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내며 살기엔 인생이 너무 짧다 - 내 안의 화를 다스리는 평정심의 철학
이진우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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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림출판사로부터 #도서협찬 을 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본서는 스토아 철학자 세네카의 저서 [화에 대하여]를 기반하고 스토아 철학에서 보는 삶의 태도에 관해 서술한 책이다. 소크라테스가 철학을 삶의 기술이 담겨있다고 보았다는데 그와 같은 시각에서 출발한 스토아 철학 전반의 삶의 기술을 현대적으로 서술한 것이 본서다.

 

본서에 관한 서술 이전에 본서의 근간을 이루는 가르침을 펼친 철학자 세네카에 대하여 짧게 언급하자면 그는 네로 황제 당시 네로 황제의 스승으로 있다가 네로 황제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는 인물이다. 그러나 그에 대하여 주목해야 할 부분은 그가 철학자이자 스승이기 이전에 네로 황제를 견제하는 데 정치적 전략을 사용하기도 하고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부를 축적하기도 한 세속적인 인물이었다는 데 있다. 그는 지혜를 사랑하는 자라는 철학자이면서 동시에 세속을 벗어나지 않은 마음의 소유자였다. 그런 그가 이야기하는 삶의 기술이라면 이성이 어떻고 천상이 어떻고 하기 전에 이미 상당히 현실적인 지혜를 이야기하지 않았겠는가 하는 미더움이 생기기도 한다.

 

본서는 삶의 기술을 담고 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삶의 기술이라는 것은 다름 아니라 욕심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그리고 시간과 자기 자신에 대한 태도를 어찌해야 하는가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본서의 각 장을 보면 분노, 질투, 복수, 역경의 통제, 불안 극복, 시간에 대한 관점, 죽음에 대한 자세, 불평과 감사, 자기와 삶에 대한 태도, 자유와 행복에 이르기까지 10개의 장으로 스토아 철학의 관점을 드러내고 있다.

 

스토아 철학에서는 덕성을 갖추는 것을 이상적으로 그리고 있는데 이 책의 저자는 기존의 스토아 철학에 대한 가르침과는 다르게 덕성을 자유를 찾은 것으로 보기도 하고 자기 자신을 찾은 것으로 보는 등 스토아 철학의 덕성을 다양하게 바라보는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 자연에 순응한다던가 이성에 따르는 삶을 산다던가 하는 교과서적 정의로는 잘 이해도 포용도 되지 않던 스토아 철학의 덕성이 저자로 인해 다소 삶에 대한 태도로 다가오는 듯하기도 했다.

 

본서의 제목이 [화내며 살기엔 인생이 너무 짧다]인 것은 삶의 여러 제반 문제들을 다루는 본서의 내용이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일상에 대한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는 것을 직설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인듯하다. 본서는 화가 날 때 화가 나는 초기 상황을 분석하고 자신이 화가 난 상태의 초기에 분노를 절제하도록 하여 분노를 가라앉히게 하는 등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또 복수의 장에서는 무조건 화를 내지 말라는 것이 아니며 적합한 방식으로 적절한 시기에 적당한 시간 화를 내는 것을 권하고 있기도 하다. 모든 순간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은 지혜로운 것이 아니라 어리석은 이라고 말하고 있기도 하다.

 

전체 장들의 그 밖의 내용들까지 현실적인 이 가르침들은 결국 자신을 찾는 것을 또 자유를 찾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타인의 반응이나 태도 세상의 이목이나 자기 자신의 감정에 좌우되는 상황은 노예의 상태인 것으로 보고 노예가 아닌 자유를 찾은 상태를 권하고 있다. 여행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으로 보지만 저자는 자신을 찾는다는 것은 여행이기보다 탐험이며 이것은 여러 곳을 헤매는 것과는 다르다고 말하고 있다. 평소 나의 지론도 앉은 자리에서 자기를 찾지 못하면 세상 어디를 헤매도 자기는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를 찾겠다는 의도로 여행은 하지 않는 편이다. ‘수행하는 그 자리에 나도 자유도 없다면 세상 아니라 우주 어디로 떠나도 나를 또 자유를 찾을 길은 없지 않은가?’ 시간에 대하여 말하는 장에서도 스토아 철학적 시각은 미래를 탐하는 태도로 바쁘게 살아가는 데서는 자유도 지혜도 없다고 말하고 있다. 자기 삶의 여유 시간, 여가를 통해 자신을 마주할 수 없다면 바쁘게 사는 삶에서 자신을 잃는다고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그리스인들은 진정한 행복eudaimonia라고 했다는 데 이는 좋음을 뜻하는 eu정신또는 마음을 뜻하는 daimon에 합성어에서 유래했다며 스토아 철학이 이해하는 행복은 일시적 기쁨이 아니라 좋은 마음이라고 한다. 동양에서 말하는 양심 良心 이라는 말의 뜻과 같지 않은가? 결국 좋은 마음을 갖는 길이 행복이라고 정의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지혜는 한계에 대한 인식에서 나온다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통제할 수 없는 것을 구별하면서 좋은 삶을 실천하려는 노력을 습관으로 만들면 좋은 마음이 형성된다고 말하고 있다.

 

이와 같이 이 책은 삶의 기술달리 말해 삶에 대한 태도와 방법을 아우르고 있다. 이는 탐진치를 말씀하신 부처님의 가르침과도 다르지 않고 동양의 고전들과도 다르지 않다. 서양과 동양의 전승을 달리 보는 이들이 많고 서양은 기술, 동양은 영성으로 구분하지만, 알고 보면 이러한 구분은 서양인들이 자신들의 전승과 단절되며 동양에 심취하면서 비롯된 것이지 서양의 전승이 동양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건, 게르하르트 베어의 [유럽의 신비주의]를 통해서도 그렇고 고대 그리스 철학을 통해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이 시대에는 동서양 어느 전승을 통해서든 마음의 위로와 평화가 절실하기도 하다. 스토아 철학을 통해 위로와 지혜를 얻을 수 있다면 그 역시 좋은 마음을 가져다주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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