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시사회 - 내일을 팔아 오늘을 사는 충동인류의 미래
폴 로버츠 지음, 김선영 옮김 / 민음사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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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팔아 오늘을 사는 충동인류의 미래'라는 소제목이 의역된 도서명 '근시사회'의 아래에 있다.

개인 소비문화가 어떻게 공동체의 공존 의식을 짓밟은 채 개인의 자아충족만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흘러가는지를 짚으며 저자의 논리가 전개된다. 그로부터 시작하여 기업과 금융경제, 의료, 정치 전반에 흐르는 근시안성에 대해 충동사회라며 지적하고 있다.


문명화의 역사를 '지속적인 문명화를 위해 개인의 충동성과 근시안성을 억누르도록 사회가 능숙하게 설득하거나 강제하는 과정 혹은 개인이 그렇게 하도록 점점 능숙하게 유도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라는 저자의 관점이 저자가 충동사회라 부르며 지적하는 이 세계에 대한 해석을 불러온 것일 거다. 그리고 그러한 저자의 주장이 무척이나 설득력 있게 책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


시장과 자아의 통합, 편협한 이기적 만족, 자아 만족감, 자아표출, 자기애적 성향, 자기추적 기술(칼로리 계산부터 일상 전체를 대중에게 중계하다시피하며 자아를 표출하고 자기가 원하는 것만을 빠르게 소비하며 살아가는 것), 쾌락원칙, 도마뱀뇌의 작용(대뇌변연계의 작용으로 장기적 이익과 지금 이 순간의 단기적 이익 사이에서 단기적 이익이 우선하게 되고 강렬하게 이 순간의 이익 취득에만 주력하게 되는 것) 등 다양한 표현으로 이 세계가 근시안적이며 충동적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저자의 주장과 논리 전개가 너무도 설득력 있어 무척이나 가독성이 높은 저작이다. 번역자의 노고가 감사한 저작이기도 하다.


사실 이 도서에 대한 사전 지식 없이 목차도 보지 않고 읽다 보면 그러한 근시안성이 소비활동과 금융경제, 기업 운영(기업이 인수합병과 자사주 매입 등 주가수익률 우선으로 자본효율성을 우선시하는 것)에 대한 저자의 논지가 의료와 정치로까지 이어지는 것에 놀라고 말 것이다.


'우리의 정신적 편향과 이것을 정교하게 이용하는 방법에 대해 알게 될수록, 이러한 자기중심적 경제를 더 지속 가능하게 하거나 단지 정상으로 돌려놓는 일이 점점 더 힘들어질 것임을 깨닫게 된다.' 


'어떻게 보면 자기애적 성향은 충동사회에 대한 그리고 이제 장기적 헌신이나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를 인정해 주지 않는 세상에 대한 논리적 반응이다.'


'유권자들은 정치를 자아표출과 정체성 형성, 정서적 만족을 위한 또 다른 영역처럼 취급하도록 권유받는다.'


의료와 정치부문은 사실 한국의 입장과 크게 공감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공감 가는 소소한 부분들이 저자가 든 미국의 사례와 앞으로 크게 닮아갈 여지가 있을 가능성이 있기에(의료민영화 등) 우려되기도 한다.


후반부의 '나 자신을 위해서만 존재한다면 나는 무엇인가? 지금이 아니라면 언제란 말인가?'라는 저자의 말이 공감되기도 하지만 저자는 의례 많은 이들이 현시대에 대한 해결책이라며 내놓는 미심쩍은 대응안 보다 나은 무언가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문제를 지적해주는 것만으로도 대중이 문제가 무엇인가 의구심을 갖다가 명백히 문제를 인식하도록 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울 일이 아닌가 싶다.


저자와 같이 현시대에 대한 의구심이 또 질려버릴 자아표출 욕구가 문제를 인식하도록 해주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릴 것 같지는 않다. SNS 사용률과 가입률이 감소하고 있으며 SNS를 다시 사용하고 싶지 않다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그렇고 시민들이 일어설 유럽과 미국도 대통령 하야를 외치며 촛불을 든 한국도 그렇고 시민들이 느리게라도 일어설 때는 일어서기 때문이다. 


너무 늦었다고 생각할 때라도 주저앉아버리면 변화의 기회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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