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이 아닌 선택
디오도어 루빈 지음, 안정효 옮김 / 나무생각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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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무게에 짓눌려 의식도 영혼도 해체되어버린 것 같은 시절에 나는 웃고 있었다. 하지만 그 시절의 웃음의 거의 전부는 조커의 입꼬리 같은 것이었다. 더이상 그런 분장마저 못견디게 되자 나는 산산히 해체되어버리고만 싶었다. 하지만 내안 깊은 곳에서는 삶에 대한 바람이 아직 남아 불어대고 있었던지 자의와는 상관도 없이 놓여진 낯선 책장에서 (두번의 개정이 거치기전인 당시의 )이 책을 꺼내들게 되었다. 나는 내가 지금 많이 아픈 상태인 것을 새삼 실감했고 죽음으로 향하기 전에 이 아픈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는 여린 희망을 품었더랬다. 


그리고 내가 바라던 마지막 하나의 소망을 완성시키고자 나 자신의 죽음을 유예했다. 그리고 미치기에 적절했던 시기만큼의 깊은 수행과 방황을 교차했고 그 이후 병자가 되어 나태한 시절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 지금 이 책을 다시 한번 접하게 되었다. 


개정을 몇차례나 지나면서도 김유정문학상 수상자이자 제1회 한국번역상 수상자인 역자의 번역에 손을 대는 것이 누라고 생각한건지 직역투의 이해가 쉽지 않은 번역체는 여전했다. 하지만 역자가 원저자의 의도를 훼손하지 않는 최선의 번역이라고 이리 번역한 것인지 어떤 대목들은 깊은 일깨움이 있는 책이다. 


과거에 이 책은 내게 내 상태가 자기증오 상태라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고 세상과 나, 사람들과 나에게 있어 내가 품는 좌절감을 다소 포용하게 되는 계기가 되어 주었다.


지금 이 책은 내게 내가 하던 타인들이 나를 비웃도록 나 스스로가 자처하는 행동을 반사적으로 하는 것이 자기증오의 늪에서 아직 헤어나오지 못해서라고 이야기 해주고 있다. 


나는 아직 저주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젠 그만 저주가 그쳐 주어도 괜찮지 않을까? 일생의 태반이 저주받은 상태였는데... 천형과도 다를 바 없던 생이었는데... 이젠 그쳐도 되는게 아닐까? 내가 나를 수긍하고 인정한다. 버텨내지 못하던 삶이지만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장하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인정은 한다. 관용... 그런 건 너무 오래 뒀다 쓰는데 우선 자기에게 써보아야겠다. 


오래 전 이 책이 내게 한줌의 물이었다면 이젠 한모금의 물은 되어주는구나 싶다.

"비하를 시키든 이상화를 하든 어떤식으로든 자아를 왜곡시키는 행위는 실질적인 자아를 거부하는, 즉 결과적으로 자기를 증오하게 되는 원인이 된다. 자신의 능력을 극소화시키거나 무시하는 행위도 그보다 덜 심하지도 않고 더 심하지도 않은 자기증오다. 자아에 관련된 현실을 거부하면 그 형태가 어떠하거나 간에, 그것은 항상 자기증오다. 그 왜곡이 어떤 형태를 취하거나 간에, 현실을 왜곡시키는 행위는 항상 실질적인 자아를 파괴하는 반사작용을 일으킨다."

"자신에 대한 참되고 실질적인 요소를 직접적이거나 간접적인 어떤 방법으로 해치거나 훼손하거나 소모시키거나 분리시키는 그릇된 믿음을 바탕으로 삼은 모든 생각이나 느낌이나 행동은 자기를 증오하는 과정의 한부분으로 간주해야만 한다."

"억제된 분노는 심한 우울증으로, 그리고는 극단적으로 병적인 생각들과 환상들로 바뀌기도 한다. 억제된 분노는 또한 다른 감정들을 가로막는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 분노했으면서 그 사실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사랑을 느끼거나 또는 정情을 느끼고 표현할 능력이 결여되는 경우가 아주 많다.
어쨋건 과장된 억제는 자기거부의 한 형태고, 이러한 과정 자체는 자기증오로 간주되어야만 한다."

"의식적인 자기증오하고는 달리, 무의식적인 자기증오는 전체적인 성격을 띠어서, 인격의 전부와, 생활양식과, 인간관계의 모든 양상에 영향을 끼친다."

"자기증오는 어떤 형태를 취하거나 간에 자아에 대한 공격들로 이루어진다."

