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짓, 기적을 일으켜줘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8
팀 보울러 지음, 김은경 옮김 / 놀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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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짓은 제가 읽어본 소설 속 인물 중에 가장 인상적인 외모와 병력을 가진 인물이 아닌가 싶습니다. 

난쟁이에 간질 발작을 지니고 말 몇마디하는 것도 버거워하며 긴장할 때면 침까지 흘리는 아이죠. 이런 아이에게는 더 관심과 보살핌이 필요할텐데 아이에겐 엄마가 없습니다. 미짓은 아버지와 형 셉과 함께 살아갑니다. 아이의 간질 발작의 원인을 알아내고 치료하려 아버지는 아이를 데리고 패터슨 박사라는 정신의에게 상담치료를 주기적으로 다닙니다. 패터슨 박사도 눈치챘듯 아이의 간질성 발작은 선천적인 것이 아니며 아이가 심리적 위협을 장기적으로 받아오며 생긴 질환입니다. 바로 아이의 형 셉이 엄마가 미짓을 낳다가 돌아가시자 그에 대한 분노로 아이를 밤마다 주기적으로 위협하고 죽이겠다고 협박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작가가 이런 가정사를 굳이 이런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아이에게 안겨주어야 했을까 싶기도 하지만 실제 세상에는 이보다 더 극심한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아이들도 종종 있기에 읽기가 부담스러워지는 순간이 올 때도 참고 끝까지 읽어 보기로 했습니다. 하긴 아이에게는 자신을 이해해주는 여자아이도 있기는 합니다. 형 셉의 여자친구 제니 말이죠.


아이의 아버지가 배를 모는 것을 좋아했던 까닭에 형 셉은 요트 경기 선수가 되었고 동생인 미짓도 요트 항해에 대한 열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의 장애와 발작을 이유로 아이의 아버지는 반대하고 있죠. 하지만 조선소에 만들다 버려진듯한 요트 하나가 아이를 사로잡습니다. 아이는 매번 그 요트를 보러 다닙니다. 그러다가 미러클 맨이라 불리는 노인과 마주칩니다. 마음의 힘을 이야기하는 그에게 짧은 만남만에 매료되지만 그 노인은 금새 죽고 맙니다. 유언으로 아이에게 그 요트를 선물하고요. 노인은 이미 요트에게 자신의 별명과도 같은 미러클 맨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요트 미러클 맨과 만날 즈음부터 아이는 마음의 힘을 믿고 사용하게 됩니다. 그래서 자신을 치료하는 의사 패터슨 박사의 손가락에 상처를 내기도 하고 요트 경기에서 승기를 잡기도 하죠. 하지만 그의 형 셉은 미짓이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듯 하자 더 분노하고 아이를 위협하고 죽이려고 합니다. 아이에게 그제까지 언제 널 죽이겠다고 협박만 해 왔지만 실제 행동에 옮기려고 시도하죠. 미짓은 도망쳐 나오지만 자신의 형을 적으로 간주하고 요트 경기 도중 마음의 힘으로 형을 죽이려 하다가 극도의 상해만 입히고 형은 살아납니다. 그때까지 아이는 내적 갈등을 거듭하다가 요트 미러클 맨과 함께하는 죽음을 선택합니다.


짧게 요약하다보니 인상 깊은 장면 몇몇을 생략하기도 했습니다. 소설은 단숨에 읽을 정도로 몰입도가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결말까지 보고 나면 왜 이런 소재인가 왜 이런 인물들인가 왜 이런 결말인가 하는 의아함과 불만이 남기도 합니다. 형 셉의 내면도 이해 못하겠는 건 아니지만 소설이기에 납득하는 것이지 이 아이부터가 먼저 심리상담과 치료가 필요했지 않았는가 싶습니다. 그리고 성장소설로 표방하더니 주인공인 아이의 죽음으로 그것도 자살로 끝맺음하다니 너무 가혹한 성장소설이 아닌가도 싶었습니다. 


