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이해하기

알라딘의 시스템은 나에게 많은 책들을 알려주는 데(알만한 사람은 다 알겠지만 그 책들이 무슨 책인지 분간(?)하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갈 수가 있다), 알고리즘은 똑똑해서 나를 나보다 더 잘안다.  얘를 대체 왜 설명해주는 거지? 싶은 책들 중에 제일 나를 짜증스럽게 했던 건 <신유물론>에 관한 책들이었다. 나는 코웃음을 쳤다. 남한에 유물론(사회주의)이 언제 있었다고 ‘신’유물론이냐ㅋㅋㅋ 


그러다가 1월의 책 <페미니즘 이론과 비평>을 읽고 난 뒤 다시 돌아가서 번역판 저자 머리말을 읽다 말고 난 머리를 한대 맞는 데.  스테이시 앨러이모를 소개한 글이 평소 내가 더듬더듬 가지고 있는 개똥철학(?)과 매우 흡사했던 것.


“물질에 초점을 맞춰야만 ‘몸을 가진 존재’의 경험을 제대로 성찰할 수 있고, 이원론적 사고(자연/문화/, 과학/인문학)를 극복할 수 있으며, 드디어 인간 너머를 생각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앨러이모는 이를 ‘초-신체성’이라고 부른다.” 


우와!! 이거였구나, 이거였어! 이게 신유물론 페미니즘인가보다! 뚜둥!!

더 놀라운 것은 검색을 했는 데… 앨러이모 책이 이미 집에 있더라고…  

다락방님이 작년에 나한테 생일선물로 보내줬음ㅋ 진짜 촉수사유 끝판왕 한국의 해러웨이 ㅋㅋㅋㅋ  




나보다 나를 더 잘아는 내 몸이 알려주는 지식들을 조합하며, 사는 대로~ 생긴대로 살면서~ 나를 합리화 하기 위해 여튼 나는 가려한다~ 이모중의 왕이모 스테이시 앨러이모로. 라테 마시고, 아메리카노 먹으면서 천천히 더듬더듬 가겠음. 


그런가하면 과알못이지만 과학을 좋아하는 문/이과 이분법을 넘어서는 단발머리님을 떠올릴 때 난 *캐런 버라드*라는 페미니즘 철학자가 생각나곤 했다. https://blog.aladin.co.kr/jyang0202/13633346 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양자역학과 주디스 버틀러를 합쳐서 *행위실재론(윤리-존재-인식론)*을 만들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ㅋㅋㅋㅋㅋㅋ 대/왕/물/음/표 를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여튼 단발머리님께 *캐런 버라드*라는 페미니즘 철학자를 공유하려고 검색해서 읽은 글 (홍찬숙 : <버라드의 행위 실재론> 수행성에서 내부작용으로 http://www.zineseminar.com/wp/issue07/karenbarad/)인데 출력해서 오늘 아침의 명석해진 두뇌(🧠)로 한 번 더 읽고 나니 이해가 쏙쏙 되고 기뻐서 그 글을 공유해온다. 


주디스 버틀러에 대해서 가지고 있던 찜찜함을 캐런 버라드가 정리해주신 것 같다. 말끔함. 가끔 나는 과거의 나 자신을 너무 칭찬하고 싶은 데, 내가 이걸 이해하기 위해서 ㅋㅋㅋㅋㅋ 김상욱과 벵하민 라바투트를 읽어두길 얼마나 다행인가ㅋㅋㅋㅋㅋ 문과지만 *양자역학이 해체한 인식론과 존재론*이라는 문장을 이해할 수 있었다. 홍찬숙님 뉘신지 모르겠지만 감사합니다. 완전 잘 설명해주셔서 저 진짜 많이 이해했어요! (하지만 갈 길은 멀다…)


어쨌든 홍찬숙님의 글에서 중요해보이는 문장들을 훗날의 나를 위해 정리해 둔다. 그런데 .. 역시 너무 어렵다… 이렇게 어려운 걸 어떻게 이해하냐. 하지만 이해해보자. 


“그러나 굳이 ‘신유물론(New Materialism)’이라는 개념을 쓰는 이유는 ‘구유물론’과의 구별뿐만 아니라, 소위 ‘언어적 전환’을 ‘물질적 전환’으로 재전환하기 위함이다.”


