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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크 - 뇌를 누비는 2.1초 동안의 파란만장한 여행
마크 험프리스 지음, 전대호 옮김 / 해나무 / 2022년 6월
평점 :
이 책의 저자는 이름도 개념도 생소한 ‘계산신경과학과’의 석좌 교수라고 한다. 계산 및 통계 모델을 사용해 인간의 뇌를 연구하는 ‘시스템 신경과학자’라고 한다. 계산신경과학도 시스템 신경과학도 참 생소한 분야가 아닌가 싶다. 본서는 그런 생소한 분야의 과학자가 저술한 책이라 그런지 뇌과학 분야 책 중에서도 생소한 ‘스파이크’를 다루고 있다. 시냅스를 가로지르는 미세전기 전달을 다루는 저작은 이 책 외에는 본 적이 없어서 더욱 끌렸고, 무엇보다 내가 이 책에 끌린 이유는 운기나 주천 또는 꾼달리니 샥티라고 불리는 에너지 운행을 근간으로 하는 수행을 사랑하다 보니 신경계와 뇌에서의 전기 전달에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척수와 뇌에서의 전기 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수행법을 따르다 보니 [우리 몸은 전기다]라던가 본서 [스파이크] 같은 분야는 유난히 관심이 가는 저작이다. 14살 때부터 수행을 하다 보니 그 시절에 [생명과 전기]도 읽어보았으나 그 책은 독서를 중도에 포기하게도 되었었다. 어떻든 생체 전기와 뇌 내 스파이크는 선도(단학)나 쿤달리니 요가 또는 탄트라 요가 수행자라면 누구라도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관심 분야라 해도 독서하는 중에 전문적인 대목에서는 흥미를 지속하기 쉽지 않기도 한데 그렇다 보니 이 리뷰에서는 유독 흥미로웠던 몇 가지만 언급하려 한다.
그건 암흑뉴런과 시냅스 실패 이 두 가지이다. 암흑뉴런은 활동을 하지 않는 뉴런을 말한다. 혈혈단신이면서 고립무원인 지경의 뉴런들을 말하는데 아무런 스파이크 활동을 주고받지 않는 1형과 스파이크를 보내지만 다른 뉴런들이 반응하지 않는 2형으로 나뉜다. 마치 정크 DNA처럼 그 기능이 밝혀지지 않은 뉴런들인데 정크 DNA처럼 압도적으로 많은 숫자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존재 이유가 궁금한 게 사실이다. 암흑뉴런 2형은 스파이크를 보내는데도 왜 다른 뉴런은 반응하지 않을까? 이게 무의식의 작용을 보여주는 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고 1형의 경우는 더욱 의문과 여러 상념이 오가게 했다.
[시간은 되돌릴 수 있을까]라는 과학 저작에서는 물질세계에서 A에서 B로 운동을 파악하는 것과 B에서 A로 역행하는 운동을 똑같이 정리한다고 해도 전혀 무리가 없다고 하는 예가 등장한다. 물리학적으로 시간을 배제하거나 역으로 정리한다고 해도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또 우주가 팽창하면 다시 수축한다고 본다면 시간은 과거에서 미래로 가지만 언제가 미래에서 과거로 역행할 수 있다고 볼 수도 있다는 것이 그 책 저자의 말이다. 그 외에도 시간의 역행을 주장하는 과학적 가설들이 많이 등장했지만 지금 기억나는 것 이렇다. 이 가설들을 굳이 기술한 건 그 책을 읽으며 시간이 역행할 수도 있다면, 또 [자유의지는 없다]라는 책을 집필한 어느 과학자의 주장처럼 우리가 상황이 일어나기 몇 초 전에 이미 그 상황을 인지하고 있는 상태란 걸 인정한다면, 과연 우리는 이미 정해져 있는 시공간적 여정을 단지 연기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과학적 가설들과 또 [자유의지는 없다]에서의 과학적 발견을 인정한다면 우리의 뇌는 과거부터 미래까지 미래부터 과거까지의 모든 순간을 현재에 인식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었다. 우리가 기시감이니 미시감이니 부르는 것들도 우리의 뇌가 현재에 미래의 정보들을 인식하는 걸 제한하는 기능을 하고 있어서가 아닌가 하는 의문 말이다. 미래를 인식하는 걸 제한하는 기능이 통제를 완전히 잃었을 때 우리는 예지라던가 예언을 하게 되고, 그 통제력이 어느 정도 상실되었을 때는 기시감을 느끼고, 무척이나 과하게 기능할 때는 미시감을 느끼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상념 말이다.
