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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세계사 : 사건편 2 - 벗겼다, 세상을 뒤흔든 결정적 순간들 ㅣ 벌거벗은 세계사
tvN〈벌거벗은 세계사〉제작팀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4년 6월
평점 :
이 시리즈는 어쩌다 다 보게 되었는데 근간에 권력자편과 사건편 2가 이어서 출간되었길래 기다리다가 사건편 2부터 읽게 되었다. TV를 주당 드라마 한두 개와 음악 방송 하나 정도를 제외하고는 안 보는 편이라 [벌거벗은 세계사]도 방송보다는 책으로 보고 있다. 방송도 재밌을 것 같지만 책이 더 편한 게 사실이긴 하다.
이번 사건편 2는 다섯 번째 스페인 내전과 여덟 번째 도쿄재판 그리고 아홉 번째 CIA가 가장 흥미로웠지만, 신화와 그리스 민주주의를 연계한 첫 번째를 비롯해 전편이 모두 몰입할만한 내용이었다.
첫 번째. 프로메테우스 신화를 소개하려 그리스 신화 전반을 간략하게 짚고 나서 그리스에 왕정과 참주정을 거쳐 민주주의가 등장하기까지 권력자에게 저항하는 의미로 프로메테우스 신화가 재조명된 이야기도 참 흥미로웠다.
두 번째. 인도에서 카스트가 자리 잡고 긴 세월이 흐르며 카스트 제도가 흐릿해지며 ‘자띠’라고 하는 각 가문의 색깔로 차별이 여려졌는데 영국이 인도를 식민지화하면서부터 카스트 제도를 부활시켰다고 한다. 인도의 그 많은 인구를 손쉽게 분류하기 위해 이미 인도인에게는 망각되어가던 카스트 제도에 각 가문을 우겨 넣기 시작했고 이런 시대적 맹점을 이용해 브라만 집단과 고위층들에게 뇌물을 주면서 자신의 신분을 세탁하는 경우도 있었다. 다시 자리잡은 카스트 제도는 각 신분에 따른 차별들이 만연해지는 계기가 되었고 인도가 독립하고 정치가 안정화되어가며 소외계층의 권리 신장을 위해 쿼터제로 정치입문이나 사회적 혜택을 부과했다. 이에 부작용도 있어서 신분제에서 고위층의 자녀들이 오히려 취업 등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있다 보니 신분제로만 고위층이지 경제적으로는 나을 게 없는 이들이 반발하기 시작했고 이들의 분신자살 시도 등도 있었다. 쿼터제나 사회적 혜택 등을 시행할 때는 다양한 부작용들을 고려해 대안도 생각해 보아야 하는 것이라 생각되었다.
네 번째. 종교개혁에서는 카노사 굴욕으로 알려진 교황권이 막강하던 시기 이후 아비뇽 유수나 억류로 불리는 교황권 약화 이후의 교황들은 교황권의 회복을 위해 세속적이다 못해 퇴폐롭기 이를 데 없는 방안까지 간구했는데 식스투스 4세의 경우 매춘부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방법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해 권력을 뒷받침했다고 한다. 매춘부 몇 명만으로도 교황청 예산이 확보될 정도였다고 하니 세속과 퇴폐만이 아니라 병폐였다고 보인다. 교황들의 세속성과 사치와 과시욕 등이 보이는 역사가 이어졌는데 알렉산데르 6세는 교황임에도 불구하고 여성 편력이 심했으며 그의 딸과의 스캔들이 이어지기도 했고 ‘보르자’라는 그의 가문에서는 그의 딸과 아들들의 스캔들마저 이어졌다. 부패한 교황이며 권력을 추구하던 그의 야망은 그의 죽음으로 일단락된다. 이후 이어지는 교황들의 타락이 종말론을 부채질했고 이 여파 속에서 면벌부가 등장하게 되어 루터가 일어서며 종교개혁이 일어나는 계기가 되었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었지만 역대 교황의 부패가 세밀히 묘사되어 상당히 가독성이 높은 장이었다.
다섯 번째. 스페인 내전은 정부측인 좌파를 소련이 지원(+국제여단)하고 반군측인 우파를 히틀러의 독일과 무솔리니의 이탈리아가 주축(+포르투갈, 루마니아)이 되어 지원하며 제2차 세계대전의 예행연습이 되어버린 전쟁으로 그 당시의 전쟁 상황이 몰입감 있게 묘사되어 흥미로웠다.
여섯 번째는 쑹씨 세 자매로 중국의 근대사를 나름 충실히 짚어가 의미 있었고, 일곱 번째는 괴승 라스푸틴으로 시작해 러시아 제국의 마지막 황제 니콜라이 2세 가족의 몰락을 보여줘 이 또한 몰입감 있었다.
여덟 번째. 도쿄재판은 승자의 논리에 의해 패자만이 심판받는 경우도 의아스러웠으나 마땅히 심판받아야 할 전쟁 범죄자들이 승자의 이해에 따라 면벌부가 주어지는 상황이 당황스럽기도 했다. 재판 이후의 후기보다 전쟁 범죄의 실상을 알게 된 것이 더 새로웠다. 죄지은 놈들이 더 당당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고 세상의 구조와 논리가 그렇다는 걸 새삼 느끼게도 되었다.
아홉 번째. CIA로 대변되는 미국의 괴기스러울 정도의 부조리는 노암 촘스키 님의 [불량국가]와 기타 역사책들을 통해 접한 미국의 각국에 대한 부정한 개입과 파괴 등을 다룬 장인데 이 책에서 다룬 것도 약소한 것이 사실이라는 것도 참 기가 찬 현실이 아닌가 싶다.
본서와 그 시리즈를 통해 역사의 새로운 이야기를 알게 되는 것도 또 대략적으로 알고 있던 부분에 대해 그보다는 세밀히 볼 수 있는 것도 유익하게 여겨진다. [벌거벗은 세계사]가 대중적인 역사 안내로서는 참 탁월한 방송이자 저작이 아닌가 싶다. 앞으로도 출간되는 시리즈마다 완독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