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의 발견 - 믿는 것이 현실이 되는 마인드셋
데이비드 롭슨 지음, 이한나 옮김 / 까치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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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짧은 소개글만 읽고도 끌린 책이다. 플라세보 효과와 노세보 효과를 논하고 신경가소성에 대한 언급이 있기에 신념과 그 실현 원리를 다룬 책이리라 짐작하고 책에 끌렸다. 인간이 믿는 대로 실현되고 생각하는 대로 실천하는 대로 뇌도 변화한다는 것을 [꿈을 이룬 사람들의 뇌]라는 조 디스펜자 씨의 저작을 통해서 인식했었기 때문이다. 다만 이 책이 신사상 또는 새생각으로 불리는 [씨크릿]류의 가르침과는 다르리라는 것은, 저자가 그런 가르침들을 유사 과학이라고 단정한 것만으로도 알 수 있는데, 책을 대하는 마음은 그런 사상들에 대한 관심과 유사한 흥미를 유지하며 읽게 되는 경우가, 나 외에도 많을 것이라 짐작된다. 기대한 대로 이뤄진다, 바라는 대로 실현된다는 주제이자 결론이 그런 오해를 불러오기에는 충분하지 않은가 싶기도 하고 말이다.

 

분명 본서는 착시효과, 플라세보 효과, 노세보 효과, 피그말리온 효과, 자기충족적 예언등 상식적인 심리 정보들이나 신사상적 이론으로 발전 가능한 원리들을 담론하고 있는 책인 건 분명하다. 하지만 신사상과의 차별점이라면 이 책은 초월적인 주의나 사상을 논하는 게 아닌 상식적이고 심리학적인 논리와 관점으로 해당 주제를 천착하고 있다는 것이다. 상식이나 합리주의 이상으로 논지를 전개해서 억측이나 논리적 비약을 불러오는 저작은 아니다. 저자는 앞서 말한 심리학적 상식들을 포괄하는 개념을 기대 효과라고 정의하고 있는데, 이 모든 현상이 사람의 기대를 통해 그 기대가 충족되는 결과로 드러나는 것이라 보고 있다.

 

들어가며에서와 그 이후 장들 중 앞선 몇 장에서 언급되는 사례 몇몇에서는 이의가 생기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이를테면 1970년대 후반 미국의 라오스 이민자들의 원인불명 야면 돌연사증후군(SUNDS)이나 본 포인팅 또는 부두 죽음(voodoo death) 같은 경우는 심인성 질환이나 집단 이상심리가 원인인 것도 맞겠으나 그 이상으로 관점을 확장해 볼 수도 있는 문제다. 장 차원의 우주, 양자스프로 이루어진 우주에서 소수든 다수든 집단의 일관된 상념이 특정한 영향력을 불러오는 장 차원의 힘을 형성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가정도 해 볼 수 있다. 이런 초월심리학적 해석은 아직까지는 주류 학계에서 유사 과학으로 치부될 수도 있을 것이기에 객관적이며 학술적인 견지를 유지하려는 본서에서는 어쩌면 몰라서 배제한 서술은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집단히스테리나 집단 이상심리로서 분류한 무도광(14세기에서 17세기 동안 있었던 사람들의 장기적인 집단 춤을 불러온 사례들)의 경우 본서에서는 맥각 중독이라는 설도 있다고 짧게 언급하고 지나가지만, 맥각균은 LSD라는 마약의 원재료이기도 하다. 초기에는 맥각균을 정제해 LSD가 제조되었다. 요즘의 좀비마약이라는 어느 신종 마약의 경우 중독자가 관절을 꺽고 고개를 점층적으로 꺽는 등 신체적 이상 동작을 보이기도 한다. 중세시대의 유럽인들이 맥각균에 의해 이상 동작들을 보인 것이 무도광의 사례로 보는 것이 무리는 아니라는 말이다. 다만 과거의 사례이기에 검증 불가능하니 단정 지을 수는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반면에, 그렇다면 맥각 중독이 원인이 아니라고 단정 지을 수 있는 문제도 아니라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저자는 심리적인 이유라는데 더 무게를 두고 주장을 이어나가고 있다.

 

