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 아노크라시, 민주주의 국가의 위기
바버라 F. 월터 지음, 유강은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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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가 [아노크라시, 민주주의 국가의 위기]인데 내전은 민주주의 국가만의 위기는 아니겠지만 국가 간의 전쟁을 제외하면 민주주의 국가가 처할 수 있는 가장 큰 위기인 건 맞는 것 같다.

 

저자는 캘리포니아 대학 글로벌 정책전략, 국제관계 당당 교수로 내전, 정치적 폭력, 테러리즘 분야의 전문가라고 하며 세계은행과 유엔, 미국국방부와 국무부에 적극적 조언을 하는 고문이자 미국 다수 언론매체에 글을 기고하고 있다고 한다.

 

저자의 전문 분야이지만 이 분야에 대한 또 현대사에 대한 기본 지식이 부족한 나와 같은 이들을 제외하고는 많은 이들에게 상식적인 내용일 것 같다. 나 역시 이 책에 대부분의 내전 상황들을 시사 프로그램과 역사 대중서들을 통해 이미 알고 있던 대목들도 적지 않았다. 다만 저자의 시선이랄까 관점이 참 상식적이라 다소 김이 새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본서에서는 미얀마, 싱가포르, 에티오피아, 유고슬라비아. 크로아티아, 북아일랜드, 이라크, 우크라이나, 기타 등등의 다양한 국가들의 경우가 사례로 등장하고 이들 국가가 내전 상황에 빠진 이유를 종교, 민족, 인종, 계층 등 다양한 양식으로 인간이 차이를 인식하는 부분들에서 찾고 있다. 그러다 마지막 즈음에서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내전 상황을 지나치게 된 이유를 정치적 역량과 사태 수습의 적절함에서 찾고 있다. 미국을 예시로 들면서 선진국에서도 인종 갈등 외에도 정치 성향의 차이까지 차이가 드러나는 다양한 부분들이 내전 상황을 초래할 여지를 자아내고 있음을 주지시킨다. 그러나 이런 시각 이상의 대안 제시는 하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 제목 그대로 [내전이 어떻게 일어나는가] 하는 부분에 주목했다는 의의 이상을 본서에서 찾기는 어렵다. 차이를 인식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의 시선을 주목하도록 해 갈등을 증폭할 수 있는 정치가가 있다면 제3 국가와 개도국, 선진국을 가리지 않고 어디서나 내분과 내란이 유도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러한 갈등의 요소를 딛고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는 정치가가 대두된 정부가 있어야만 갈등이 해소되고 내전 상황에 대응하거나 방지할 수 있다는 결론 정도가 본서의 내용에 전부라고 볼 수 있다.

 

사실 인간은 평등을 희구하지만 인간이 완전한 평등을 구축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생각된다. 차이를 인식할 수 있다면 그 어디서나 불평등하다는 자각이 뒤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수준의 체격, 외모, 운동기능, 지능, 예술성, 재치와 사교성 등 대부분의 조건을 맞춤해 인간을 디자인해 출시할 수 있는 유전자 기술이 등장해 인간이 평준화된다고 해도 그리고 경제 상황 역시 비슷한 수준으로 조성되어 살아갈 수 있다고 해도 결국 인간은 불평등을 인식할 것이다. 차이에서 열등감이나 자만을 느끼도록 인간은 원천적으로 그렇게 제작되어 있기 때문이다. 인간에게서 감정을 완전히 없애버린다면 모르겠지만 감정과 지성과 의식이 고르게 갖춰진 인간이라면 그리고 해탈 상태에 머물지 않는 인간이라면 누구라도 어느 순간에나 타자에 대한 우월감이나 열등감을 느낄 수 있는 문제다. 그렇다고 이런 갈등은 법이나 윤리만으로 무마되는 것도 아니란 걸 모두가 잘 알고 있다. 물론 발전한 미래라면 이런 차이와 불평등의 인식이 내전이나 내분으로 이르지는 않을 것이라 짐작되기는 한다. 하지만 짐작이 다 맞는 것은 아닐 것이다. 과거의 선조들도 현대의 우리가 이런 수준일 것이라 짐작하지는 못했을 것처럼 말이다.

 

이런 인간의 속성이 드러나 차이를 인식하고 자기나 자기가 속한 집단 밖의 타자나 타 집단을 향해 폭력성을 드러낼 때, 갈등의 증폭이 폭력으로 야기 될 때 우리는 전쟁이나 내전이나 내분이나 테러를 겪게 된다. 나 또는 우리와 타자, 타집단 사이의 갈등이 폭력 양상일 때를 우리는 테러나 전쟁이라고 부르며 그것이 애초에는 하나의 집단으로 인식되던 이들 간에서 벌어질 때 내분, 내란, 내전으로 지칭한다. 인간은 갈등 속에서 발전하는 존재이기에 이런 갈등 상황이 순조롭게 완만하고 포용적이며 문제 해소의 과정으로 순리적으로 이어지면 좋을 수도 있을 것이나, 모든 갈등이 발전 지향적으로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죽은 자는 살아 돌아올 수 없고 망해서 타국에 국가가 흡수된 상황은 이후의 향방을 아득하게 만든다. 그렇기에 문제 해소의 완벽한 법을 알지 못하고 순조로운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다고 해도 이 문제에 대해 주목하고 주시하며 공론화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향방도 어디를 향할지 모를 것처럼 보인다. 타국가에서의 이와 같은 사례들을 볼 때 우리 역시 순조롭게 해소될 여지는 보이지도 않는다. 그렇기에 본서에 더 주목해야 하고 사유할 꺼리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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