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더 테크닉 - 내 몸으로 부터의 혁명
백희숙 외 지음 / 네츄로메디카 / 2004년 8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과거에 소장했었던 것 같은데 2008년쯤 신변 정리를 할 때 함께 처분한 책 중 하나인 것 같다. 대출을 통해 읽었는데 부록의 영문판본을 제외하면 172쪽 정도라 금세 읽었다.

 

우선적인 감상이라면 무척이나 도가적이기도 하고 동양의 수행체계에서 받은 영감과 서양의 의지적 문화체계가 크로스오버한 가르침 같다는 거다.

 

Primary control (기본적인 몸 사용법)에서 말하는 머리와 척추의 관계를 주의하고 균형 감각을 재인식하는 걸 중시하며 이들을 이미지 연상을 통해 바로잡는 바는 형의권이나 태극권에서 몸의 동작 이전에 자세의 체계를 다시 주지하게 하는 방식과 다름없었다.

 

Inhibition (자제심)은 불균형과 습성화된 자세와 관념을 자제하는 걸 이르는 데 이것은 요가의 YAMA(금계)가 떠올랐다. 요가에서는 금계가 Yama이고 권계가 Niyama이다. 금계가 먼저이고 금하지 않는 계율이라는 말이 권하는 계율이 되는 것이다. 어떤 자세나 태도를 하지 말라는 권유는 그 자체가 금계(Yama)’적이나 이는 금지하는 바라기보다 권하는 바이다. 몸과 마음의 안정을 깨뜨리거나 방해하는 요소는 인식하고 하지 말라는 것은 분명 억제나 금지라고 인식하기 이전에 권유일 것이다. 부정으로 받아 들이기 이전에 우선적인 권유로 받아들여야 할 원리이다.

 

End-gaining (목적의식)Means-whereby (진행과정)은 이 과정을 통한 얻음과 이 과정 자체에서의 순조로움을 즐기는 바를 이야기한다고 보는데, 이 대목에서 서양의 의지적 체계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동양 무술에서도 기본적인 가르침의 과정이다.

 

Non-doing, Doing-less (행하지 않음)을 저자는 무()로 새기고 있던데 무 자체라기 보다는 무위(無爲)를 이야기한다고 생각되었다. 동작을 하는 자체, 내적 외적 행위를 하는 자체에서 자연스러움을 추구하지 억지스러움을 배제하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물론 이를 철학적으로 해석하자면 더 깊고 폭넓은 해석이 가능하겠으나 그런 해석은 너무 나간 거라고 본다. 알렉산더 테크닉을 철학적으로 접근할 수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본 체계는 몸의 머묾과 감으로 포섭될 수 있는 동작 전체에 대한 가르침이기 때문이다. 태극권, 팔괘장을 철학적으로 파고들면 끝이 없지만 분명 두 무예는 몸으로 구현되는 공부(功夫)인 것과 같은 이치다. 근본을 모호하게 만들어 버리는 이론은 지나친 거라고 생각된다.

 

Non-judgment (판단-결정-하지 않음)에서 도가적 색채를 심하게 느꼈다. 서양인이 동작을 취하며 판단이나 결정을 하지 말라는 주장을 펼친다는 것은 서양 전통 체계에서는 유럽 신비주의가 현재에는 단절된 마당에 서양의 주류적인 사고체계가 아니라고 보인다. 알렉산더 테크닉의 창시자인 F.M. 알렉산더 씨가 동양의 가르침에 심취했었지 않은가 추측되는 지점이다.

 

알렉산더 테크닉이 창시된 이야기는 대부분 상식적으로 알고 있을 텐데 창시자가 연극 배우였으며 어긋난 자세로 통증과 발성에 문제를 느끼다가 창안하게 되었다고 하니 이 기법이 배우, 미술가, 무용가 등 예술인들에게 더 강한 기세의 주류적인 가르침이 된 것이 어색한 일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척추나 골반 등의 손상이나 부상을 입었다가 회복하는 과정에도 분명 효과가 있기에 일반인들에게도 유효한 기법임에도 분명하다.

 

1. 목의 긴장을 풀어, 머리의 위치를 앞과 위로 향하게 한다.

2. 척추를 전체적으로 늘리면서 펴준다.

3. 다리와 척추를 서로 분리시킨다.

4. 어깨를 서로 반대 방향으로 향하게 한다.

 

4 가지 지시어는 동양의 어느 무술 지침의 한 부분에 대입해도 어색함이 없을 지경이다.

저자는 후기에서 알렉산더 테크닉을 한마디로 정의하라면 이라고 했는데 도가적인 느낌을 흠씬 풍기는 이 가르침은 그 정의를 ()’라고 한다해도 어색함이 없을 듯했다.

 

기본원리와 지시어를 인식하며 알렉산더 테크닉 연습 부분을 따라해본 결과 상당한 심적 안정도 갖게 되는 듯했다. 관행처럼 타성에 젖어버린 功夫 수련에서도 이 기법의 흐름을 따라가며 신선한 기쁨을 되찾고 싶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 가장 동양적인 느낌을 강렬히 받은 대목은 ‘Back and Up’이라는 용어이기도 했다. ‘필요한 지혜를 터득한 후엔 놔 버리고, Back(본래의 자리)으로 돌아와서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라는 의미라고 한다. 의천도룡기에서 장삼봉 조사에게 태극권을 가르침 받으며 장무기가 잊었습니다” “더 잊었습니다” “이제 완전히 다 잊었습니다를 반복하던 대목이 떠오르기도 했다. 나도 본서의 가르침을 매주 한두 차례씩 수행해보며 조금씩 잊어 보려 한다. “잊은 자에게 무슨 걸림이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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