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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로부터 배웁니다 - 일에 대한 관점도, 삶을 위한 태도도
김도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1월
평점 :
이 책에 끌린 이유는 사람의 인생이 각자에 따라 다르고 성공하고 성취한 이들의 삶에서는 나름의 배움이 있을 수 있듯, 성공한 브랜드도 각각의 이미지와 스토리를 명료하게 전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유명 브랜드들이 이야기하는 주제가 무얼지 그런 이미지를 대중에게 효과적으로 전하기 위해 어떤 전략이 있었는지도 궁금했고요. 브랜드들 통해 인문학적 감성을 자극할 것만 같은 것도 이 책의 장점이라 여겼습니다.
사실 이런 기대만 있었지 저자의 약력을 보고도 브랜딩이 무언지 브랜드 경험 기획이라는 게 무언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본서에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그저 브랜드를 만드는 일인가 정도가 다였습니다. 그런 어설픈 독서였지만 본서를 읽으며 저자의 스토리텔링과 깊이 있는 눈길을 따라가며 브랜드를 통한 통찰도 사람에 대한 그것과 다르지 않구나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브랜드를 들여다 보는 재미의 정점을 디코딩에서 찾고 있습니다. 이 브랜드가 말하고 싶었던 것과 왜 이런 코드로 그 메시지를 전하려 했는지를 이해해 보고 예측해 보는 게 흥미진진하다고 말입니다. 저자는 브랜드를 만든 사람의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욕망의 방을 구경해 보는 게 무엇보다 진짜 매력적인 일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소설이나 드라마를 통해 우리는 그러한 과정을 거치기도 합니다. 저는 브랜딩을 하는 사람들이 심리학자나 상담가와 다르지 않아 보였습니다. 그것이 기업으로 대치되었을 뿐 한 대상에 대한 분석과 이해와 통찰을 통해 그 대상이 자신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 더 나아가게 해주는 일이니까 말입니다.
목차에서 각 장의 제목들을 보면 브랜드를 바라보는 그의 시각이 한 인격의 역사와 현재와 미래를 아우르는 시야 같다는 생각도 다들 드실 거라 생각됩니다.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브랜드에 대한 서술을 따라가다 자신에 대한 성찰에 이르는 것 같은 기묘한 감상이 들기도 합니다. 각 장에 이르는 브랜드들을 통해 한 대상의 서사를 주시하다가 전체 장을 아우르는 통찰이 성찰을 마주하는 경험을 하게 되니 말입니다. 이는 아마도 저자의 깊은 시야와 분석력과 달변이 어우러져 더욱 시너지를 이룬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누가 과연 익숙한 브랜드와 처음 접하는 브랜드를 통해 자성하게 되는 시간을 갖게 되리라 짐작할 수 있을까요. 애플이 테드가 픽사가 조던이 인간을 이해하게 하고 발뮤다가 뵈브 클리코가 포르투 닷이 와사라가 젠틀 몬스터가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주리라 기대할 수 있었을까요. 브랜드가 그저 상품을 분류하는 매체가 아니라 하나의 분석과 통찰의 대상일 수 있다는 것을 본서를 통해 깊이깊이 느낄 수 있었고 어느 대상을 통해서라도 인간은 성장하는 기회를 엿볼 수 있다는 감상이 컸습니다.
안테룸 호텔 교토의 장에서 저자가 말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들을 의미 있게 배열하고 이들 간의 성격을 조율해 화음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저자는 잘 조성해낸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는 시간이 여러분의 이야기 속에서 의미 있는 시퀀스가 될 수도 있으리라 조심히 단언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