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지음, 안정효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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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라는 현정권 비판 저작에서 [1984]와 함께 언급되었었기에 관심을 갖게 되어 일독을 하게 됐다.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에서는 현시대가 [1984]가 이야기하는 빅브라더에 의해 감시되고 통제되는 방식 보다는 [멋진 신세계]에서 이르는 즐겨 지배받기를 대중이 원하는 시대인 것이 아닌가 하는 시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에 도대체 어떤 내용일까 궁금증이 일었다.

 

[1984]도 아직 읽어보지는 않았으나 1984가 근미래인 현재를 예견해 감시카메라와 미디어를 통한 통제를 하는 현시대의 일부분을 이야기하고 있다면 [멋진 신세계는] 포드기원(포드사에서 자동차가 첫생산된1903년을 원년으로 삼는 기원) 600년대라고 하는 앞으로도 480여년 후의 시대를 주제로 삼고 있기에 본서를 읽은 후 정말 우리 시대는 그 두 시대 사이의 과도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1984]의 현실화를 보자면 중국 같은 나라는 실제로 감시카메라가 발달할대로 발달해 몇 백명의 유동인구가 있는 거리를 비추면서도 각각의 신원파악이 가능할 정도로 시스템이 발전해 있다. 우리의 카톡과 같은 어플과 전자결제시스템 등 사회관계망 전체를 한번에 인증해 사용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얼굴을 인증해야 한다. 그리고 얼굴과 개인기록이 모두 기록되어 앞서 말한 중국 전역에 설치된 감시카메라로 어디로 이동하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동선에 신원 파악까지를 모두 감시 받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중국은 현재 전혀 부정할 길 없는 빅 브라더의 시대인 것이다. 그리고 중국은 대외적으로도 널리 그 시스템의 발전과 이용을 공개하고 있어 그렇지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도 그런한 기술이 중국 보다 부족하다거니 미진해서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리 볼 때 이 시대에 대한 두려움이 생긴다.

 

하지만 [멋진 신세계]에서 언급되는 수면학습에 의해 세뇌되는 인류... 더이상의 갈등도, 주어진 것 외에는 자기 나름의 목표나 야망도 사라진 고뇌하지 않는 인류의 모습은 당장의 우리 모습은 아닐 거라 믿고 싶겠지만 이미 우리는 충분히 유도되어 있고 유도되어 가는 중에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대중이 사회현안들에 관심을 갖기보다는 자신의 취향대로 즐기며 살아가기 위해 시간의 대부분을 보내도록 미디어는 충분히 광고라는 심리조작을 이용해 대중심리를 유도하고 있다. 폴 로버츠의 [근시사회]에서 '파충류의 뇌'를 자극하며 당장의 일시적 충족에만 몰입하도록 광고라는 매체가 발전되어 왔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이윤을 창출해야 하는 기업의 의도치 않은 결과라고 보기에는, 관련 뇌 분야와 심리학 분야를 연구하는 경제서들이 즐비하다는 것이 대중을 근시안적인 존재로 유도하는데 명백하게 의도적이었음을 수긍할 수밖에 없게 한다. 이 대목에서 수면학습으로 세뇌되는 미래 인류의 모습과 현시대 인류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듯 했다.

 

'더이상의 갈등도, 주어진 것 외에는 자기 나름의 목표나 야망도 사라진 고뇌하지 않는 인류의 모습'이라고 한 것은, 아직까지는 모든 부분에서는 그렇지 않겠지만 정치가들이 국민들의 발전과 성장에 한계를 지으며 그저 주어진 것에 만족하는 삶을 살라고 강요하는 패러다임에 대중이 놀아나는 '소확행'이라는 개념이 그렇다고 생각된다. 

 

나는 사실 안분지족이나 소족이라는 명청청언의 말씀들에 상당히 공감했던 적이 있다. 돈도 물론 많을 수록 좋은 것이긴 하겠지만 돈을 벌기 위해 시간이.. 정확히는 내 하고 싶은 것을 할 시간을 제한 당하는 그런 정도의 부의 추구 같은 것도 돈이 없어 제한 당하는 것 못지 않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주의이긴하다. 하지만 현시대처럼 성장과 발전을 삿된 정치로 인해 제한 당하는 시대에 소확행의 추구는 일종의 강요이자 세뇌에 놀아나게 되는 것이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부자가 되도 좋겠지 금전적 여유가 생겨도 좋겠지 하지만 그런 것들을 이루기에는 부담스런 여건이라면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나 추구하는게 맞아!" 이런 반강제적인 세뇌로 우리를 구속하고 우리에게 한계를 지어주는 현실을 바꿀 여지를 갖지 않는다면 그것은 [멋진 신세계]가 그리고 있는 시대... 그 미래에서 온 망령 같은 시대를 우리가 뒤따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충분히 생각해 볼만한 소설이지만 담고있는 사상이 깊어서 그렇지 SF소설로는 큰 점수를 줄수 없는 소설이라는 것도 말씀드려야 할 것 같다. 전체적으로 생각할 문제를 던져준다는 하나 빼고는 너무 지루하다. 한마디로 재미없다. 

 

서기 2500년대에 승강원 이를테면 안내원이 있는 엘리베이터는 웬 말이며(심지어 승강원이 엘리베이터문을 손으로 닫는다) 전화번호부가 등장하고 저작 연대인 1930년대의 그 고루한 사고방식에서 출발한 상상력은 여자란 2500년 대에도 간호사나 잘돼야 교장뿐이라는 편견을 그리고 있는 것만 같다. 

 

물론 아기들을 인공수정한다거나 하는 기술은 현재에는 일반적이지만 1930년대에는 획기적인 상상이었을 것으로 생각되긴 한다. 로켓을 타고 여행을 간다는 것도 당시에는 굉장한 상상력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초반 전개부터 재밌을 소설이라는 기대는 완벽히 무너뜨리는 미래사회에 대한 빈약한 공상이었다고 본다. 물론 사상의 깊이가 그 빈약한 공상에서 깊어졌다는 것은 놀랍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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