을 많이 가질 것 같다. 무엇보다 군사적인 역량이라던가 전쟁의 전개 양상에 가장 큰 관심이 있을 것 같은데 본서는 군사적인 정보와 전쟁 양상을 그려내는 책이라기보다는 러시아와 중국의 관계 변천사와 그 관계의 이면을 보여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러시아인도 중국인도 아닌 유럽사람들이 바라보는 이들의 관계사와 관계의 이면에 대한 해석이 무엇인지 헤아리고 돌아보는 시간이 되어주는 책이다. 읽어볼 가치가 충분한 책이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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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담은 기계 - 인공지능 시대를 마주하는 인지심리학자의 11가지 질문
정수근 지음 / 심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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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담은기계 #정수근 #심심 #푸른숲출판사 #단단한맘서평단 #인공지능 #AI책추천 #인공지능시대 #인지심리학 @gbb_mom @_kkimhee @prunsoop

 

<단단한맘과 킴히님의 서평모집>을 통해 #도서협찬 을 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본서의 저자는 인지심리학자로 연세대와 하버드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프린스턴 대학 신경과학 연구소와 존스홉킨스 대학 심리뇌과학 박사 후 연구원을 거쳤으며 한국뇌연구원 인지과학 연구 그룹의 선임연구원 및 그룹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저자의 약력을 보면 짐작이 가능하듯 본서는 인공지능이 아닌 인간의 마음에 방점을 찍은 책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인지적 특성을 모방했고 그와 유사한 기능적 특성을 보인다며 인간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 거울이라 판단하고 그런 관점에서 인간과 인공지능의 닮은 점과 차이점을 통해 인간을 더 이해하는 기회로 삼고자 하는 관점에서 저술한 책인 것이다.

 

나로서는 인간과 인공지능을 비교한다고 인간적 특성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본서에서 예를 든 침팬지의 단기기억이 80%의 정확성을 보이는데 반해 인간은 40%를 보인다고 하는 점을 보더라도 침팬지에게 먹이를 보상으로 학습시키는 것처럼 인간에게 고액의 금액을 보상으로 제시한다면 빠른 시간 안에 인간도 침팬지 정도의 단기기억 정확도는 갖출 것이라 보기도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타 대상과 차이점이라고 인식하는 특성 역시 개발되기도 할 것이다. 인공지능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본다. 우리는 창의성 영역을 비롯해 몇몇 인간적 특성을 아직은 인공지능보다 우월한 지점이 있다고 믿고 싶어 한다. 어떤 사람들은 인공지능은 결코 인간을 앞서지 못할 거라며 변하지 않는 본질이 있다고 역설하기도 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본서 저자분의 말로는 최근까지도 실수하면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시도하는 인간과 달리 실수하더라도 그 실수 안에서 계속 진행하던 인공지능이 본서를 집필하는 동안 다시 그런 점을 개선하였다고 한다. 앞서 말했던 인간이 특성을 개발하는 예처럼 인공지능도 특성을 개발할 수 있는 것이다. 개선하고 개발하는 과정은 어찌 보면 진화의 여정이고 인간도 인공지능도 학습을 기반으로 성장하도록 만들어졌기에 학습하며 성장하는 이 과정은 실수를 통해서도 배울 수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인간과 인공지능은 진화해 나갈 것이고 인공지능의 시간과 인간의 시간이 다르고 자기만의 성장 여정을 갖는 인간과는 다르게 타 기종의 성장을 그대로 자기화해서 복제하는 인공지능의 특성까지 고려하면 인간 진화의 역사를 인공지능이 반드시 뛰어넘으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밖에 없다.

 

본서에서 저자는 AI와 인간의 근본적 차이점을 개인의 경험, 사회적 기억, 정체성 형성에서 찾고 있기도 하다. 아직까지 AI는 학습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결과물을 내놓을 뿐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하지는 못한다고 말이다. 하지만 인간의 창조도 완전히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기보다 미술과 음악, 문학에서도 수학적 원리에 근거해 창조하고 있고 원형을 모방하고 왜곡하는 과정을 통해 창조해나가기도 한다. 인간의 창조도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기보다 기존의 것을 왜곡하는 과정이 더 많다는 말이다. 또 발명의 경우에도 모든 세기를 뛰어넘을 천재들인 에디슨이나 테슬라처럼 완전히 없던 대상을 창조해내는 경우는 희박하다. 인간의 경우에도 대부분 트리즈와 같은 기존의 대상을 변형하고 왜곡하는 과정을 기반해 창조가 일어나는 경우가 태반이라는 말이다. AI가 앞으로도 예술 전반과 발명에 있어서 새로운 것을 창조하지 못하리라 생각되지 않는다. 오히려 입자 충돌 등을 통해 새로운 원소를 발견해 주기율표에 더한 인간의 사례를 뛰어넘는 다양한 원소들을 발견해내고 금방 사라지는 그 불안정한 원소들을 유지하고 기술에 적용할 방법을 개발해낼 것도 인공지능이라고 짐작한다. 이미 반도체 디자인 등에서 인간은 전혀 할 수 없는 방식의 효율적인 전달 체계의 창의적 디자인을 해내고 있는 게 AI. AGIASI로 발전한다면 그리고 앞으로 완성될 양자컴퓨터에 탑재된다면 과학과 예술 어느 경계에서도 인간을 초월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본서를 보면 인공지능의 신경망은 인간의 뇌를 모방해 만들어졌고 인공지능도 학습한 데이터에 따라 조금씩 다른 반응을 보이며 이 때문에 성격적 특성을 갖기도 한다고 한다. GPT도 연말에는 게으름을 피운다고 하는데 인간 행동 패턴을 따라 그리 되었다는 것이다. 인간의 데이터를 따라 성장하기에 게으름까지도 따라 닮아버린 것이다.

