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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엔트 문명과 예수 신화 - 신의 죽음과 부활을 체험하여 죽음에서 해방되는 이야기
이원구 지음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24년 5월
평점 :
제목에서 문명을 거론하고 있듯 비단 오리엔트 지역의 신화뿐만이 아니라 역사와 문화도 언급된다. 예수 신화라고 했듯이 히브리 문화가 받은 영향에 대해서는 약식으로 짧게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역사적인 면을 제외하고는 신화에 비중이 높다. 전작인 [수메르 문명과 히브리 신화]의 연장선에 있는 저작이라고 저자가 앞서 밝히고 있기도 해서 전작을 통해 수메르의 역사와 신화를 잘 알고 있다면 훨씬 더 이해가 용이했을 것 같다는 감상이 들었다. 본인도 전작은 읽어 보지 못하고 본서부터 시작했는데 그렇다고 이해에 큰 장애는 되지 않지만 전작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수메르의 신화가 앗시리아, 바빌로니아, 칼데아, 아카드, 페르시아 등등 메소포타미아 전체에 영향을 미쳤으며 각국에서 신앙하는 신에게 더욱 신화에서 차지하는 중요도랄까 비중이 높아지거나 각국에 익숙한 신과 합일하던가 각국에 익숙한 신 또는 여신의 이야기로 변용되던가 하는 모습들이 보이며 신화를 통해 하나의 문명권으로 비치기까지 한다. 그리고 수메르 신화에서 시작된 메소포타미아 전역의 신화들은 메소포타미아에서만 한정되지 않고 이집트 신화, 그리스와 로마 신화로도 녹아든다. 기원전 2천 몇백 년에 이르는 역사를 자랑하는 이 지역의 신화들은 상호 영향을 주고받으며 만들어졌으며 전파되었다. 이런 영향을 히브리 신화라고 받지 않을 수 없었고 구약에서 드러난 유일신의 모습과 행태는 그 영향을 벗어나지 않는다. 예수 신화도 민희식 님의 [성서의 뿌리] 시리즈나 티모시 프리크와 피터 갠디의 [예수는 신화다] 같은 저작들에서 이미 헬레니즘 문화가 융성한 이후 불교가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유럽까지 확산한 이후 형성된 예수 신화가 그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본서에서는 더욱 확연히 드러내 주는 것 같았다.
4부와 5부는 구약과 신약이 얼마나 그 이전 신화들에 영향을 받았는지 알 수 있는 장들이 이어지고 영지주의와 정통 기독교가 대립하고 정통 기독교 내에서의 분열과 숙청 등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예수와 그의 삶과 죽음과 부활을 일종 비유라고 받아들이던 영지주의 교파들과 정통 기독교 내에서 예수의 신성을 인정하지 않고 삼위일체설을 부정하던 종파들의 사례를 읽으며 과연 현재의 기독교는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가? 저자의 말마따나 사도들의 시대, 베드로의 시절부터 정치적인 역량만이 강화된 종교가 아닌가 하는 감상도 들었다.
본서는 신화가 확산하며 서로 영향을 주면서 전파되어가는 과정과 유대교 기독교가 다른 지역의 이전 신화들로부터 받은 영향을 충분히 생각해 보게 하는 내용이다. 저자분이 문학 전공이면서 중동지역 신화를 연구하시는 분이라 상당히 몰입감 있게 저술된 저작이다. 오리엔트 지역의 역사와 신화가 궁금해서 펼친다면 더 많은 상식과 더 많은 독서열을 갖게 하는 책인 걸 깨닫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