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꽃이 한번 피고
지는 사이
눈꽃을 한번 바라보다
눈길을 가만히 거두는
사이
옷에 물이 들었다
저녁이 작은 숨소리를 내고
지나가고
눈꽃
흰 가시가
저녁빛을 조금씩 찢어
세상 모든 모서리가 서서히
허물어지려 했다
눈꽃은 반짝이며 잠잠히
상처를 나에게 내밀어
보여주었다
비명을 지르지 않았는데도
저녁이 왔다
슬프지도 않게 조금씩
조금씩
저녁이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