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공부하는 컴퓨터 구조 + 운영체제 - 1:1 과외하듯 배우는 컴퓨터공학 자습서 혼자 공부하는 시리즈
강민철 지음 / 한빛미디어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공자도 아니고 코딩에 깊이가 있지도 않은 제가 본서 [혼공컴운]에 관심이 갔던 이유는 양자컴퓨팅과 인공지능에 대한 궁금증 때문입니다. 그간 양자컴퓨팅과 인공지능에 적지 않은 관심이 지속되었으나 전공자가 아니라 깊은 이해를 할 수 없었던 것이 가장 큰 이유랄 수 있습니다. 해당 분야에 조금이라도 이해를 더하고 싶다보니 여러 궁리를 하게 되었고 그중 하나가 컴퓨터의 구조와 운영체제에 대한 기본적 정보습득이 양자컴퓨팅과 인공지능에 대한 이해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던 즈음 [혼공컴운]의 출간 소식을 알게 되었고 책의 소개글을 읽고 보니 제가 의문을 품던 분야들에서의 의문 사항들과 일치하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이면 혹시 양자컴퓨팅과 인공지능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는 있지 않을까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본서를 처음 펼쳐 보면 학습 로드맵이 직관적이기도 했고 장이 시작하면서 학습 목표를 알려주며 각 장의 매단원 마다 핵심키워드를 제시하고 본문 속 도해와 일러스트가 이해를 쉽게 돕는 면이 너무도 반가웠습니다. 마무리 란의 핵심포인트와 굉장히 쉬운 난이도의 확인문제도 이해와 기억을 도와주는구나 하고 느껴졌습니다. 이 책이 주요 독자층으로 삼는 전공자와 초보 프로그래머들만이 아니라 저와 같은 자기 나름의 이유로 본서를 선택하는 문외한들에게도 본서는 충분히 쉽게 이해하고 습득할 수 있는 책이라는 것을 깊이 느꼈습니다. 혼공 용어 노트는 간략히 요약되어있지만, 본문을 읽기 전후로 읽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예습과 복습이 될 정도입니다. 그리고 현재 컴퓨터 구조 편을 마치고서야 해당 유투브 동영상 강의를 보았는데 본문을 복습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본서를 읽으면서 놓쳤던 자잘한 부분들도 다잡아주고 일러스트로 그려진 컴퓨터 구조를 실제 컴퓨터와 대조할 기회도 되어 상당히 유익했습니다. 물론 본문의 내용 자체가 상당히 쉽고 자상하게 알려주는 편이라 동영상에서 본문 이상을 너무 크게 기대하지는 말아야 할 것도 같습니다. 다만 저는 아직 나머지 절반인 운영체제 편을 시작하지 않은 단계라 운영체제 편에 대한 동영상 강의도 시청하지 않았습니다. 강의 전체 내용의 감상에 대해서는 제가 말씀드릴 수 없는 부분입니다.

 

이상이 본서의 구조에 대한 감상이었다면 본서의 내용 자체에 대한 감상도 들려드려야 하겠지만 이미 말씀드렸듯 해당 분야의 문외한인 사람이다 보니 피상적인 이야기를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짧은 감상과 본서에서 인문학적인 감상을 안게 된 부분 이 둘만을 남겨 보겠습니다.

 

