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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에 봐야 할 사후 세계 설명서 - 세계 5대 종교가 말하는 죽음 이후의 삶
하시즈메 다이사부로 지음, 주성원 옮김 / 불광출판사 / 2022년 6월
평점 :
주제가 세계 5대 종교가 말하는 죽음 이후의 삶이라 기대치가 높았던 책이다. 새로이 알게 되거나 깊이 생각하게 되는 대목이 의외로 거의 없는 책이라는 감상이다. 이제는 시대가 영상 매체나 활자 매체들을 통해 다양한 국가의 문화나 종교에 대해 쉽게 알아갈 수 있는 시대이다 보니 본서의 저자가 언급하는 정도의 깊이로는 쉽게 접근 가능하지 않나 싶다.
저자는 77가지 명제로 각 종교의 신과 죽음과 죽음의 세계에 관련한 사유를 전개하는데 다른 매체를 통해 접해본 누구나가 한 번쯤은 떠올리거나 곱씹어 봤을 수위의 깊이만을 논하고 있다. 유대교에서 부활을 믿지 않는다거나 불교의 종파마다 붓다와 중생 그리고 죽음에 대한 연결고리와 해석이 다르다던가 일본의 국학과 신도에서의 죽음 관념을 일본인들이 타 종교와는 다르다고 여기는 걸 알았다는 정도가 새로울 뿐이었다.
일신교에서의 창조와 부활과 죽음에 대해서는 신의 의지를 중시하고 우주를 파괴한다 해도 신의 주권으로 인식한다는 정도도 신본주의인 일신교를 아는 누구나가 당연히 주지하는 사실일 텐데 그런 면을 활자로 재인식한다는 정도가 차이가 아닌가 싶다.
유교에서는 천자가 천제를 주관하고 자손이 조상에게 제례를 올리지만, 신앙적이고 종교적이라기보다는 정치를 무엇보다 가장 중시하는 경향과 공자께서 “괴이한 것, 초인적인 것, 세상을 어지럽히는 것, 이상한 현상 등에 대해서는 말하지 말라”셨다는 내용을 근거로 죽음에 대해 중시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조상은 자손을 통해 죽지 않고 살아간다는 유교의 내용도 전하고 있는데 유교와 도교와 무속이 어우러진 각국에서는 유교에서는 죽음을 중시하지 않는다는 정의가 이상하게 다가올 듯싶다.
도교에서는 일신교나 힌두교, 불교와는 달리 ‘죽은 자들의 나라’를 인정했다고 하는데 나로서는 기독교의 천국에 대한 이야기가 상식으로 남아있어 저자의 말이 그리 수긍되지는 않았다. 불교의 불국토도 달리 보면 또 지옥도 결국에는 ‘죽은 자들의 나라’가 아니겠나 싶기만 했다. 하지만 본서에서는 언급되지 않았으나 ‘티벳 사자의 서’를 떠올리면 사유(죽음)와 생유(탄생, 환생) 사이의 중유(죽고 나서 태어나기까지 잠시의 기간 그리고 그 기간 머무르는 차원)에서 머무르는 기간이 잠시일 뿐이라 티벳 불교에서는 ‘죽은 자들의 나라’라는 개념을 받아들이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일본에서는 황천이라는 개념이 그리 오래지 않았던데 고사기, 일본서기, 만엽집 등에서 죽은 이들의 나라에 가는 신의 이야기가 등장한다고 하며 자신의 아내인 여신의 죽음으로 죽음의 세계를 가보게 된 그 신의 일화 등을 통해 일본에서는 신도 죽는다는 걸 알 수 있다. 일본에서는 노리나가라는 사람이 국학을 열었는데 여기서는 사람이 죽으면 황천으로 간다고 받아들인다고 한다. 하지만 국학을 계승한 히라타 아쓰타네라는 사람은 히라타 신도를 열게 되는데 그에 의하면 죽은 자들은 영령이 되어 국가를 수호한다고 받아들인다고 한다. 그래서 야스쿠니 신사에서 에도시대부터 근대와 현대를 거치며 전장에서 죽은 인물들은 합사(신이 깃드는 도구인 요리시로에 함께 모시는 것)하여 안치한다고 한다.
이를테면 유교와 도교적인 특징이 융합된 형태의 관점이기도 한데 일본이 아니더라도 기존의 토속 신앙이 외래 신앙과 융화되는 경우는 어디나 있지 않나 싶다. 일본에 유교가 유입되며 충과 효에 대한 관점이 재정립되었고 에도 막부 시기 각 막부의 구성원이 각 영지에서 군주와 신하 관계이면서 혈족이기도 한 특성상 충과 효는 같다는 忠孝一如(충효일여)의 관점이 일본에서는 깊어졌는데 이것이 확대되며 천황에게 더욱더 충성하는 제도적 변화가 정립되어 굳건해졌다고 한다. 쇼군의 시대에서 덴노의 시대로 이양하는데 외래문화인 유교가 막대한 영향을 미친 것이다. 그전까지는 천황은 신적인 존재라는 상징성을 가질 뿐 그리 극단적인 충성의 대상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어쨌든 덴노를 아라히토가미(現人神)라 하여 사람의 모습으로 나타난 신으로 인식하는 기류가 근현대까지 이어져 온 것이 신기하기도 했다.
본서에서는 죽음과 신에 대한 관념, 종말 심판설, 부활, 내세관, 윤회관 등을 두루 다루고 있지만, 책의 분량을 고려하면 충분히 예측 가능하듯 다소 간략하고 깊은 층으로 내려가지는 않고 있다.
저자는 죽음이 두렵고 불안한 이들에게 한 가지 종교에 깊이 들어서면 다른 종교에 대한 의문들도 해소될 수 있다는 식의 말씀을 하기도 하지만 한 종교에 천착하면서도 동시에 타종교에 대한 궁금증과 의문도 파고들 수 있을 것이다. 한 종교를 신앙하기 위한 신앙이 아니라 존재적인 의문에서 시작되는 신앙이라면 다른 종파와 다른 종교에 대한 의문과 관심도 충족시킬 필요가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두루 읽고 두루 파고드는 집요함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저자의 77명제는 그런 의문과 관심을 갖는 이들이 자신의 배움과 깨우침을 정리하는 방식을 생각해 보는 시간을 주기도 할 것 같다. 짧은 이야기를 담은 책도 한뼘 만큼의 성장에는 유익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읽어봐도 좋을 책이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