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칼로레아 철학 수업 - 논리적 사고를 위한 프랑스식 인문학 공부
사카모토 타카시 지음, 곽현아 옮김 / 현익출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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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 사유의 방식이 궁금하던 때 [바칼로레아 철학 수업]이라는 본서가 출간되어 철학적 사유 양식을 알게 되리라 기대하고 읽게 되었다. 바칼로레아에 대해서는 들어본 듯도 하지만 학부형이 아니다 보니 그에 대해 상세히는 몰랐다. 바칼로레아는 1808년 나폴레옹 시대부터 이어져 온 프랑스의 대입 자격시험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라틴어 baccalaureus가 어원으로 어원의 의미는 학사 학위를 뜻한다. 바칼로레아는 세 가지로 분류되는데 첫째가 보통의 바칼로레아, 둘째가 기술 바칼로레아, 셋째가 직업 바칼로레아로 본서에서 주제 삼은 것은 첫 번째의 보통 바칼로레아이다. 프랑스의 수능에 해당하는 이 시험은 8개 분야에 걸쳐 총 6일 동안 실시하는데 시험시간 동안 언어와 외국어만 각각 2시간이고 그 외의 경우 수학은 7시간에 걸쳐서 시험을 보고 다른 과목은 한 과목당 4시간에서 3시간 30분에 걸쳐 시험을 본다.

 

바칼로레아가 유명한 이유는 모든 과목이 논술 형식으로 이 책의 주제가 되는 철학 시험의 경우 4시간 동안 논문을 작성하는 방식으로 치른다. ‘~에 대하여 기술하시오같은 양식의 시험은 일본에서도 대학의 시험으로 많이 출제되던 것이라고 하는데 저자는 자유로운 사유를 보는 것 같다 해도 하나의 사고의 틀이 존재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본서의 진짜 주제는 바로 이 사고의 틀이 무엇인지에 대한 것이다.

 

바칼로레아 철학 과목은 앞서 말했듯 논문 기술 형식으로 치른다. IMRaD형 논문 형식으로 치러지는데 이는 Introduction, Method, Result and Discussion을 이야기하는데 서론, 방법, 결과, 고찰의 형식으로 작성하는 논문 형식을 말한다.

 

해당 시험에서 소논문을 쓰기까지 수행해야 하는 작업은 세 가지 주제의 문제가 주어질 때 이 중 논술할 한 가지를 선택하는 문제의 선택이 첫 번째이고 둘째는 문제의 분석과 셋째로 구성안 작성이 선행한다. 여기서 문제 분석을 할 때도 사고의 틀이 역할을 한다. 문제 분석은 문제의 주제 분석, 형태 분석, 문제의 표현 정의, 문제에 긍정 부정 대답, 세부 내용에 주목, 질문 집합으로 변환, 논거를 모아 활용하는 등의 양식을 적용한 후 구성안을 작성한다. 이러한 선행 작업이 소논문의 질을 결정하는 것이다. 구성안 이후의 소논문 작성시에도 문제 분석에서 적용된 사고의 틀이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

 

이에 대한 평가 요소로는 문제 분석과 구성에 더해 철학적 논거를 인용했는지가 중요히 평가된다고 한다. 저자가 사고의 틀을 주지시키는 이유는 무엇보다 문제 분석을 기계적으로 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반대 의견을 충분히 존중하는가와 체험이나 감상이 아닌 보편적인 예를 들었는가도 중요하지만 사고의 틀이라는 사유하는 공식을 적용해 소논문을 작성했는가로 평가가 갈리기 때문이다.

 

바칼로레아 철학 시험은 앞서 말했듯 4시간에 걸쳐 치르는데 이 중 문제 분석과 구성안 작성에 1시간 30분에서 2시간이 할당되고, 그 이후 1시간 30분에서 1시간 45분 동안은 소논문을 집필하며, 15분에서 30분은 퇴고하는 시간으로 쓰인다고 한다. 앞으로의 시험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하게 된다고 한다면 사실 인간의 지성을 평가하는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되기도 한다.

 

나로서는 이런 양식이 이제까지 인간의 지성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지만 형식이라는 면을 AI가 학습하고 나면 인간보다 월등한 수준에서 바칼로레아를 통과하리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사유하는 데 있어 일정한 형식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는 없겠지만 인간을 평가하는 인간만의 기준이라고 할까, 인간의 지성을 정의할 만한 새로운 기준이라고 할까가 재정의되어야 하는 건 아닐까 싶기도 했다. 이제까지의 공식은 인간보다 인공지능의 기능적 평가에 더 유리한 면이 있다고 보인다. 그렇다고 직관이란 것만으로 인간 지성을 정의하자고 해도 양자컴퓨터에 AI가 탑재되는 순간부터 직관에 대한 우위도 초인공지능에게 넘겨줘야 할지 모른다. (인간은 자신보다 우월할 존재를 창조했구나 하는 감상도 새삼 든다) 여러모로 인간 지성에 대한 평가의 새로운 기준이 요구되는 시절에 이르렀다고 보인다.

 

어쨌든 사유하는 공식을 배우고 즐기는 과정으로 사고의 틀이 작용해 줄 것은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독서는 각국의 다양한 평가 양식 중 바칼로레아가 인상적인 이유를 알 수 있는 기회였다. 사유하는 양식을 갖추고 싶다면 그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게 해 주는 책이지 않은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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