“버틀러는 ‘성’이라는 생물학적 물질성에 대한 ‘개념’이 인간의 사회적 수행성에 의해 구성되었다고 설명했으나, 버라드는 생물학적일 뿐만 아니라 물리학적 물질 자체가 물질적 행위(=수행성)의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사고의 바탕에는 고전 물리학에 기초한 철학적 사고방식을 송두리째 뒤흔든 ‘양자역학 철학’이 깔려 있다. 고전 물리학은 인간의 인식과 사물의 존재가 완전히 분리된 것으로 보는 칸트 철학과 맥을 같이 한다.”


“‘정체성 정치’ 페미니즘의 입장에서는 해러웨이의 반본질주의에 공감하면서도, ‘역사적 우발성’을 주장하는 ‘탈근대적’ 관점이 체계적인 권력 구조의 실재성을 부정하고 개인의 미시적 결단을 과대평가하는 상대주의적 인식으로 연결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단순한 방법론적 상상력의 모델로서가 아니라 버라드처럼 양자역학적 실재의 특성으로서 파동을 설명하면, 파동의 유동성 또는 위치 비결정성이 반드시 상대주의로 흐르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근대 과학과는 다른 방식으로 버라드는 ‘사건 발생’이 일종의 ‘인과성’을 갖는다고 또는 ‘객관적’이라고 설명하기 때문이다.” 


좀 어렵지만. 내가 이해한 바를 좀 더 정리해보겠다. 주디스 버틀러가 부단히 해체(?) 해버린 인간의 ‘언어’ 안에 내장된 ‘본질주의’- 거기에서 버라드는 양자역학을 가져와서 한번 더 가는 것 같다. 인간이 아닌 물질의 세계야 말로 인식/존재로 구분되지 않는다는 것. (양자역학) 


그리고 캐런 버라드가 주디스 버틀러 비판 하는 부분이 좀 탁월한데 

-> “버라드는 사회적 수행성을 강조하는 구성주의의 인식론을 ‘재현주의’라고 비판했다. 재현주의는 인식과 존재의 완전한 분리에서 출발하여, 인식이 존재를 재현한다고 이해하는 방식이다.


명확하다. 사회적 수행성을 강조해 버리면 인식과 존재가 분리된다!!! (일단 분리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게 버라드의 논점이고)


여기서 내 불만 : 성별 이분법이 작동하고 있는 사회의 미디어와 매체에서 재현되는 여성성을 보고 생리도 안해봤으면서 “난 나를 여자로 느껴”라고 생각하면서 젠더디스포리아를 겪는 (심정을 내가 이해할 수는 없지만 ㅜㅜ) 생물학적 남성이 돈을 모아서 성전환 수술을 하는 것이 어떻게?!? 페미니즘(여성인권 신장)이란 말인가?!!!!!???


인식이 존재를 재현한다는 식의 (어렵다, 쉬운 말로 가겠다) ‘생각한대로 살고자 하는 건’ 그리고 과학기술이 넘나 발달해서 ‘몸’까지 생각대로 바꾸고자 하는 건!! 1. 돈 낼 사람만 가능함 2. 신종 변종 관념론임ㅋㅋㅋㅋ(난 증맬루 유물론자라니까요ㅋㅋㅋ) 


제발… 사는대로 생각하자… 인간의 저주받은 언어능력이여… 물론 나도 내 몸이 막 좋지 만은 않아. 생리할때마다 너무 싫어. 나이 먹으니까 PMS도 와. 그래도 없는 걸 어떻게 ㅜㅜ 만들어서 달아 ㅜㅜ 나도 복근이 있었음 좋겠어. 그러면 운동을 해야지 복근을 이식하면 어떡해?!? ㅋㅋㅋㅋ 없으면 없는대로 있으면 있는대로 살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것에 만족하면서 사는 게… 어렵지… 이런 시절에… 흑… 나도 알아. 이런 내가 혐오자라고 생각하면 어쩔 수 없지. 저는 혐오자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버라드 성림께서 이렇게 정리해주신다..


“버라드의 물리학적 설명을 버틀러의 ‘사회적 상호작용’에 적용한다면, 개인의 성 정체성(=개념)만 사회적으로 유동적일 뿐만 아니라 개인의 생물학적 성 자체도 애초에 다른 물질과의 얽힘 속에서 절단된 ‘사건’이자, 그 사건들의 반복적 발생이다. 즉 성 정체성이 사회적 수행성의 결과라면, *생물학적 성은 물리적 수행성의 결과*인 것이다.” 


