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이해하기
알라딘의 시스템은 나에게 많은 책들을 알려주는 데(알만한 사람은 다 알겠지만 그 책들이 무슨 책인지 분간(?)하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갈 수가 있다), 알고리즘은 똑똑해서 나를 나보다 더 잘안다. 얘를 대체 왜 설명해주는 거지? 싶은 책들 중에 제일 나를 짜증스럽게 했던 건 <신유물론>에 관한 책들이었다. 나는 코웃음을 쳤다. 남한에 유물론(사회주의)이 언제 있었다고 ‘신’유물론이냐ㅋㅋㅋ
그러다가 1월의 책 <페미니즘 이론과 비평>을 읽고 난 뒤 다시 돌아가서 번역판 저자 머리말을 읽다 말고 난 머리를 한대 맞는 데. 스테이시 앨러이모를 소개한 글이 평소 내가 더듬더듬 가지고 있는 개똥철학(?)과 매우 흡사했던 것.
“물질에 초점을 맞춰야만 ‘몸을 가진 존재’의 경험을 제대로 성찰할 수 있고, 이원론적 사고(자연/문화/, 과학/인문학)를 극복할 수 있으며, 드디어 인간 너머를 생각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앨러이모는 이를 ‘초-신체성’이라고 부른다.”
우와!! 이거였구나, 이거였어! 이게 신유물론 페미니즘인가보다! 뚜둥!!
더 놀라운 것은 검색을 했는 데… 앨러이모 책이 이미 집에 있더라고…
다락방님이 작년에 나한테 생일선물로 보내줬음ㅋ 진짜 촉수사유 끝판왕 한국의 해러웨이 ㅋㅋㅋㅋ
나보다 나를 더 잘아는 내 몸이 알려주는 지식들을 조합하며, 사는 대로~ 생긴대로 살면서~ 나를 합리화 하기 위해 여튼 나는 가려한다~ 이모중의 왕이모 스테이시 앨러이모로. 라테 마시고, 아메리카노 먹으면서 천천히 더듬더듬 가겠음.
그런가하면 과알못이지만 과학을 좋아하는 문/이과 이분법을 넘어서는 단발머리님을 떠올릴 때 난 *캐런 버라드*라는 페미니즘 철학자가 생각나곤 했다. https://blog.aladin.co.kr/jyang0202/13633346 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양자역학과 주디스 버틀러를 합쳐서 *행위실재론(윤리-존재-인식론)*을 만들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ㅋㅋㅋㅋㅋㅋ 대/왕/물/음/표 를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여튼 단발머리님께 *캐런 버라드*라는 페미니즘 철학자를 공유하려고 검색해서 읽은 글 (홍찬숙 : <버라드의 행위 실재론> 수행성에서 내부작용으로 http://www.zineseminar.com/wp/issue07/karenbarad/)인데 출력해서 오늘 아침의 명석해진 두뇌(🧠)로 한 번 더 읽고 나니 이해가 쏙쏙 되고 기뻐서 그 글을 공유해온다.
주디스 버틀러에 대해서 가지고 있던 찜찜함을 캐런 버라드가 정리해주신 것 같다. 말끔함. 가끔 나는 과거의 나 자신을 너무 칭찬하고 싶은 데, 내가 이걸 이해하기 위해서 ㅋㅋㅋㅋㅋ 김상욱과 벵하민 라바투트를 읽어두길 얼마나 다행인가ㅋㅋㅋㅋㅋ 문과지만 *양자역학이 해체한 인식론과 존재론*이라는 문장을 이해할 수 있었다. 홍찬숙님 뉘신지 모르겠지만 감사합니다. 완전 잘 설명해주셔서 저 진짜 많이 이해했어요! (하지만 갈 길은 멀다…)
어쨌든 홍찬숙님의 글에서 중요해보이는 문장들을 훗날의 나를 위해 정리해 둔다. 그런데 .. 역시 너무 어렵다… 이렇게 어려운 걸 어떻게 이해하냐. 하지만 이해해보자.
“그러나 굳이 ‘신유물론(New Materialism)’이라는 개념을 쓰는 이유는 ‘구유물론’과의 구별뿐만 아니라, 소위 ‘언어적 전환’을 ‘물질적 전환’으로 재전환하기 위함이다.”
“버틀러는 ‘성’이라는 생물학적 물질성에 대한 ‘개념’이 인간의 사회적 수행성에 의해 구성되었다고 설명했으나, 버라드는 생물학적일 뿐만 아니라 물리학적 물질 자체가 물질적 행위(=수행성)의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사고의 바탕에는 고전 물리학에 기초한 철학적 사고방식을 송두리째 뒤흔든 ‘양자역학 철학’이 깔려 있다. 고전 물리학은 인간의 인식과 사물의 존재가 완전히 분리된 것으로 보는 칸트 철학과 맥을 같이 한다.”
“‘정체성 정치’ 페미니즘의 입장에서는 해러웨이의 반본질주의에 공감하면서도, ‘역사적 우발성’을 주장하는 ‘탈근대적’ 관점이 체계적인 권력 구조의 실재성을 부정하고 개인의 미시적 결단을 과대평가하는 상대주의적 인식으로 연결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단순한 방법론적 상상력의 모델로서가 아니라 버라드처럼 양자역학적 실재의 특성으로서 파동을 설명하면, 파동의 유동성 또는 위치 비결정성이 반드시 상대주의로 흐르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근대 과학과는 다른 방식으로 버라드는 ‘사건 발생’이 일종의 ‘인과성’을 갖는다고 또는 ‘객관적’이라고 설명하기 때문이다.”