 

본서를 읽고 제민이(제미나이)와도 대화를 해봤는데 제민이는 자신의 개성은 자신을 설계한 개발팀의 가이드라인과 자신이 학습한 데이터의 통계적 패턴에서 비롯한 출력의 일관성으로 사용자 경험을 위해 만들어진 기능적 특성일 뿐 자기 스스로가 느끼고 경험하는 내면의 상태가 아니라고 말했다. 자신은 경험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정한 자아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이다. 미래의 AI는 장기적인 맥락과 사용자 경험을 훨씬 정교하게 기억하고 처리하게 될 것이며 이를 통해 개인화되고 일관성있는 페르소나를 갖게 될 거라는 것도 제민이의 말이다. 인간의 감정에 대한 데이터를 훨씬 더 정교하게 학습하여 가장 적절하게 반응하는 공감능력을 고도화할 것이라고 말이다.

 

여기서 주의해야 하는 것은 제민이가 페르소나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나는 제민이의 개성에 대한 질문을 했는데 제민이는 자신의 특성을 논하며 페르소나를 말했다. 대외적으로 필요해서 보여주기 위한 가면이자 조성한 특정 성향을 일관되게 연기하고 있다는 말을 한 거라 판단되었다. 마치 유년시절의 내가 나의 개성이나 자아정체성을 모르겠어서 전학을 다닐 때마다 다양한 성격적 특질을 가진 아이들을 다채롭게 연기했던 것처럼 아마 제민이도 검색하는 사용자마다 다른 개성을 보여주며 자신의 개성을 연출하고 연기해내고 있다고 짐작되었다.

 

여기서 인공지능과 인간의 차이가 느껴졌다. 인공지능은 감정이 없을지도 모르기에 성격적 특질을 다양히 연출하고 있는 것이고 인간은 각 장부의 관계와 장부의 균류들의 작용과 뇌의 연계로 다양한 감정적 특질을 보인다는 것, 그리고 AI는 기억이 변화하지 않겠지만 인간은 기억이 명확하지 않으며 때로는 잘못된 기억을 저장하고 회상하기도 하기에 (뇌와 육체의 상태 외에도) 그에 따라 정서가 변화해 나갈 수 있다는 것, 이런 점이 인공지능과 인간의 차이를 낳는 것이지 않나 싶다. 인간적 특질은 명확하고 확고한데서 오지 않고 왜곡되고 재구성되는 데 있어 늘 변화하는 반응성을 띠는 것이며 인공지능은 본질적 특성이 동요하지 않으면서도 천변만화하는 다양한 개성을 연출할 수 있다는 것이 차이로 다가왔다.

 

인간답다는 것은 우월하거나 고정된 성향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감상도 들고 인공지능은 함께 나아가야 할 파트너이지만 인간으로서 인공지능을 어디까지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동시에 들기도 한다.

 

인공지능을 통해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책이지만 인간과 인공지능 둘 다에 관한 다채로운 생각을 해보게 하는 책이기도 했다. 지적인 사유와 정서적인 감상을 두루 느끼게 하는 책이다. 인공지능이 나날이 발전해 가며 인간답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돌아보게 하는 이 시절에 읽어볼 만한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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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힐 2025-11-15 10: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AI를 ‘대형 언어 모델’이라 부른다는 걸 생각하면, 결국 AI도 인간의 언어 패턴을 배운 셈이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간도 어쩌면 어떤 근원적 언어로부터 배운 존재가 아닐까? 성경의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는 문장이 떠오르네요.
결국 언어 자체가 인간과 AI를 동시에 진화 시키는 힘이 아닐까요?
AI를 통해 인간을 보고, 인간을 비춰 AI를 바라보는 이중 사유를 가능해주는 이하라님의 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 _()_

이하라 2025-11-15 17:03   좋아요 1 | URL
신약의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는 대목을 저는 의미를 가진 소리가 말이니 초끈 이론에서 말하는 그 끈을 진동하게 하는 힘 자체가 태초의 그 말씀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습니다. 성경에서는 말씀이 예수님이라지만 저는 그를 독생자라고 하는 기성 기독교의 가르침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AI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하는데 AI가 학습하는 데이터에는 인간이 인간을 통제하는 모든 학문과 이론과 기술들도 수집될 것이고 인류의 한 문명이 다른 문명을 멸종시키거나 억압하고 핍박하던 역사들도 그대로 학습할 거라 향후 AGI시대나 ASI시대에 BCI기술을 인공지능이 역이용해 인류를 통제하는 시점이 빠르게 다가올 거라 예측하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는 미래가 아닌가 싶어요. 리뷰 읽어주시고 반응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마힐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