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명화에 숨다 - 명화 속 물리 이야기
김달우 지음 / 전파과학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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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서를 대하며 눈에 보이는 미술로 숨은 자연의 근본 원리인 과학 그것도 물리학을 설명한다는 발상 자체가 이채로우면서도 탁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대개 사람들의 상식으로는 예술과 과학은 정신과 물질처럼 이원론으로 나뉘어 바라보게 되는 대상이지 같은 바스켓에 담은 대상으로는 여기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시대는 과학과 종교가 하나 되고 과학을 철학으로 풀어내는 시대이기도 합니다. 과학이 우주 대자연의 근본 원리라면 예술도 결코 과학의 깊이와 폭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고 말입니다. 이 당연한 이치에도 불구하고 이제까지 미술을 통해 과학을 서술하는 저작은 드물었습니다. 그래서 본서가 유난히 반가웠습니다. 제게 물리학은 잃어버린 시간 속에서 놓쳐버린 대상이었고 미술은 그다지 살가운 적 없는 섭섭한 이웃이었기 때문입니다.

 

노과학자분의 입장에서도 아직까지 과학과 예술이 데면데면한 상황이 많이도 이상해 보이셨던지, 드디어 예술이라는 스펙트럼을 통해 과학의 빛깔을 선명히 보여주시는 저작을 저술해 주셨습니다. 노현자의 시선을 따라 붓끝으로 그려 다채로운 빛깔을 드러내는 물리학의 향기가 너무도 신선했습니다.

 

이 저작은 미술을 소개하면서 동시에 그에 연계하여 연상 되는 물리학의 근본 개념들을 전하고 있습니다. 물리학의 개념들을 이해시키기 위해 일상의 상식과 자연 현상과 생물의 특성 등이 예시되고 유머와 속담과 수수께끼를 동원해 그를 물리학 개념을 이해시키는 소재로 삼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미술이 물리학 이해만을 위한 장식적인 위치만 차지하느냐 하면 그건 아닙니다. 전문 도슨트의 소개와는 다를지 모르지만 미술을 사랑하시는 노과학자분의 애정이 드러나는 깊이가 대중에게 그림을 이해하기 위한 적절하고 친절한 소개로 이어집니다. 물리학 이해를 위한 삽화 정도에 위치가 아니라 물리학 저작이지만 미술 나름의 위치를 충분히 차지하고 있으며 수록된 미술만 수십 점에 이릅니다. 물리학 개념을 연상하기 쉬운 그림들이라지만 들러리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물리학 이해를 위해서는 따로 삽화가 추가되어 있기도 합니다. 책을 읽으며 미술과 물리학의 비중이 균등하게 배분되어 있다는 감상을 가지실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미술과 물리학과 함께 본서를 통해서는 일상의 상식도 확장됩니다. [1장 유체]에서는 물 위를 뛰어다닌다는 바실리스크 도마뱀의 존재도 알게 되었고, -뉴턴 유체의 점도에 미치는 스트레스 효과로 케첩과 꿀은 세게 흔들어 주면 점성이 작아져 쉽게 나온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3장 열]에서는 화씨와 섭씨의 기준점이 무언지 다시 확인하게 되었고 악어와 거북이가 기온에 따라 성별이 결정된다는 상식도 확인했습니다. [5장 빛]에서는 원숭이가 색에 사람보다 더 민감하고 과일의 미묘한 빛깔 차이만으로도 과일의 숙성도를 알 수 있다는 사실과 고양이는 움직이는 대상에만 눈의 초점을 맞출 수 있어 꼼짝하지 않는 쥐는 사냥하지 못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저자분의 미술에 대한 애정 그리고 오래도록 물리학을 어떻게 더 잘 이해 시킬 수 있을까 궁구해온 노력의 결정체가 본서입니다. 저자이신 노과학자분께서는 이 책의 원고를 자신의 손녀에 개인교습 교재로도 활용하셨다고 합니다. 읽기 쉬운 대중서로서만이 아니라 실제 물리학 근본 개념들을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저술하신 책이란 걸 알 수 있는 일화가 아닌가 합니다.

 

본서는 상식을 제고하고 확장하도록 돕는데도 그 효용이 있다고 여겨집니다. 이미 말씀드렸듯 미술과 물리 또 그를 통한 일상에서의 상식 확장이 이어지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알수록 자신이 모르는 것이 더 많다는 사실도 알게 되지만, 알수록 상식은 연결 지어지며 확장된다는 것을 본서를 통해 새삼 깨우쳤습니다.

 

미술에 대한 상식을 쌓고 싶은 분과 물리학 근본 개념을 이해하고 싶은 분들, 그리고 물리학을 통해 일상의 상식을 확장하고 자연의 현상을 이해하고 싶은 분들 누구에게나 그 효용이 남다른 책이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서평 기한 때문에 느린 독서를 하지 못했는데 이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느린 독서와 함께 깊이 이해하는 시간을 가져 보고 싶습니다. 잃어버린 물리 시간을 자상한 가르침을 통해 보상받는 감상을 다시 한번 가져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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