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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차 세계대전은 이미 시작되었다
에마뉘엘 토드 지음, 김종완.김화영 옮김 / 피플사이언스 / 2022년 11월
평점 :
미국의 대전략적 차원에서의 전쟁의 필요성, 러시아 입장에서의 우크라이나에 대전략적 필요성을 설명하고 이 전쟁으로 야기되는 세계의 현상과 전쟁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이유 등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의 주전공은 역사 인류학이라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본서에서도 짧게 전쟁을 유발한 인류학적 원인을 언급하고는 있으나, 총 4장 구성이라는 원작의 1장과 4장만을 다룬 저작이라 인류학적 근거가 구체적으로 소개되는 대목은 생략되었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저자는 전쟁의 원인을 결코 러시아를 향해 NATO와 유럽의 영향력을 동진하지 않겠다던 유럽과 미국의 조약 파기에 두고 있기도 하며, 무엇보다 미국의 제국적 영향력을 지속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을 축소하는 것이 명확히 필요한 미국이 전쟁을 지속하게 유도하고 있어서라고 보고 있다.
소비에트 연방 해체 이후 동유럽을 구성하게 된 국가들은 유럽과 러시아 사이의 완충구역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이 축소되는 것은 유럽과 미국에 러시아가 포위되는 형국이 되기 때문에, 러시아로서는 이들 국가에 유럽 회원국 가입과 NATO 가입은 치명적이라고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거대한 체스판]의 저자이자 카터 정권의 전략가이기도 했던 즈비뉴 브레진스키가 언급했듯,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향력하에 완전히 들어가는 상황은 러시아의 군사 정치 경제적 확장을 불러오고, 이는 미국으로서는 심각한 손실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한다.
2014년 우크라이나의 합법적 정권은 친러성향이었다. 하지만 친유럽 성향의 정적들이 유럽 회원국 가입을 의도하며 쿠테타를 일으켰으며 유럽과 미국은 이를 지원했다. 결국 우크라이나 거주 러시아 주민들이 희생되는 상황에서 러시아는 참전할 확실한 명분을 갖게 되었고 당시 전쟁발발 이후 크림반도와 돈바스 지역은 우크라이나에서 완전히 독립하거나 근래까지 충돌을 이어왔다.
2022년 2월 24일 개전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유럽측은 미친 푸틴의 야욕 때문이라 주장하고 있으나, 절대 유럽을 동진하지 않겠다던 유럽과 미국의 원인 제공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러시아, 백러시아(벨라루스), 소러시아(우크라이나)로 분류되기도 하는 역사 이래 러시아가 아니었던 적이 없는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에서 완전히 분리해내려 한 미국과 유럽의 도발이 가장 큰 전쟁 발발의 이유라는 것이 저자의 견해다.
사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보면 2014년 이후부터 최근 전쟁 발발 이전까지 우크라이나와 그로부터 독립하려는 돈바스 지역의 전투는 이어져 왔다. 러시아인들로 다수 구성되어 있는 돈바스 지역민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공격은 몇만 명에 이르는 학살에 가까웠다고 한다. 대전략적 필요성이 아니더라도 러시아가 전쟁을 일으킬만한 충분한 명분이 되고도 남는 사실이다. 돈바스 지역에는 러시아 출신 주민들이 대거 거주하고 있고 러시아로서는 러시아 주민들이 살상당하는 것을 지켜볼 수 없다는 뚜렷한 명분이 있기 때문이다. 일부 견해처럼 우크라이나의 생명과학 연구소와 바이러스 연구 시설들에서 미국의 지원을 받고 코로나 바이러스의 기능획득 연구까지 실행해 오던 중국 우한의 연구소처럼 대량살상 생물학 무기 연구가 있었는지는 지금으로선 확인할 수 없으나 미국과 유럽의 지원이 얼마나 대대적으로 우크라이나에 이뤄지고 있는지는 전쟁 이후의 지원만으로도 알 수 있는 현실이다.
러시아는 대전략적 차원에서 결코 우크라이나 전쟁을 성과 없이 종료할 수 없으며 미국과 유럽의 지원이 지속될수록 러시아의 전쟁 양상은 가혹해질 것이라는 것도 저자의 견해다. 미국과 유럽의 지원이 지속되어 전쟁이 이어져 갈수록 우크라이나는 대대적으로 폭격당하며 사회 기간 시설들과 삶의 터전이 처참하게 파괴될 것이고 그로 인해 전쟁 이후 우크라이나인들은 미국을 원망하게 될 거라는 것도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이번 전쟁으로 21세기의 전쟁에서 전차와 탱크라는 것이 얼마나 무용한 것인지가 드러났고 항공모함이 주력 전력인 미국 또한 미사일들의 공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어 시대에 뒤떨어진 무기체계라고 주장하고 있다. 모두 수긍이 가는 식견이라 전쟁이 확전이 된다면 이후 전쟁 양상은 쉽게 예단할 수 없으리라는 생각도 들었다.
아직 러시아가 핵 사용을 자제하고 있는 게 나로서는 납득이 가지 않기도 한다. 진작에 핵을 사용하고 확전이 되었어도 전혀 예상치 못했다고 말할 수 있는 이는 없을 것이다. 본서가 아니더라도 전쟁이 지속될 것이고 확전은 불가피하다는 예측을 많은 분들이 하시리라 생각된다. 다분히 상식적인 예측을 하고 있고 원작의 1장과 4장만을 다룬 본서다 보니 너무 뻔한 분석 같기도 하지만 읽어볼만한 저작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