좀 어렵지만. 내가 이해한 바를 좀 더 정리해보겠다. 주디스 버틀러가 부단히 해체(?) 해버린 인간의 ‘언어’ 안에 내장된 ‘본질주의’- 거기에서 버라드는 양자역학을 가져와서 한번 더 가는 것 같다. 인간이 아닌 물질의 세계야 말로 인식/존재로 구분되지 않는다는 것. (양자역학)
그리고 캐런 버라드가 주디스 버틀러 비판 하는 부분이 좀 탁월한데
-> “버라드는 사회적 수행성을 강조하는 구성주의의 인식론을 ‘재현주의’라고 비판했다. 재현주의는 인식과 존재의 완전한 분리에서 출발하여, 인식이 존재를 재현한다고 이해하는 방식이다.”
명확하다. 사회적 수행성을 강조해 버리면 인식과 존재가 분리된다!!! (일단 분리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게 버라드의 논점이고)
여기서 내 불만 : 성별 이분법이 작동하고 있는 사회의 미디어와 매체에서 재현되는 여성성을 보고 생리도 안해봤으면서 “난 나를 여자로 느껴”라고 생각하면서 젠더디스포리아를 겪는 (심정을 내가 이해할 수는 없지만 ㅜㅜ) 생물학적 남성이 돈을 모아서 성전환 수술을 하는 것이 어떻게?!? 페미니즘(여성인권 신장)이란 말인가?!!!!!???
인식이 존재를 재현한다는 식의 (어렵다, 쉬운 말로 가겠다) ‘생각한대로 살고자 하는 건’ 그리고 과학기술이 넘나 발달해서 ‘몸’까지 생각대로 바꾸고자 하는 건!! 1. 돈 낼 사람만 가능함 2. 신종 변종 관념론임ㅋㅋㅋㅋ(난 증맬루 유물론자라니까요ㅋㅋㅋ)
제발… 사는대로 생각하자… 인간의 저주받은 언어능력이여… 물론 나도 내 몸이 막 좋지 만은 않아. 생리할때마다 너무 싫어. 나이 먹으니까 PMS도 와. 그래도 없는 걸 어떻게 ㅜㅜ 만들어서 달아 ㅜㅜ 나도 복근이 있었음 좋겠어. 그러면 운동을 해야지 복근을 이식하면 어떡해?!? ㅋㅋㅋㅋ 없으면 없는대로 있으면 있는대로 살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것에 만족하면서 사는 게… 어렵지… 이런 시절에… 흑… 나도 알아. 이런 내가 혐오자라고 생각하면 어쩔 수 없지. 저는 혐오자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버라드 성림께서 이렇게 정리해주신다..
“버라드의 물리학적 설명을 버틀러의 ‘사회적 상호작용’에 적용한다면, 개인의 성 정체성(=개념)만 사회적으로 유동적일 뿐만 아니라 개인의 생물학적 성 자체도 애초에 다른 물질과의 얽힘 속에서 절단된 ‘사건’이자, 그 사건들의 반복적 발생이다. 즉 성 정체성이 사회적 수행성의 결과라면, *생물학적 성은 물리적 수행성의 결과*인 것이다.”
한문 장 더 가져오자.
“(양자역학) 이렇게 물질의 존재 자체에 이미 물질의 수행성에 의한 세계 구성의 과정이 내재한다. 물론 이런 세계 구성의 과정은 임의적이지 않아서 ‘객관적으로 관찰된다. 다만 여기서 ‘객관적’은 새롭게 정의된다’.”
…
그렇다.
수행성 부분을 가지고 오면서도 객관을 담보할 수 있다. 정체성의 정치를 해체하고 나서도 상대주의로 빠지지 않고 '얽히고 겹쳐지는' 과정에서 연대할 수 있다. (분명한 건 언어도 물질성을 갖고 있지만, 물질 역시 자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면 극단의 해체 아니냐고? 놉. 양자역학이 발견됐다고 뉴턴을 폐기할 필요는 없다.) 이것이 신유물론 페미니즘인가? 그렇다면 나는 (이 역시 임의적으로 ㅋㅋㅋ) 신유물론 페미니스트다. 그 전에 난 역시 심각한 (이제는 그 의미가 살짝 바뀐) 구조주의자지.ㅋㅋㅋ
“사회적 세계에서 ‘물질화’는 버라드가 푸코의 ‘장치’ 개념을 빌려 설명하듯이, ‘제도화’라고 할 것이다. 사회학에서 ‘제도’라는 개념 자체가 본래 ‘반복되는 행위의 패턴으로 인해 정상 또는 규범으로 정의되는 행위 및 의미들’을 말한다. 현재의 억압적 구조들과 차별적 정체성들이 ‘파동으로 행동하는 비결정 상태의 사회적 의미’들이 역사적 사건들을 만나 ‘겹쳐져서’ 만들어낸 패턴이고 또 특정 인식론과 만나 ‘절단된’ 사건들이라면, 그리하여 역사적이고 인식론적인 사건의 반복 속에서 구조화한 결과라면, 우리는 ‘구조’의 개념을 폐기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그것을 버라드의 신유물론 페미니즘을 통해 재해석하고자 하는 것이다.”
언젠가는 나의 언어로 정리할 수 있게 되겠지. 오늘의 공부 끝.
힘들었다. 😩
(잘못 이해한 거 있으면 반박 받겠다. 근데 아무도 나한테 반박 안해 줌. 그래서 지적오만이 하늘을 찌른다. 나 넘나 거다 러너적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