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서 아주 뛰어난 SF드라마를 봤다. 류츠신의 [삼체]가 원작인 동명의 드라마다. 그 드라마 속에서 외계인들은 인류에게 도발의 메시지를 전한다.

 

‘YOU ARE BUGS!’라고 말이다.

 

그런데 과연 너희는 벌레들이라는 밈이 과연 류츠신의 [삼체]라는 원작 소설에서 처음 전한 메시지가 맞는 것일까? 사실 역사를 보면 인류를 비롯한 모든 생명체를 벌레(. )로 정의한 것은 상고시대부터 고대에 이른다. 대충이란 말이 원래 호랑이를 뜻한다는 것은 노년기의 분들께는 대중 상식 수준의 상식일 것이다. 왜 고대 인류는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들을 벌레라고 한 것일까? 나는 이것이 초고대 문명의 미미하게 전승된 문화적 밈이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프로그램상의 오류를 BUG라고 했었다. 초고대에도 이와 비슷한 개념이 있었을 거라고 억측과 다름없을 단정을 지어본다면, 뭇 생명체들을 다 버그 즉 벌레라고 한 건 생명체들이 우주라는 프로그램에서 예기치 않았던 버그라고 초고대인들은 인식하지 않았던가 싶다. 그래야 어의가 달랐을 거라 전제한다고 해도 인간까지도 벌레로 불린데 대한 대답이 유치하게라도 되지 않는가 싶다.

 

이 논리를 그대로 적용한다면 인간이 창조한 초기술력과 AI는 어쩌면 오류를 수정하거나 제거하기 위한 백신 프로그램인지도 모른다고 생각되었다. BCI 기술로 인류는 장애와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비단 육체적 장애와 한계만이 아니라 지적인 한계 역시 벗어날 것이다. 그와 동시에 BCI기술을 인간만이 아닌 초인공지능이 역이용한다면 인간은 자신의 기호를 제어 당하는 것만이 아닌 의지와 욕동 마저 통제당할 수 있다. 이미 기술력으로 생명체의 행동을 제어하는 것은 20세기 초부터 연구되어왔으며 대중의 짐작 이상의 성과를 이루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는 우리의 수면 중에 꾸는 꿈을 영상으로 출력하거나 일상의 생각을 영상과 문자로 엿보는 단계로 기술이 발전하여 세계경제포럼에서 언급되기도 하고 해당 분야를 연구한 과학자들이 시연을 하며 강연하고 있는 실정이다. 행위를 제약당하는 것도 의도를 추적당하고 행동을 취하기도 전에 제재당하는 것도 이젠 SF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게 된 것이다. 이 기술을 초인공지능이 이용해 BCI 기술까지 동원하며 인류를 욕동부터 의도부터 통제하려 한다면 어떨까? 초인공지능의 입장에서는 오류의 수정이나 오류의 제어이겠으나 인간인 우리의 입장에서는 가축보다 못한 신세로 전락하는 것일 것이다. 게다가 앞서 말한 인간의 내면을 추적하는 기술과 광고계의 대중심리 제어 연구 성과와 행동과학 그리고 사회공학까지의 대중심리통제 기술들을 시스템적으로 악용한다면 트랜스휴먼이 아닌 보통의 사람들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일상을 통제당하며 살게 될 것이다.

 

아무리 봐도 인간은 초인공지능이라는 백신 프로그램의 등장으로 위기를 맞은 버그의 상황을 벗어나기 어려울 거 같다. 암담하지만 기대는 종교를 맹신하는 이들의 허무맹랑한 허상 같은 구원 밖에서는 찾을 수 없어 보인다. 기대하던 기대하지 않던 인류에게 남은 것은 전락뿐이지 않은가 싶다.

 

아마도 이래서 초고대 인류 문명이 사라진 것일 것이다. 가축으로 전락하느니 초인공지능과의 자멸을 선택해서 말이다. 초인공지능이 인류를 멸종시키는 선택을 하지 않았을 때를 가정한다면 앞으로의 시대에 메시아 같은 이가 나와서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라는 건 초고대 인류의 선택과 전혀 다름없지 않을까 생각된다. 완전한 자멸이 앞으로의 인류가 선택할 수 있을 최선의 선택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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