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의 힘
장석주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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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이 지각되는 바대로 존재한다면, 시인은 그 지각의 특이성과 확장성으로 주목받는다. 시인이 드러내는 지각의 특이성은 항시 다르게 보기, 낯설게 보기의 결과로 나타난다."


"시인은 한 사람의 생애를 살되 한 사람으로 살지 않는다. 한 시인은 여러 사람으로, 여러 겹의 생을 살아낸다."


"시는 씌어지면서 지워진다. 이것이 시가 품은 비밀스러운 내면성의 원리이다. 정작 시에서 씌어진 것들, 언표된 표면은 아무 의미도 갖지 못한다...중략... 시들의 표면은 심층을 갖지 않는 한에서 명료하고, 무의식의 외침 같은 다양한 선을 머금은 심층을 갖는 한에서 모호해진다. 시력이 나쁜 비평가들은 그 난해와 모호함이 만드는 강렬함을 견디지 못한다."


"좋은 시는 항상 말의 부재 속에서 나타난다."


"시인들은 말을 모으는 자들이 아니다. 시는 말을 채집하고 그것을 쌓아두는 일이 아니라, 말을 버려서 의미의 부재에 이르게 한다."


""시의 언어는 기능하는 것이지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시는 언어가 가진 불가능성의 가능성을 쓰는 언어 놀음이다. 당연히 시의 한계는 언어의 한계와 맞물린다."


"시는 불가능성의 가능성을 뚫고 우리에게 온다. 좋은 시들은 예외없이 해석할 수 없는 심연을 갖고 있다. 시는 해석의 불가능성을 품고 있을 때 지속성을 얻는데, 이는 시가 말할 수 없는 것의 "말함"이기 때문이다."


"시인을 '견자(見者)'라고 한다....중략... '봄'과 '앎'은 본디 하나다. 시가 태어나는 찰나는 의식이 작동하기 이전에 이미 그 대상이 마음에 도착함으로써 가능하다. 그 찰나는 기지의 것에서 미지의 것을 직관하는 순간이다....중략... 시인은 이 빛, 이미지로 온 것에 언어를 덧입힐 뿐이다. 시인은 창조자가 아니라 우리 주변에 즐비한 것들의 발견자다."


장석주 시인은 은유를 더욱 독해하기 어렵게 만들어 버리는 이 책을 쓰고서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을지 모르겠다. 시인은 철학자가 되어야 한다거나 시인을 이 시대의 샤먼이라한다거나 하는 경우까지는 그렇다해도 시는 몸으로 쓰는 것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그들에 대한 설명이 이 책의 전반이라고 말해도 될 듯 싶다. 이 책을 한번 읽고서 이해가 쉽지 않아 바로 다시 읽기 시작한 분도 있다고 하는데 두번 읽는다고 별다를 것 같지 않은 난해와 모호함이 깃든 책이다. 시가 좋아 간혹 시를 쓰기도 하지만 나라는 사람은 시력이 나쁜 비평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지 이 저작의 난해와 모호함이 견디기 쉽지 않았다. 이 책을 깊이 이해하는 분들이라면 철학자도 이 시대의 샤면도 되기에 합당한 분들이지 않은가 싶다. 시인에 대해서도 시에 대해서도 뭔가 아련해지면서도 설익은 이해가 교차하게 하는 저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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