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유전자 - 40주년 기념판
리처드 도킨스 지음, 홍영남.이상임 옮김 / 을유문화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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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도킨스는 본서 [이기적 유전자]에서 생물 진화는 이기적이라는 다윈의 정의를 따라 이기적 유전자라는 제목과 주제를 정했다고 한다. 다만 그의 설명을 들으며 수긍하려고 해도 그게 다가 아닌 것 같은데 하는 의문이 거듭 솟아났다.

 

존재를 지속하기 위해 이기적 선택을 하며 유전자 분열과 생식을 통한 유전자의 계승을 위해 이기적 선택은 이어지며 세포 내에서의 협력도 근본적으로 이기적인 판단에 의해서이며 부모, 형제, 자녀를 위한 희생도 유전자 계승을 위한 이기적인 선택이라는 도킨스의 해석은 일견 일리 있어 보이기도 했으나 완전히 납득이나 수긍이 가는 주장은 아니라고 생각되었다.

 

유전자의 이기적 선택이 절대적이었다면 지구 내 모든 생명체가 바닷가재처럼 반영구적으로 탈피만 하며 다시 태어난 것처럼 영생할 수 있는 존재로 진화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보다 나은 진화를 위해 자기 존재만을 지속하는 게 아니라 세대를 거치며 진화하는 편이 나았으리라고 누가 답변한다 해도 그렇다면 왜 자기 존재 내에서는 영생하면서 유전자를 변이시켜가며 진화 가능하도록 진화하지 않았는냐는 의문이 생긴다. 이기적이고자만 한다면 영생과 유전자 변이가 자유로운 한 생에서의 무한 진화가 가능한 생명체로의 진화가 가장 타당하지 않은가 하는 의문이 인다.

 

이기적이라기 보다는 유전자도 세포도 생명체도 집단을 형성하며 협력이 자신에게도 유리하단 걸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이기성 이상의 원칙을 수립하고 지켜나가고 있다는 해석이 더 타당하지 않은가 싶다. 우리 인체 내의 장기와 같은 기관들 그리고 간세포, 심장세포, 골세포, 생식세포 같은 세포 단위도 자기 존속만 절대시하며 무한 증식하지 않는다. 물론 그러는 편이 자기 존속에 유리하다는 결론에 이르렀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자기 색깔 곧 자기 경계를 지키며 보다 큰 자신에게 공헌하는 것이 유리를 떠나 공의(공공이 따를 만한 정의)가 될 수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 아닐까?

 

생명체들은 자기가 속한 집단의 이익을 위해 자기희생을 하기도 한다. 늑대도 마멋도 작은 새들도, 개미나 벌도 그렇다. 물론 이 집단들에서는 도킨스의 말대로 유전자의 전승에 있어 이기적이라는 해석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간이 기르는 가축인 개의 경우에서 보듯 자기 유전자와 상관이 없는 주인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개들도 있으며 인간의 경우에는 가족이나 민족만이 아닌 국가, 이데올로기 같은 신념, 더 나아가 전혀 다른 민족의 개인을 위해 인류애적 차원이나 생명 존중 사상을 따르며 희생하기도 한다. 여기에서 생물학적인 이기성을 찾아볼 수 없다. 세포 역시도 수정되지 않은 난자와 정자가 유전자 계승을 위해 자기희생을 따른다는 논리도 가능하겠으나 이건 해석의 문제라고 생각된다. 보다 더 큰 순리와 거대한 원리에 순응하는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는 말이다.

 

이기적 유전자의 논리에 따라 사회화를 한다거나 공공의 합의를 도출할 때 대중을 설득할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기적 유전자에서의 논리에 따라 자기에게도 이로우니 사회에 순응하라거나 대세를 따르라고 강요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인간에게 더 큰 의미를 가져올 수 있는 해석이라면 유전자도 세포도 생명체도 결국에는 순리에 따라 자기의 색깔을 지키며 타자와 교류하고 때론 타자의 배려와 때론 타자에 대한 배려로 공존공영한다는 관점이 더 나은 것이지 않은가 싶다. 무한 이기주의는 암세포가 보여주는 전형성이다. 생명체를 유지 시켜주는 유전자와 세포는 이기성만이 아니라 더 커다란 자신을 위해 자기 경계를 지키며 그 경계 속에서 자기 역할을 다하는 존재인 것이다.

 

공자께서 말씀하신 君君 臣臣 父父 子子의 논리가 유전자와 세포계에서 마저 진리라는 말이다. 각자가 자기 경계에서 자기 색깔을 지키면서 대를 위해 헌신하며 지속되는 것이 인간이 만든 사회만이 아니라 유전자이고 세포이고 생명체이고 자연계이고 세계이고 우주, 모든 차원의 대의라는 말이다. 이기성만을 근간이라고 여기는 서양의 이기주의와 개인주의 문화가 자기 나름으로 대중 포용적 타협의 가능성을 이론으로 풀어낸 것이 [이기적 유전자]일 수도 있겠으나 우주는 그보다 더 큰 순리가 근간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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