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악의 기원 - 아기를 통해 보는 인간 본성의 진실
폴 블룸 지음, 최재천 외 옮김 / 21세기북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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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의 부제를 번역해 책 제목으로 삼았더라. 하지만 원제는 [Just Babies]. 초반에 등장하는 아기를 대상으로 한 도덕성 실험의 결과를 주요 주제로 삼고 있다. 그러나 선악의 기원만이 아니라 도덕성의 구축 과정을 심리학을 비롯한 여러 학문의 관점을 통해 통섭적으로 서술한 책이다. 한 번 읽어서 깊이를 다 이해하진 못해서 다음의 재독도 작정하고 있고 현재로선 얇은 이해를 리뷰로 담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저자는 결론 대목에서 도덕성은 태생적인 것이 아니라 이성과 사회적 요구가 더해져 구축되어가는 것이라고 인식할 수밖에 없도록 서술했던데 초반의 (3개월령 이후의 아기를 주 대상으로 연구했다고 하지만 3개월령의 아기를 대상으로 한 실험도 언급되고 있다) 아기를 대상으로 한 실험들에서 아기가 태생적으로 이타적 선택을 하는 캐릭터에 더 끌리는 경향성이 있음을 서술하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인간이 태생적으로 공정한 재분배와 같은 문제에서 불공정에 심한 적대감을 보이는 경향성도 있다는 걸 3세부터의 어린이들 사례를 들며 설명하고 있기도 하다. 저자는 어린이의 경우 자기가 공정한 분배를 받지 못하는데 더 주목할만한 반응을 보이며 다른 이의 경우에는 그렇게까지 심각하게 반응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이 경우 어떤 어린이는 다른 어린이가 공정한 분배를 받지 못하는데 더 남다르게 반응하고 있음을 주목할 수 있다. 나로서는 도덕성의 개인차가 유소년기부터 두드러질 수 있다고 해석되기도 했다.

 

저자는 도덕성이나 사회적 가치체계들이 선험적이고 태생적인 것이 아니라 문화의 차이에 따라 다를 수도 있음을 이야기하기도 하는데 그 사례로 하나를 들자면 근친혼과 이방인에 대한 문화적 차이를 들기도 또 근친혼을 꺼리는 이유에 대한 각 문화마다 해석의 차이를 들기도 한다. 근친혼을 꺼리는 이유를 어느 오지의 사람들은 남매 사이에 결혼하면 가족이 확장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한다. 여동생이랑 결혼해서 가족이 확대되지 않으면 도대체 누구와 사냥을 하고 누가 나의 정원 손질을 돕는다는 말이냐고 대부분이 되묻는다고 한다. 그리고 이방인의 경우 보자마자 살해하는 것이 어느 오지에서는 당연한 관습이라는 것이다.

 

또 저자는 도덕성, 윤리관이 이성과 합치된 결론이라고 많이들 해석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결론짓기도 한다. 1770년대 제퍼슨은 강간과 동성애에 대한 처벌로 남자는 거세 여자는 코의 연골을 뚫는 형을 제시했다고 한다. 하지만 많은 주에서 거부당했는데 그건 형벌이 가혹해서가 아니라 너무 관대하다고 생각해서였다고 한다. 당시 많은 주에서는 강간과 동성애에 대한 처벌로 사형을 집행했다.

 

이 시대에 서양이나 동양의 계몽 지역에서는 대개 근친혼이나 근친 간 성교를 꺼리는 이유를 기형아 출산의 확률이 높아지는 것을 이유로 드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이런 사례를 들어 윤리관과 이성의 합치가 맞는지 의문을 제시하고 있다. 제시와 클락이라는 남매가 대학생활 중 방학을 맞이해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갔다가 어느 산의 오두막에 단 둘이 하룻밤을 묵게 되었다고 하자. 이 둘은 문득 서로 성관계를 하면 좋겠다는데 합의하고 둘 다 피임을 한 상태에서 관계를 가졌다. 그 후 오늘 일은 둘만 비밀로 간직하기로 했고 다시 하지는 말자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러나 그날 이후 남매 사이는 더욱 돈독해졌다. 이 사례에서 이 둘의 성관계는 하면 안 되었다는 것에 대해 합리적으로 논증하라고 한다면 아무도 제대로 된 논증을 하지 못한다고 한다. 이 둘은 어느 한쪽의 강요나 강간에 의한 관계를 가진 것도 아니고 피임을 했으니 기형아 출산을 걱정할 이유도 없고 둘만의 비밀이기 때문에 가족에게 비난받거나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될 이유도 없다. 그리고 둘 사이는 더욱 돈독해졌기에 남매 간의 관계가 깨진 것도 아니다. 대개의 사회에서 이 둘의 그날 일에 대해 불편하고 꺼림직하게 여겨진다는 것 외에는 논리나 이성을 들어 비난할 여지가 그다지 없는 것이다. 저자가 이 예를 든 것은 도덕성이나 윤리관이 사회적 요구나 혐오에 의해 형성되는 경우가 많고 이성과 합치되어서 윤리관을 갖게 되는 것만이 아니라고 말하려는 것 같다.

 

동성애에 대한 관점이 1770년대 제퍼슨의 사례에서와 같이 예전 동성애에 대한 대응과 현재의 동성애에 대한 대응은 다르기도 하다. 동성애가 옳으니 그르니를 떠나 동성애에 대한 혐오를 연구한 실험의 경우 방귀 냄새나 소변 냄새 같은 악취를 맡게 하고 나서 동성애에 대한 판단을 하게 할 경우 동성애 혐오의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우리는 혐오를 일으키는 신체 반응을 경험하고 나서 논란의 사례를 접하는 경우 극단적인 혐오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판단이나 태생적인 기준에 의한 것이 아니라 신체 반응의 연장선상에서 혐오를 드러낸다는 게 저자가 말하는 이 시대까지 연구의 결과인 것이다.

 

이 책에서 주목되던 대목은 이외에도 많았다. 이를테면 선한 행동에 대한 선호보다 나쁜 행동에 대한 처벌에 아기도 성인도 더욱 호응한다는 것과 인종 편향이나 언어 편향이 자기가 속한 집단에 의해 달라진다는 것 그리고 교육과 접촉에 의해 그에서 벗어나기도 한다는 것, (이성으로는 존경한다고 해도) 선택의 순간 사회에 이로운 대상보다 자기 혈족의 생존을 선택하는 경향성이 인간에게는 있다는 것 등이다. 무엇보다 우리가 이타심을 비롯한 도덕성을 사회화를 경험하며 각 문화에서의 상식에 프로그래밍된다는 것은 상식적이면서도 주목되는 바다. 당연하다고 여기는 많은 것들이 태생적인 것도 아니고 합리적 추론에 의한 것도 아니며 그저 프로그래밍된 것이기도 하다는 말이다. 그래서 종교와 교육만이 아니라 영화와 연극, 공연, 광고, 드라마 등 대중예술과 미디어로 인한 프로그래밍이 상당하다는 걸 생각해볼 수 있다.

 

본서는 선악의 기원에서 시작해 도덕성, 윤리관의 구축 과정과 기능을 폭넓은 영역을 통해 주목하도록 하는 저작이다. 전문적 연구의 결론을 담고 있지만 대중서답게 제법 재미지다. 무엇이 옳은지 무엇이 그른지를 서로에게 자신에게 더욱 되묻게 되는 이 시절에 한번은 주목해 봐야 하는 책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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