더한층 상상을 더해 보자면 우리의 뇌나 심장에 영혼이 있다는 고대인들의 신념과는 다르게 우리의 본체는 상위 차원이랄까 현재의 시공간 밖에 있으며 우리의 뇌는 그 본체와 교신하면서 기능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봤다. 우리세계 외부의 우리의 실체는 이미 과거, 현재, 미래를 다 알면서 우리세계에서 아바타를 통해 연기하고 있으며 우리의 몸이 우리의 실체와 교신하는 작용을 하도록 기능하는 게 우리 뇌의 실체는 아닌가 하고 말이다. 암흑뉴런의 기능은 우리세계 밖의 실체와 교신하기 위해 존재하는 건 아닌가? 이런 의문이 들었다는 말이다. 이런 의문이랄까 가설은 아직 연구 대상이 되기에는 과학자들의 보수성이 깊을 것이라 생각된다.
시냅스 실패의 경우는 뉴런 간에 자주 있는 일이라고 한다. 하나의 뉴런이 7500개의 시냅스를 가질 수도 있다는 데 이렇게 다른 뉴런과의 연결고리가 많아질수록 시냅스에서 스파이크 전달이 실패할 가능성은 높아진다고 한다. 7500개의 시냅스의 경우 실패 확률은 75%에 이른다는 것이 저자의 말이다. 그렇다면 이런 부적절해 보이는 시냅스 실패는 왜 존재하는 것일까? 시냅스 실패가 실패이기만 하다면 이렇게 다중 연결해야 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파킨슨병의 예를 들면서 하는 저자의 설명을 들으며 시냅스 실패의 이유가 납득이 갔다. 파킨슨병은 스파이크의 전달이 지나치게 효과적이라 근 긴장이 극대화되는 경우인데 이럴 경우 미세 전선을 이용해 미세전류를 흘려서 시냅스의 스파이크 전달을 교란시켜 주면 증세가 완화된다고 한다. 이를 보며 과거에 있었다는 정신과 환자들에 대한 전기충격 치료가 원리상으로는 잘못된 것이 아니구나 생각되었다. 다만 과거에는 전압의 세기를 높이면 치료되는 것으로 오해했으나 현대에는 미세전기를 빈발하게 시냅스 교란의 목적으로 이용하면 치료되는 정신과적 이상도 있지 않을까 생각되었다. 간질이나 망상 또 환각 같은 경우 미세전류을 빈발하게 주입하면 치료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데 이에 대해서도 정신의학계에서 수용할 수 있는 연구가 이어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나로서는 본서의 전문적인 내용들 중 이렇게가 가장 인상 깊었다. 뇌의 활동은 미래를 만든다기보다 예측하는 작용을 한다는 대목도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이미 다른 저작들에서도 들은 바 있는 내용이라 이 부분에 대한 서술은 하지 않았다.
책을 읽으며 책이 말해주는 내용으로 나름의 상념을 전개해 보는 것도 독서의 재미 가운데 하나인데 본서를 통해서는 이런 상념들을 해 보았다는 데 의미가 있었다. 흥미가 없으신 분에게는 별 감흥이 없을 것도 같지만 생체 전기나 뇌의 전기적 작용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는 나름의 감상이 깊어질 만한 책이다. 선택하시는 분들은 즐겁고 유익한 독서 되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