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이 조종되고 있다 - 합법적 권력은 가난을 어떻게 지배하는가?
에드워드 로이스 지음, 배충효 옮김 / 명태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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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빈곤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꿀 필요가 있다. 가난한 사람들의 특성에 집중하는 관점에서 벗어나 정치 경제의 역학관계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개인의 결점에서 사회제도의 결함으로 관심이 초점을 옮겨야 한다."


이 책의 결론에 이르러 저자가 자신의 주장을 마무리 짓는 과정에서 한 이야기다. 이어서 저자는 말한다.


"빈곤은 구조적인 문제이며 구조적인 해법을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다. 구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빈곤은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외부요인, 즉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인 압력에서 기인한다"

 

이 논지를 책의 서두부터 주장하는데 처음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완전히 공감하지 못했었다.


저자가 빈곤층에 대한 편견으로 '불평등에 관한 유전학적 이론'(빈곤층은 유전적으로 특히나 지능이 열등해서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이론)과 '빈곤문화론'(특정 문화는 다른 문화에 비해 경제적 성취를 이루기에 더 적합하다는 이론), '인적 자본론'(가난의 원인은 가난한 사람들의 낮은 교육수준과 기술 및 경력 부족이라는 이론)을 들며 이를 하나하나 논박하면서 저자의 주장이 전개된다. 사실 유전학적 이론은 믿지 않았으나 빈곤 문화론이나 인적자본론은 다소 타당한 관점이 아닌가 싶었었다. 하지만 저자의 주장을 듣고 보니 얼마나 편협한 견해를 가지고 있었던 것인지 반성도 되었다. 


사회복지가 제구실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아픈 가족이라도 있으면서 거주지에서 먼 거리의 직장을 출퇴근해야 하는 저임금 노동자의 신세라면 더 나은 직장으로의 이직을 위한 교육 등 자기 자신의 인적자본을 상승시킬 어떠한 노력도 불가능하다 싶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가난을 벗어날 노력을 할 여건을 갖출 수 없다는 말이다.


고작 이것만으로도 개인이 아닌 구조적인 문제인 것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저자의 이후 주장들은 사실을 알아가기가 비참하고 참담한 심정을 안겨주었다.


"1989년에서 2000년 사이 노동자들의 시간당 임금은 5.9% 감소한 반면, 최고 임원들의 평균 보수는 무려 342%나 증가했다. 그리고 2006년에 대기업 최고 경영자(CEO)들의 보수는 일반 노동자들 보수의 364배에 달했는데..."


"1968년에서 2004년까지 기업 수익은 85% 증가한 반면 최저임금은 41% 감소했다. 그리고 1980년에서 2004년까지 최저 임금 대비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평균 소득은 97배에서 952배로 급증했다."


이 대목들은 세계화에 반대하는 『위대한 전환』이라던가 『야만의 주식회사 G8을 말하다』같은 류의 저작들에서 흔히 언급되는 관점이라 놀라울 바는 없었다.


"오늘날 부와 명성을 선망하도록 부추기는 광고의 영향 아래에 놓여 있는 미국인들은 '시민문화'를 팽개치고 '소비주의 문화'에 매몰되어 있다."


"돈과 권력의 만남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는 미국 정치의 우편향성을 더욱 강화 시켰다. 미국 정치는 노골적인 돈놀이가 되었다."


"빈곤문화에서 집착하는 가난에 대한 관습적인 견해는 빈곤 문제의 다른 일면, 즉 미국의 주류 문화가 특히 정부정책에 미치는 막강한 영향력을 통해 빈곤층의 지원과 기회를 제한하고 있다는 사실을 무시한다."


"구조주의자들의 반대에 직면하면서도 개인주의가 아직도 지배이데올로기로 군림하는 것은 개인주의가 권력층이 힘을 실어주는 이데올로기이기 때문이다."


"언론인들은 가난문제가 서로 다른 '이해관계의 충돌'이자 '정치생활의 목표와 가치를 두고 벌이는 충돌'이라는 사실을 외면함으로써 가난문제를 비정치화한다."


"(샨토) 이엔거의 주장에 따르면, 텔레비전에서 뉴스 보도가 어떠한 식으로 가난문제를 대중에게 전달하는냐에 따라서 가난의 원인과 처방이 무엇인지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달라진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사이에 주류 언론 매체는 지배이데올로기의 편에 선다. 주류 언론은 가난의 구조적인 원인들을 조명하지 않고, 사회에 만연한 개인주의적 관점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1970년대 초부터 부유층 기부자들은 보수주의 운동을 진작시키고 여론을 우파 쪽으로 돌리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기업과 재단의 대규모 지원을 받는 보수주의 싱크탱크들은 우파들이 무기고에 비축해둔 강력한 무기이다."


"사회제도는 권력집단에 호의적이고, 집단은 축적한 재원을 내부구성원에게 돌리는 성향이 있으므로. 특권집단에 속한 사람들은 과분한 이득을 누리고, 비특권 집단에 속한 사람들은 부당한 고통을 받는다."


"가난은 자업자득의 결과가 아니라 빈곤층의 요구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정치시스템의 실패 탓이다. 불평등이 점점 더 심화하는 이 시대에 정치인들은 경제적으로 고통받는 미국인 수백만명을 돕기 위해 적극나서기는 커녕 오히려 빈부격차만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대중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지 못한다면 빈곤을 퇴치할 수 없습니다. 빈곤 퇴치는 사상전쟁이고, 이미지 전쟁이며, 스토리 전쟁입니다." - 복지 운동가 테리 매과이어


"빈곤은 권력행사를 통해 만들어지고 유지되기 때문에 오로지 반대로 작용하는 권력을 동원해야만 근절할 수 있다."


"가난한 사람들이 자력으로 일어서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그러한 노력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혼자서 고군분투할 것이 아니라 집단적으로 행동해야 하고, 순전히 개인적인 노력이 아니라 정치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 책은 미국의 빈곤문제를 다각도에서 조망한 빈곤문제에 대한 저작이다. 하지만 음모론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음모론적인 내용인지 모르겠다. 생각해보면 사회에서 주도권을 잡은 세력이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하고자 함은 당연하고 기득권층이 노블리스오블리제가 아닌 자신의 영구한 권력을 보존하고자 한다는 것도 이해력을 뛰어넘는 주장이 아니다. 돈이 권력인 시대는 이 시대만은 아니겠지만 이 시대에는 전방위적인 금권의 천하가 아닌가? 


이러한 불균형을 바로 잡자면 조금 늦었다해도 다수가 다른 방식으로 권력을 운용할 수 있을 제도적 장치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전세계 부의 절반 가까이가 고작 몇십명의 손아래 놓여있는 현실에서 불평등을 해소하자면 지금까지의 가치관으로는 어려울 것이다. 다수가 연대하고 함께 부조리를 헤쳐나가려면 직접민주정치로의 혁명과 빅데이터 운용의 권한을 다수가 갖는 혁신이 필요하다. 과거부터 거대 소비자연대라는 개념으로의 전세계 연대를 기대했었는데 마크저커버그가 말한 글로벌공동체와 다름 아닌 초거대 공동체로의 연대와 변화가 절실하다. 초대량실업자들을 양산하게될 시대상황이 온다면 빌게이츠씨 말마따나 로봇에게 소득세를 물리는 방법도 대참사를 막는 길일 것이다. 다소 엄두가 나지 않는 혁명이지만 시대상황은 명확히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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