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제한선 - 1% 슈퍼 리치는 왜 우리 사회와 중산층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해로운가
잉그리드 로베인스 지음, 김승진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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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 이 분야에 대해 읽은 모든 책들(제이슨 히켈의 [격차], 로버트 프랭크와 필립 쿡의 [승자독식 사회], 앤드류 세이지의 이제까지 이 분야에 대해 읽은 모든 책들(제이슨 히켈의 [격차], 로버트 프랭크와 필립 쿡의 [승자독식 사회], 앤드류 세이지의 [불로소득 시대 부자들의 정체], 야니스 바루파키스의 [테크노퓨달리즘], 대니얼 마코비스의 [엘리트 세습], 스티븐 맥나미와 로버트 밀러 주니어의 [능력주의는 허구다], 로리 파슨스의 [재앙의 지리학], 자크 파월의 [자본은 전쟁을 원한다], 클라우스 슈밥의 [자본주의 대예측][위대한 리셋], 박선미와 김희순의 [빈곤의 연대기], 노암 촘스키의 [불평등의 이유], 장 지글러의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에드워드 로이스의 [가난이 조종되고 있다] 등등)의 내용이 총망라되어 결론지어지는 책이었다.

 

세계의 격차, 불평등은 능력주의에 의한 것이 아니며 부가 정점으로 축적되며 하위로 가는 길이 차단되는 것은 상속과 증여 등의 역할이 더 크다는 것에서 시작해 정점으로 축적된 부를 바탕으로 초극부층은 세계의 운영 원칙들을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제어하고 있으며 그들의 부가 더욱 정점으로 쌓이도록 원칙과 제도를 제어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부분이 능력주의 사회라는 식으로 합리화하며 수긍하고 있는데 이미 그런 관점에 대한 수용의 한계는 붕괴되고 있고 이런 불합리한 구조를 바꾸려면 대다수가 부를 제한하는 정치적 합의를 도출해 내야 한다는 것이 결론이다.

 

책의 분량이 그리 과도하지 않다 보니 초극부층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제도와 원칙을 제어하는 사례들에 대한 제시가 충분하다고 생각되지 않았고 부자들에게도 불리하기만 하지는 않다고 설득하는 장에서는 사실 이런 주장이 부자들이 설득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생각이 더 들었다.

 

사회 대다수가 부의 제한선에 주목하며 공론화하자면 현재의 부가 정점으로 쌓이는 구조와 제도가 가진 문제점을 주요 쟁점으로 삼고 극부층이 자신들의 부를 악용해 사회 제도와 원칙을 자신들에게만 유리하도록 제어하는 데 대하여 다채로운 사례를 제시하는 텍스트가 따로 더해지고 그런 연구가 지속되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되었다. 능력주의 사회라면서도 진짜 초거대 부는 상속과 증여로 세습되는 현실을 직시하도록 한 것은 피케티였으나 그 이후에도 대중은 문제의식을 크게 갖지 않는 것 같다. 지금까지 지속되어온 사회에 대한 익숙함과 결별하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지근한 물에서 이젠 열탕이 되어버렸지만 아직도 개구리와 가재는 냄비 밖으로 벗어나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사회가 불공정했고 어떠한 방식의 부조리가 이 불평등들 유지해 왔는지를 제시하지 않는다면 익고 쫄여지고 불탈 때까지 어떤 개구리와 가재도 냄비 밖으로 튀어나오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불평등이 목조르는 것이 남의 얘기가 아니라 다름 아닌 자신이라는 것을 체감하지 않는다면 남의 얘기에는 무감각한 다수의 대중은 그냥 자신이 익어가는 상황을 남의 일인양 감당하고 말 것이다. 부의 제한선이라는 기준을 제시했으니 그 기준에 모두가 수긍할 수 있기 위해 소수가 주도해온 불공정이 무엇이었고 그런 부조리를 어떤 방식으로 실행해 왔는지 상세히 제시하는 연구가 발표되어야 할 것이다.

 



+++ 밑줄 긋기 (주목할 대목이 많았지만 가장 제시할 필요가 있는 대목만 기록한다)

 

일례로 2020년에서 2022년 사이에 전 세계 상위 1%는 나머지 99%가 얻은 소득과 부의 두 배 이상을 얻었다. - P44

 

많은 경제학자가 빈곤선을 2011년 미국에서의 구매력을 기준으로 하루 7.40~15달러 선으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로버트 앨런은 현재 빈곤선인 하루 1.90달러로는 19세기 미국 노예만도 못한 생활 수준밖에 유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 더 현실적으로 10달러를 빈곤선으로 삼으면 어떻게 될까? 세계 인구의 10%가 아니라 무려 3분의 2가 여전히 극빈곤에서 살아가는 것으로 나타난다. 다시 말하지만, 2011년에 미국에서 10달러로 구매할 수 있었던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 P67

 

오늘날 미국에서 인종 간 부의 불평등은 백인 노예 소유주들이 흑인을 체계적으로 착취했던 역사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 노예제가 폐지되기 직전이던 1860년에 미국에는 남성, 여성, 아동을 포함해 노예가 400만 명이었다. 이들이 노동에 대해 받지 못한 상실 임금의 현재 가치는 203,0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자신의 조상이 노예를 소유한 적이 있고 그 노예들이 받지 못한 돈의 일부라도 상속을 받은 모든 미국 가구와 기업은, 만약 노예들이 자유를 박탈당하지 않고 노동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받았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적은 부를 가지고 있었으리라는 말이다. ...... 현재 흑인은 미국 인구의 13.6%를 차지하는데도 미국 전체 부 중에서 가지고 있는 몫은 4.5%밖에는 안 된다.- P101

 

1978년부터 2021년 사이에 미국의 CEO 보수는 1,460% 증가했다. 같은 기간에 전형적인 노동자의 임금은 18% 증가했다. CEO는 전형적인 노동자보다 (추산 방법에 따라) 많게는 399배나 더 번다. - P212

 

실제로 상위 20%가 전체 부의 84.4%를 가지고 있었는데 응답자들은 상위 20%가 전체 부의 50%를 가지고 있으리라고 생각했고 이상적으로는 상위 20%가 전체 부의 31%를 가지고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또 실제 분포에서 하위 20%는 부를 거의 가지고 있지 않았는데 (전체 부의 0.1%를 가지고 있었다.) 응답자들은 이들이 전체 부의 3%를 가지고 있으리라고 생각했고 이상적으로는 이들이 11%를 가지고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P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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