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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이전 우리옷 한복 이야기 ㅣ 한복 이야기
글림자 지음 / 혜지원 / 2018년 9월
평점 :
[일러스트로 보는 일본 복식 문화와 역사]를 보며 상당한 힐링 효과를 느껴 보았어서 저자의 전작들이 무척이나 탐이 났다. 그래서 저자의 전작들 가운데 무엇부터 볼까 하다가 [조선 이전 우리옷 한복 이야기]와 [조선시대 우리옷 한복 이야기]를 선택하게 되었다.
시대순으로 본서부터 보게 되었는데 읽고 보니 시대순보다는 조선시대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았겠구나 싶었다. 우리 전통 의상에 대한 기본지식이 없다 보니 본서에 등장하는 옷의 부위별 명칭 등이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자가 ‘책을 마치며’에서도 시대순보다는 조선시대부터 읽기를 추천하고 있고 온라인서점의 책 소개에서도 조선시대부터 추천하고 있던데 내가 주의를 못했던 것 같다. 다른 분들께서는 ‘조선 이전’보다는 ‘조선시대’부터 시작하시길 권해드린다. 복식에 대한 이해에서 그게 좋을 것 같다.
이 책은 복식학을 전공했거나 한복에 대한 전문서에 대한 상식이 이미 있는 분들보다 처음 들어서는 초심자들을 위한 책이라고 저자분이 이미 말씀했는데. 감상으로는 우리 복식에 대한 기본을 이해하기에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싶었다. 나부터가 우리 복식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혀 없는데 이 책을 읽으며 알게 된 바만으로도 상당히 흡족한 만족감을 느꼈다. 물론 난 복식에 대한 지식보다는 힐링 효과를 노렸지만 말이다. 다만 [일복 복식 문화와 역사]를 읽을 때는 일본 문화와 역사가 간략하게나마 전달되던 것에 비해 본서는 복식만 등장하다 보니 조금 단조롭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아마 우리 선조들의 복식에 대한 책이다 보니 상식 차원에서의 역사 지식은 있을 거라 믿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우리 복식을 언급하면서도 중국의 역사 흐름에 따른 복식과 일본의 복식, 베트남의 복식, 그리고 몽골의 복식도 간간히 등장하며 우리 복식이 이민족의 복식과 주고받은 영향을 살짝 언급하는 것도 재밌었다. 삼국시대부터 고려시대까지 중국의 한푸에서 받은 영향과 우리 복식은 원래 중국의 한푸보다 몽골의 복식인 델 양식에 가까웠다는 것 그리고 원나라 시기 몽골에 고려의 유행이 전해져 고려양이 원나라에 유행하기도 했다는 것도 새로웠다. 몽골의 공주들이 고려에 시집오면 공주, 장공주, 대장공주 등으로 불리웠는데 그들이 머리에 쓰던 몽골어로 ‘복타크’라고 하는 고고관이 조선시대로 넘어오며 족두리로 변해 전해졌다는 설이 있다는 것도 재밌게 다가왔다. 한푸는 허리띠를 하고 몽골은 흔히 우리가 말하는 저고리 고름 같은 옷에 달린 띠나 단추로 옷을 여미는데 시대에 따라 우리 복식이 영향을 받는 바가 다를 때가 있었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옷을 왼쪽 여밈하는지 오른쪽 여밈하는지가 시대마다 외래 문화 유입에 따라 달라지는 것도 흥미로웠다.
무사들의 갑옷도 시대마다 달라지는 것이 대세가 되는 외래 문화에 따라 달라진 것이 신기했다. 갑주(갑옷과 투구)도 복식도 일본에 영향을 일방적으로 준 것만이 아니라 일본에서 역으로 유행이 전해진 때가 있었다는 점도 신선한 정보처럼 느껴졌다. 다만 내가 이미 알고 있는 가야 시대 갑옷에 대한 정보가 등장하지 않아서 다른 부분에서도 넓거나 깊게 정보를 전하기보다 간략하게 상식선에서 소개한 것이겠구나 싶어 아쉽기도 했다. 그리고 삼국시대는 의복 전통을 참고해 저술하려 했어도 남아있는 자료나 증거가 거의 없다 보니 저자가 종종 어느어느 유적과 유물을 참고해 추측했다며 제시하는데 그게 상당히 진솔하게 여겨졌다.
삼국시대만이 아니라 발해든 고려든 당시 복식을 현대에 그 당시 그대로 구현해낼 수는 없지 않겠나. 자료만으로 구현하기에는 남아있을 유물이 거의 없을 시절들이니 말이다.
그림을 통한 힐링을 많이 기대했는데 ‘고대’라 색감이 화려하게 그려져 있지 않아 다소 아쉬웠다. 하지만 고대의 복식들을 대하며 상상하고 마음으로 그려보며 상당히 자유로운 느낌도 들었다. 이러다 일러스트 복식 책들에 덕후가 되어버리지는 않을까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