또 하나는 2016년 쿠바 아바나에서 CIA요원들이 보인 이상 증세들을 저자는 이후 뚜렷이 음파 무기에 의한 공격 등으로 해석할 증거를 찾지 못했으니 심리적인 이유였을 것으로 단정 짓는 것도 억측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건 닉 베기치라는 과학자 분의 [Controlling the Human Mind: The Technologies of Political Control or Tools for Peak Performanc]의 역서 [누가 인간을 조종하는가]라는 저작이 과거 출간된 적이 있는데 그 책에는 전자기파로 인체의 기능과 심리를 제어하던 기술이 1970년대부터 이미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러 있었음을 과학적 원리와 함께 실제 연구 역사와 실례를 전하고 있는 저작이다. (닉 베기치 씨부터가 하원의원과 정치운동가인 부모의 자녀로 태어나 연방정부에서 해당 분야의 과학 연구에 매진해온 인물이다.) 미국이 공식적으로 인정한 전적은 없지만 이미 미국의 대중 인체와 심리통제 기술이 정점에 이르러 있음을 지적하고 널리 알리며 경계하는 과학자들의 저작과 정보가 적지 않다. 아바나 사태도 미국이 이미 보유한 기술을 상대국이 사용했기에 그에 대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공론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미 정보당국이 더는 수사하지 않고 무마한 것인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물론 이런 것들은 사실관계가 공표되기 전까지는 확언 할 수 없는 것이겠지만, 그렇더라도 다른 경우의 수라고만 단정 지을 수 있는 문제도 아닐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심리가 원인이라는 주장만이 진실이고 다른 가능성은 절대 없다고 단정 짓는 것도 과학적인 사고나 주장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 외의 예들은 대체로 공감하기 쉽고 수긍하기 어렵지 않은 주장들이기도 하다. 이 시대에 와서는 상식이다시피한 관점이 되어버린 내용들이기 때문이다. 플라세보와 노세보 효과를 언급하며 저자는 인간의 성향을 예측기계와 같다고 까지 단언하기도 한다. 자신이 기대하는 것을 구현해내기에 자신의 예측을 실현하는 기계와도 다를 바 없다고 확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대중적 상식이 되어버린 플라세보 효과와 노세보 효과의 원리는 이 저작 전체의 사례에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착시 효과도 듣는 것도 느끼는 것도 맛 보는 것도 인간이 단정 지은 것을 반영하는 이상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기도 하다. 기대를 하게 되면 그저 얼룩무늬에서도 기대하던 패턴을 읽게 되며 백색소음을 듣기 전 힌트만 주면 특정 음악을 배경음으로 들은 착각을 하기도 하며 미미한 색소나 향만 첨가해도 같은 맥주를 월등히 뛰어난 특급 맥주로 착각하기도 하는 것이 인간이다. 이런 기대를 충족하는 원리가 플라세보나 노세보 효과를 낳고 그건 전 영역으로 확대되어 다양한 효과들을 일어나게 한다.

 

10장 구조의 본서에서 1~4장까지는 저자의 주장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논리와 원리를 소개하고 자리잡게 하는 장이라면, 5~10장은 일상에서 이러한 기대 효과가 미치는 영향력을 전개하고 있다. 스포츠에서 보다 더 효과적으로 기량을 높이기 위해 플라세보 효과를 이용하고 실제 적용되어 성취를 이루었던 사례를 전하기도 하며 다이어트나 건강식의 효과와 역효과(노세보 효과)를 분자생물학적 정보를 통해 전달하기도 한다. 스트레스에 대한 태도 변화가 실제 스트레스의 작용에 영향을 주는 경우를 생리적 차원에서 설명해주기도 하며 남녀차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던 수학과 물리학 등에서의 학업성취도가 자기 가치 확인이라는 특정 과제에서의 해결력만으로 자신의 전체 능력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 하나로 자기 전체 능력을 무시하지 않는 태도를 보임으로서 현격하던 남녀학업성취도가 근소하게 바뀐 경우를 예로 들고 있기도 하다. 이미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교사의 고정관념을 바꿔주는 것만으로 열등생으로 분류되던 학생들의 성적이 뚜렷이 상승하는 경우들도 소개되고 있다. 인정받는 아이, 자기긍정할 근거를 마련해 준 아이들은 스스로 성취를 이뤄나가게 된다. 자신에게 스스로 기대할 바탕을 갖게 해주어야 아이들도 성취를 이루는 길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노인들도 자신의 나이 듦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운동기능과 시력, 청력 등의 인체 기능, 호르몬 분비량과 기능을 유지하느냐 잃느냐 하는 차이가 일어나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모든 경우가 다 자기에게 어떤 기대를 하느냐에 따라 실현된다는 것이 저자의 관점이며 주장이다. 모두 수긍이 가고 모두 타당하다고 생각되었다. 다만 플라세보 효과나 노세보 효과의 영향력을 절대적으로 수긍하게 되다 보니 이런 논점을 제약회사가 부작용의 사례에 적용하려 들면 어떡하나, 제약회사들에게 후원을 받는 심리학자들이 이런 심리학적 결과들을 제약회사를 법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의도로 악용하면 어떡할까 하는 우려도 들었다.

 

분명한 것은 우리가 의약품이 무언지 모르고 복용하더라고 우리 몸에 작용하기도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하는 게 의약품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세상에서 우리가 어떤 마음을 먹는다는 것만으로 다른 대상의 풍요를 불러올 수는 없다는 말이다. 대부분 노세보 효과가 아니더라도 의약품은 기능을 하며, 우리가 멸종하면 안 되는데 라고만 생각한다고 해서 특정 동물군의 멸종이 멈춰지지는 않는다. 실천이 뒤따라야 하는 경우의 수가 삶에서는 더욱 많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관점이 또 부정적 영향에 대응하는 리프레이밍이 보다 나은 성과를 가져온다는 것도 분명하기에, 이 책은 확실히 우리에게 유익한 정보를 전달하는 책임에 명백하다.

 

신사상과도 같은 심리효과를 기대하며 선택한 책이었지만 상식에 한 층을 더 쌓는 경험이 되었다. 유익하고 유용한 독서 경험을 가져다준 책이다. ‘현고학생부군신위라는 말은 차례를 지내는 집이라면 모를 수 없는 말인데 언제나 사람은 배우는 학생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두었음을 알 수 있는 말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말하는 기대 효과는 아기부터 노령의 어르신들에게까지 그 영향력이 광범위한 효과이다. 이런 효과의 부정적 영향력을 받지 않으려면 긍정적 영향력을 확장하려면 무엇보다 자신의 연령을 떠나 누구라도 학생의 위치에서 세상을 보아야 가능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정관념만으로는 쉽게 늙고 빠르게 의식도 생명력도 고갈될 수 있다. 배우고자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죽음까지도 이르게 닥칠 수 있는 것이다. 배우고자 하는 자세와 나는 제자이다내지는 나는 학생이다라는 태도는 삶이 끝나는 날까지 유지해야 하는 태도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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