본서는 마치 물리학도에게 [수학 없는 물리]가 개념의 이해를 쉽게 도와주듯이 컴퓨터 공학도나 프로그래머 지원자들에게 컴퓨터의 구조와 운영체제에 대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개념이해 차원의 입문서입니다. 본서는 복잡하거나 난해하지 않은 평이한 서술로 말 그대로 비교우위의 개념이해를 구축하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제가 아직 운영체제 단계(9~15)로 들어서지 못하고 컴퓨터 구조만을 다룬 8장까지만을 읽고서 리뷰를 하다 보니 절반의 이해도만으로 적어나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8장까지 보여준 저자의 필력과 자상함이 이후 쭉 이어져 나간다면 그 어느 책보다 개념이해에 있어 가장 완성도 높은 저작이리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다른 전공서들과 비교할 만큼 폭넓게 독서를 해본 것은 아니지만 이보다 쉬운 이해를 줄 책이 없으리라 생각하는 건 저와 같은 완전한 문외한에게까지 본서의 내용이 너무 쉽게 와닿았기 때문입니다. 비전공자이지만 자기 나름의 이유로 컴퓨터 구조와 운영체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느끼시는 분들께는 반드시 이 책 [혼공컴운]이어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컴퓨터공학의 개념서인 본서에서 비전공자가 과연 얻는 바는 없을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로서는 4장에서 인터럽트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비동기 인터럽트는 사람에게 있어 견딜 수 없는 괴로움으로 대치해 보자면, 트라우마와 공황, 히스테리 상태와 같다고 생각되었습니다. 메모리의 인터럽트 서비스 루틴을 거쳐야지만 기존 작업을 재개할 수 있듯이 사람은 그러한 트라우마를 겪는 동안에는 마음의 일정 부분, 삶의 일정 부분이 진행되어 나갈 수 없습니다. 인터럽트 벡터가 인터럽트 서비스루틴을 식별해 인터럽트를 처리하듯이 우리 마음 한 측에서 우리 마음 문제를 인식하고 무엇으로 해소해 나갈지 파악한 후 인터럽트 서비스 루틴을 거치듯 문제의 해소 방안을 그에 맞게 거쳐야지만 우리 마음은 다음을 진행해 나아갈 수 있지 않은가 생각되었습니다.

 

CISCRISC 같은 경우, 저자는 다른 나라 언어체계를 서로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로 은유해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인간과 인간 사이에 국가가 다르지 않더라도 각각의 어휘에 대해 자리 잡은 관념이랄까 개념이 서로 다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누군가에겐 아버지가 보호와 안정의 의미일 수 있고 누군가에겐 성폭행범과 폭력범과 동일한 의미일 수 있으며 또 다른 누군가에겐 부수고 건너야 할 장애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가정 역시 누군가에겐 안식으로 정의될 수 있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결핍과 공황이나 장애의 장소로 인식될 수도 있으며 더 깊은 이들에게는 어떡해서라고 반드시 벗어나고야 말리라는 굴레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가에 대한 정의도 그렇게 다를 수 있기에 21세기인 현재까지도 바로 전 정권에서는 대거 간첩 사태가 터진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것이 임기가 끝나고 현 정권이 들어서고서도 공론화되지 못하는 것도 의아한 일이긴 합니다) 올해에도 현역 육군 대위가 한국군합동지휘체제를 해킹해 북한으로 넘기려다 탄로난 사태가 있었습니다. 우리 개개인들의 추구하는 바가 이리도 다르다는 것은 우리 각자에게 있어 상이한 관념적 정의들이 자리 잡기 때문일 겁니다.

 

이렇게 다른 정의를 가진 이들 각자가 서로 대화를 할 때 우리는 서로를 오독할 수 있습니다. 이는 CPU 언어인 ISA의 양식이 다른 컴퓨터 간에 서로 다른 양식의 언어로 소통이 불가능한 것처럼 서로를 인식 불능의 영역으로 가도록 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서로의 언어가 달라 소통할 수 없듯이 인간은 서로에게 외계이고 이계인지도 모른다는 걸 [혼공컴운]을 읽으면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본서를 읽으며 느낀 별것 아닌 두 가지의 상념을 리뷰에 올리는 이유는 인문학서가 아니더라도 인문학적인 사유가 가능하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어서였습니다. 본서에 대한 저의 독서 목적은 리뷰 처음에서 언급한 바와 같지만, 그 외에도 인문학적 사유가 타 영역의 저작으로도 가능하니 관심이 있는 분들은 나와는 상관없을 분야라고 선을 너무 명확히 긋는 일은 마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서입니다. 이상으로 저의 리뷰는 마치려 합니다. 아직 절반만 읽고서 리뷰를 하지만 완독 이후엔 운영체제 편에서 배운 바와 느낀 바를 다시 한번 남기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