"자신을 증오하는 강렬한 감정에 빠진 어떤 사람들은 그들이 존재했었다는 모든 흔적을 모조리 없애버리려고 시도한다."

"우리들이 자신을 가혹하게 처벌하는 강렬함과 깊이는 거의 제한이 없을 정도다."

"간접적 및 직접적인 자기증오는 개체성을 파괴하는 상호 보완 효과를 가져와서, 전반적으로 자신을 증오한다고 흔히 인식되는 그런 인간형을 만들어 놓는다."

"자기증오를 촉진시키고 확대시키는 작용을 전면적으로 조금이라도 더 깊이 이해하려는 시도가 때로는 보다 깊은 우울증과 심지어는 자살을 유발할지도 모른다."

"우리에게 중요한 사람들에 대한 환상은, 조금 과장할 경우, 그 속에 쓰라린 실망과 다른 사람들에 대한 증오와 자기증오를 침전시키는 거대한 저수지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인간이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가 없게 마련이고, 만일 그것이 가능하다고 해도 ‘완벽‘해질 가능성은 없으리라. 우리는 다만 삶을 계속할 따름이다."

"우리들이 기억하는 어린시절의 어떤 특정한 ‘사건‘은 그 사건에 대한 우리들의 ‘감정‘, 그리고 그 감정으로부터 자라나게 되는 기분과 시각만큼은 중요하지가 않다."

"물론 중대한 정서적인 고민거리의 해결을 위해서는 발견 이상의 투쟁이 필요하지만, 발견 자체도 대단히 강력한 치료 수단이다."

"어떤 형태거나 간에 자기증오를 잘라내려는 노력은 그 자체로서 당장 개선되는 상황을 나타낸다."

"참된 선택이란 항상 내적 및 외적인 강요로부터의 자유를 기본으로 삼는다. 다른 사람들이 어떤생각을 할까 하는 두려움과 자책감의 두려움에 바탕을 둔 선택은 가짜 선택이며, 자기증오로부터 생겨나고 자기증오를 뒷받침한다."

"그들 자신의 존재를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들 자신과 하나의 존재가 아니다. 그들은 그들을 휩쓸어버린 자기증오와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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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3-30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신을 증오하는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 그리고 세상에 향한 분노감이 쌓여 있어요. 자신의 상황이 절망적으로 느끼게 되니까 세상마저 미워 보이는 거죠. 이런 사람들이 방화나 살인 같은 극단적인 일을 저지릅니다.

이하라 2017-03-30 17:10   좋아요 0 | URL
그런 사람들도 있을테지만 자기파괴적인 형태도 많은 것 같습니다 자학이나 자살의 형태로 자기증오가 드러나는 경우도 숱하지요 게다가 대다수의 이들에게 조금씩은 자기증오적인 면이 있다는게 이 저작의 내용이더군요

마르케스 찾기 2017-04-01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하든 이상화든 하는 것이 어떤식으로든 자아를 왜곡하는 행위가, 실질적인 자아를 거부하는, 자기를 증오하게 하는 원인까지 된다니... 비하는 그렇다쳐도 이상화도?
책의 단어들이 명사화가 많아서ㅋ
읽기에.. 다소 현학적이라 불편하고 뭔 말인지 잘 모르겠지만,, 지금 이동중이라 집중을 하지 못해서 일까요?ㅠㅠ
다시 찬찬히 잘 읽어볼께요
뭔지 모르겠지만 실질적인 자신의 본모습을 받아드리자는 것 같기도 해서 다시 읽어봐도 좋을 듯 하여,,,

이하라 2017-03-30 19:12   좋아요 0 | URL
저도 읽으면서 난독증 걸리는 줄 알았습니다 몇차례 개정판이 나왔기에 번역이 좀더 읽기 편하게 된 줄 알았는데 여전하더군요 있는 그대로의 나를 믿고 사랑하라는 것이 저자가 하고픈 말 같았어요

마르케스 찾기 2017-03-30 19:19   좋아요 1 | URL
그러니까요ㅋㅋ
‘실질적인 자아‘라는 말보다 ‘있는 그대로의 나‘라는 말이 더 와닿는 데,,, 굳이
요새는 법률용어든 의학용어든 쉬운 단어로 쓰자는 쪽으로 바뀌어 가는 추세이건만ㅠ
지나친 명사화로 인해 다소 불편하고 현학적 태도를 취하는 듯하여 빨리 와닿진 않았지만ㅋ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의도는 알것 같았습니다 아니 의도만 알 것 같아서... 이동을 끝내고 다시 찬찬히 읽어봐야 할 것 같아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