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덴크라이스의 ATM - 소마틱스 클래식
모세 펠덴크라이스 지음, 최광석 옮김 / 소마코칭출판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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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 부상 전후로 [알렉산더 테크닉][소마틱스]에 대해 어렴풋이 들었고 관련 도서를 검색하다가 [펠덴크라이스의 ATM]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그 대강에 대해서도 모르던 때라 알렉산더 테크닉과 소마틱스는 독자적이며 다른 기법이고 [펠덴크라이스의 ATM]은 소마틱스 기법의 원전인 줄로만 짐작했다. 관련 저작들을 최근에서야 한 권 한 권 읽고 있는 중이다. 소마틱스는 알렉산더 테크닉과 펠덴크라이스 메소드와 그 외 기법들의 유익을 담아 구성된 기법이지만 펠덴크라이스의 시대에 펠덴크라이스의 메소드는 독자적인 인지 시스템이며 재활 기법임을 [알렉산더 테크닉][펠덴크라이스의 ATM]을 다 읽고서도 여러 차례의 검색 끝에야 확실히 알게 되었다.

 

펠덴크라이스 메소드의 창시자 모세 펠덴 크라이스는 프랑스 핵 연구소에 수년 간 참여하고 퀴리 부인의 라듐 연구소에서도 근무한 엔지니어이자 무술가이며 독자적 치유기법의 창시자이기도 하다. 주짓수를 배운 전적도 있으며 유도 유단자이기도 하다. 펠덴크라이스 메소드를 창시한 계기는 알렉산더 테크닉을 창시한 F. M. 알렉산더처럼 자신이 입은 손상 또는 부상에 대한 치유기법을 연구하다 창시하게 된 것이라고 한다.

 

펠덴크라이스 메소드는 그가 창안한 인지 시스템이자 재활 기법을 말하는 것으로 ATM(Awareness Through Movement)FI(Functional Integration)으로 구분된다. 하지만 기법상의 분류라기보다는 FI는 아쉬탕가 요가 등에서 접촉을 통한 교정을 해주듯 학습자가 접근하는 방식이 원활하도록 교사가 접촉을 통해 지지해주는 걸 말한다고 한다. 근본적으로 다른 기법이나 방식은 아닌 것이다.

 

[펠덴크라이스의 ATM]을 읽으며 실행해본 결과(허리의 통증으로 모든 동작을 해보지는 못했다), 이 기법은 몸으로 접근하지만 인지의 변화를 의도한 기법이다. 신체적인 개성으로 인한 기능적 차이가 있는 것으로 개성을 통한 재능의 차이라는 의식까지 확장하는 언급만 보아도 육체의 치유만을 위한 기법은 아니란 것을 알 수 있다. ATM이 움직임을 통한 인식이라는 뜻인 것을 보아도 펠덴크라이스는 자세와 동작 자체의 변화에서 의식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리 의도한 기법을 연구하고 창안한 걸로 보인다.

 

기법적인 특징은 습관화된 자세와 동작의 패턴을 낯설게 하기로 접근하며 의식적인 동작을 함으로써 보다 나은 상태로 변화시키는 것이 그 중 하나이고, (12 레슨의 후반부 즈음에는) 이미지를 사용하여 자세와 동작의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 또 하나이다.

 

여기서 저자가 이야기한 생리 반응인 리닉 시스템과 본능, 욕망에 대한 반응인 림빅 시스템 그리고 창의적 활동 상태인 슈프라 림빅 시스템을 언급할 수밖에 없는데, 저자는 이 단계이자 과정들에서 자기 이미지가 구축되고 그걸 강화하거나 확장하고 개선하는 변화에 역시 자기 이미지가 작용한다고 말하고 있다. 동기와 과정과 움직임에 대한 원인과 과정과 결과이기도 한 게 자기 이미지라는 말이다. 이러한 자기 이미지를 개선하여 몸의 상태, 자세와 동작의 변화를 가져오고 이것은 다시 개인의 인지에 변화를 야기한다는 순환적인 개념이 담겨 있다고 생각됐다.

 

본서의 내용을 읽고 따라하며 동작 자체도 그렇지만 접근 방식이 상당히 아이키도나 태극권의 색채가 연상되었다. 동양이 잃어버린 전통이 주는 절정의 무언가를 서양인이 창안했다는 기법들을 통해 되돌아보니 이채롭다는 생각도 들었다. 동양의 무예들에 대한 접근이 근간에는 기예 즉 기교에 대한 기술적 접근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게 동양에서의 현실이지만 서양에서는 오히려 동양의 정신을 통해 새로운 치유와 의식으로 다가서고 있어 놀랍기도 하고 아쉬움도 생겼다. 최근에는 중국 무술 전반이 사기라는 식으로 대응하는 중국 이종격투가의 동영상이 유투브에 유행하기도 했었는데 나로서는 실전성이 있는 무예가 아닌 수도(修道)의 길인 태극권, 팔괘장에 대한 격투 기법으로의 효용성을 둔 접근이 다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서양인은 동양의 관점인 수양으로 다가서며 동양의 정신을 배우려 하는데 동양인은 서양의 관점인 효용으로 접근하며 동양의 정신을 폄훼하려 한다. 참 수긍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싸워서 이기는 기술 배우겠다고 태극권, 팔괘장을 배우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마음의 안정과 심신의 수양이 목적하는 바이기에 다른 무예가 아닌 이런 무예들에 다가섰을 것이다. 수양하겠단 사람에게 왜 실전성이 없느냐고 묻는 것도 넌센스가 아닌가 싶다. 태극권은 움직임마다 기를 운행한다. 이것은 기공(氣功)이기도 한 것이다. 건신과 수양에 실전성을 논한다는 접근이 우습기도 했다. 의식으로 다가설 대상에 왜 살상력이 없느냐는 건 애초에 접근 경로가 아니었던 거다.

 

알렉산더 테크닉도 펠덴크라이스의 ATM도 결국에는 의식의 변화를 가져오는 과정이기도 하다. 바라는 게 편안한 자세와 동작이기만 하다 해도 자연히 의식의 변화가 더해지는 과정이니 몸이 불편할 때만이 아니라 마음이 불편할 때도 다가서볼만한 치유기법이라고 생각된다.

 

본서가 저술된 연대가 1970년대라고 하는데 그 시대에는 동양의 전통과 정신에 서양인들이 동경과 흠모를 품던 때였으니 이 즈음 창시된 서양 치유기법들에서 동양적인 향취가 느껴지는 것이 이상할 일은 아니다. 저자는 분명 동양적 인식과 통찰에 서양의 논리적이고 체계적 관점을 더해 이 기법을 창안했다. 동서양의 융합이자 통합이라고 여겨진다


그리고 본서는 반세기 전인 그 시절부터 지금까지 꾸준한 독자층을 유입하는 저작이라고 한다. 예전 리뷰한 서양인이 집필한 요가 호흡법에 관한 책 중에는 한 세기 전의 책도 있기는 했지만, 반세기를 독자들이 꾸준히 찾는다는 것도 그마만큼 변치 않는 가치와 정신이 담겨 있어서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본서를 읽으며 독자들의 변치 않는 니즈가 무엇인지를 알아가는 의미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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