또한 이야기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미러클 맨과 마음의 힘이라는 소재도 소설을 공중부양시켜 독자가 이야기에서 현실성을 느낄 수 없게 만들 수도 있는 요소였으나, 그것을 미짓이라는 천형을 감당하고 있는 아이에게 부여하여 비현실적인 요소를 어느 정도 납득하게 하는 효과를 내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이 소설에 끌린 이유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한다’고 손가락질받는 소년 미짓이 일으키는 신비하고 아름다운 기적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라는 카피 때문이었습니다. 이 소설의 서평단 응모를 할 때는 소설 내용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단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한다고 손가락질 받는다는 대목에서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이란 영화에서 '태어나서 죄송합니다'라는 문장을 써내려가던 영화 속 인물들이 떠올랐습니다. 그들과 미짓이 오버랩되면서 이 소년이 세상으로부터 받는 냉대가 마치 제 것 처럼 여겨졌습니다. 미짓이 성장하는 이야기가 제게도 위안이 될 수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카피에서 아름다운 기적이라고 했듯 아름다움도 분명히 그려지는 소설입니다. 다만 제게는 장애와 고통 속의 아이에게 고통을 더하는 존재가 그의 형이라는 것, 그리고 그 형이 실제로 그를 죽이고자 시도한다는 것, 그에 대한 보복으로 미짓이 그를 죽이려 했다는 것, 더욱이 참회의 한 방법일지 용서의 양식이었는지 자살로 미짓으로 불리던 조셉의 생이 끝난다는 것이 다소 불편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불만이 있는 것도 소설에 과몰입한 증거가 아닌가 싶어요. 소설에 푹 빠져 소설 속 인물들에서 살아있음을 느꼈기에 이런 불만이 생긴게 아닌가 합니다.


다산북스 편집부에서 서평도서를 보내며 책 안에 작은 프린트 메모를 함께 보냈습니다. 

그 중 일부 내용은 "《미짓, 기적을 일으켜줘》는 세상에 버림받고 모두를 미워하는 난쟁이 소년 미짓의 간절한 소망과 꿈, 기적에 관한 이야기 입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고 미러클 맨을 만나 끝내 자신 안의 증오를 풀고 성장하는 미짓이 만들어내는 아름답고도 슬픈 기적을 함께 지켜봐주세요. 나아가 독자님께서도 나만의 미러클 맨과 기적을 찾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라고 되어 있습니다. 


"세상에 버림받고 모두를 미워하는 난쟁이 소년 미짓..." 아마도 미짓의 내면을 풀어낸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자신의 천형과 엄마의 죽음 때문에 세상에 버림받은 심정이어야만 했을까? 모두를 미워해야만 했을까? 하는 심정도 들었지만 미짓은 고독했으나 모두를 미워하는 아이는 아니었습니다. 미짓은 끝내 세상을 사랑하는지 까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을 미워하던 이마저 용서하고 포용하는 마지막 심정을 가지고 떠났구나 하는 감상은 이 문장을 보며 다시 들기도 했습니다. 


미짓, 아니 소설의 끝에야 이름이 조셉임을 알게 되지만 소년 조셉은 자신의 의지로 기적을 펼치는 마음의 힘을 경험하고 또 원망과 분노를 사랑으로 지우고마는 기적까지 펼치고 떠났습니다. 미짓이 일으킨 기적 중 가장 놀라운 하나는 형을 용서하는 부분입니다. 소설은 앞서 말씀드렸듯 몰입도가 뛰어납니다. 다만 이 이야기는 감동과 함께 반감도 가져올 수 있을 소재와 전개가 다분히 도발적입니다. 그리고 현실 속에서는 소설 보다 더 반감을 일으키는 실제상황들이 있을 수도 있음을 저도 압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닷빛깔이기만 한 이야기가 아닌 《미짓, 기적을 일으켜줘》만이 주는 선명한 아름다움이 있음은 부정할 수 없을 듯 합니다. 


다산북스 편집부에서는 독자들이 자신만의 미러클 맨과 기적을 찾게 되기를 기원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계기와 기적은 미짓에게 주어진 것과는 다른 모습이겠지만 누구나가 삶 속에서 마주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소설을 읽는 여러분도 여러분의 기적을 펼치며 소설 속 미짓과는 다른 결말을 만들어 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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