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쉼표를 넣은 곳에 마침표를 찍지 말라 - 인도 우화집
류시화 지음 / 더숲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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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집에 들인지 1년쯤 되고 있는데 어제부터야 조금씩 가까이 하고 있다.

<100가지 인생 처방 우화 모음집>이라는 카피가 너무도 와닿는다.

인생에 이만한 처방이라면 진실한 사랑이나 

의미 있는 타인을 경험하는 것외에는 찾을 수 없을 듯 하다.


지금까지 읽은 우화들이 모두 마음을 움직이는 듯했지만 무엇보다

<꽃이 피면 알게 될 것이다>라는 장의 우화가 너무 감명 깊었다.


한 스승이 제자들을 하산시킬 때가 되자 마지막으로 제자들에게

가르침을 주려고 한 지역에 있는 한 배나무를 각자 다른 계절에 가서

보고 오라는 명을 했다고 한다.


한 제자는 겨울에 그 배나무를 보고 와 생명력이 없고 가지 깊숙이까지 

메말라 전혀 쓸모없는 나무였다고 스승에게 고했다.


다른 제자는 봄에 나무를 보고 와 첫번째 제자의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고 

가지마다 새 움이 파릇파릇 돋아나고 뿌리는 생명수를 길어올리고 있는 

나무였다고 다만 아무 열매도 없어 관상용으로나 적합한 나무였다고 

주장했다.


세번째 제자는 초여름에 나무를 보러 갔다고 한다. 

나무는 온통 흰 꽃으로 덮여 있고 뿌리는 단단히 땅을 움켜쥐고 있으며 

만개한 꽃들은 벌과 새등 숲의 다양한 생명들을 모아들였다고 제자는 말했다.

다만 달린 열매가 너무 써서 먹을 수 없으니 인간에게 쓸모없는 나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간 네번째 제자는 가지마다 휘어질 만큼 열린 황금빛 열매를 목격했다.

제자는 열매를 가져와 스승에게 풍요와 결실을 이뤄낸 나무의 연금술에 감동했다고 말했다.

누구나 과즙 풍부한 열매를 맛볼 수 있게 되었다고 말이다. 


이들에게 스승은 마지막 가르침을 남겼다. 


자신과 타인에게 성급한 판단을 하지 않아야 함을 배우게 하고 싶었노라고...

나무든 사람이든 한 계절의 모습으로, 단 한 번의 만남으로 전체를 판단해서는 안된다고. 

그것은 공정하지도 지혜롭지도 않은 일이라고 말이다.


나무와 사람은 모든 계절을 겪은 후에야 결실을 맺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가장 힘든 계절만으로 자신의 인생을 판단해서는 안된다.

한 계절의 고통 때문에 나머지 계절들이 가져다줄 기쁨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말이다.


<삶은 공평한가>라는 이야기도 내게는 의미 깊게 와닿았다.


한 농부가 길을 가다가 커다란 뱀... 구렁이라고 하자면 

구렁이가 바위에 깔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구렁이가 살려달라고 애원하자

농부는 뱀은 싫었지만 생명을 살리는 일이라 외면하지 않고 바위를 치워 주었다.

구렁이는 살려줘서 감사하다면서도 지금 배가 고프다며 농부의 목을

말아쥐고는 농부를 잡아먹겠다고 했다.

농부는 나는 너를 살려줬는데 이것은 너무도 불공평하다고 말했다.

구렁이는 인생은 원래 공평하지 않은 것이라며 농부를 잡아먹으려다가

그래도 자신을 살려줬으니 세번의 기회를 주기로 했다.

농부의 목에 말아쥔 채 앞으로 세 동물을 만나 단 한 마리라도 

삶이 공평하다고 이야기하는 동물이 있으면 농부를 살려주기로 했다.

농부와 농부의 목을 말아 쥔 뱀은 첫 번째로 암소를 찾아갔다. 

암소에게 농부는 삶이 공평하냐고 물었다.

암소는 인간들이 자신에게 맛있는 풀을 주지만 자신의 우유를 가져가지 않냐 

하지만 자신이 늙어 더이상 우유가 나오지 않으면 자신을 잡아먹지 않겠냐며

삶을 공평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리고 다시 닭을 찾아간 둘은 닭에게도 같은 질문을 했고

닭은 인간이 자신에게 닭장을 만들어주고 보호해주지만 그대신 

매일 달걀을 가져가지 않느냐 하지만 파티라도 하게 되면 자신의 목을 

맨 먼저 비틀 것이다 삶은 공평하지 않다고 말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당나귀를 찾아가 농부는 삶은 공평한 거냐고 물었다.

그러자 당나귀는 삶이 공평한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엄마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삶이 공평하든 공평하지 않든 우리는 춤을 출 수 있다고. 이렇게 말하고

당나귀는 엉거주춤하더니 우스운 모양으로 춤을 추기 시작했고 

따라온 암소와 닭도 춤을 추었다. 농부도 구렁이도 춤을 추기 시작했고

구렁이가 춤을 추며 느슨하게 또아리를 풀자 농부는 슬며시 

목에서 구렁이를 풀어내리고 도망을 가며 당나귀에게 말했다고 한다. 

<그래, 니 말이 맞아. 인생이 공평하든 공평하지 않든 우리는 춤을 출 수 있는 거야>라고


위의 두 이야기가 영혼 깊이 울림을 주었다. 

이 이야기들을 알기 전과 알게 된 이후의 삶이 다를 것 같다. 


[신이 쉼표를 넣은 곳에 마침표를 찍지 말라]는 제목 부터 의미 심장한 이 우화집을 

앞으로 매일매일 하루 몇 가지 이야기씩만 읽어나갈 것이다. 

팍팍한 인생에 단비 같은 이야기들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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