한문 장 더 가져오자. 


“(양자역학) 이렇게 물질의 존재 자체에 이미 물질의 수행성에 의한 세계 구성의 과정이 내재한다. 물론 이런 세계 구성의 과정은 임의적이지 않아서 ‘객관적으로 관찰된다. 다만 여기서 ‘객관적’은 새롭게 정의된다’.”



그렇다. 

수행성 부분을 가지고 오면서도 객관을 담보할 수 있다. 정체성의 정치를 해체하고 나서도 상대주의로 빠지지 않고 '얽히고 겹쳐지는' 과정에서 연대할 수 있다. (분명한 건 언어도 물질성을 갖고 있지만, 물질 역시 자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면 극단의 해체 아니냐고? 놉. 양자역학이 발견됐다고 뉴턴을 폐기할 필요는 없다.) 이것이 신유물론 페미니즘인가? 그렇다면 나는 (이 역시 임의적으로 ㅋㅋㅋ) 신유물론 페미니스트다. 그 전에 난 역시 심각한 (이제는 그 의미가 살짝 바뀐) 구조주의자지.ㅋㅋㅋ


사회적 세계에서 ‘물질화’는 버라드가 푸코의 ‘장치’ 개념을 빌려 설명하듯이, ‘제도화’라고 할 것이다. 사회학에서 ‘제도’라는 개념 자체가 본래 ‘반복되는 행위의 패턴으로 인해 정상 또는 규범으로 정의되는 행위 및 의미들’을 말한다. 현재의 억압적 구조들과 차별적 정체성들이 ‘파동으로 행동하는 비결정 상태의 사회적 의미’들이 역사적 사건들을 만나 ‘겹쳐져서’ 만들어낸 패턴이고 또 특정 인식론과 만나 ‘절단된’ 사건들이라면, 그리하여 역사적이고 인식론적인 사건의 반복 속에서 구조화한 결과라면, 우리는 ‘구조’의 개념을 폐기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그것을 버라드의 신유물론 페미니즘을 통해 재해석하고자 하는 것이다.

언젠가는 나의 언어로 정리할 수 있게 되겠지. 오늘의 공부 끝. 

힘들었다. 😩


(잘못 이해한 거 있으면 반박 받겠다. 근데 아무도 나한테 반박 안해 줌. 그래서 지적오만이 하늘을 찌른다. 나 넘나 거다 러너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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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03 10: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03 1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03 12: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03 12: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23-02-03 12: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홍찬숙님 글 어려워서 지난번에 다 못 읽고 ㅋㅋㅋㅋㅋ 이번에 한 번 읽었어요. 한 번 달랑 읽고 내가 보기에 버라드 논의에서 제일 중요한 문단은 여기.

실재하는 물질은 행동하는 상태이지 고정된 상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즉 실재하는 것은 ‘사물’이 아니라 물질의 행위이고, ‘사물’은 우리가 관찰하는 ‘현상’일 뿐이다. ‘고정된 사물’의 존재 상태는 근대 과학이 만든 일종의 착시현상으로서, 실상은 끊임없이 반복되는 사건들일 뿐이다.


이건 뇌과학에서 그렇게나 부르짖는 ‘자아는 좌뇌의 환상이다‘ 혹은 ˝‘나‘라는 구체적인 형태의 경계를 인식하도록 하는 것은 뇌의 속임이다‘라는 주장과 닿아 있는 거 같고요. 물질이 행동하는 상태이지 고정된 게 아니라면, 개인의 성정체성은 물론이요, 생물학적 정체성, 인종, 동식물, 동물과 인간, 더 나아가 생물/무생물의 간극도 우리의 이해와 생각보다는 훨씬 더 좁다,라는 게 그 주장의 핵심이라고 나는 이해했어요. 아님 말고요 ㅋㅋㅋㅋㅋㅋㅋ
어렵기는 한데 나도 더 알고는 싶어요. 이 글도 어려워. 어려운거 잘하네요, 쟝쟝님! 좋겠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3-02-03 12:30   좋아요 3 | URL
저도 그 문단에 형광펜 그었기 때문에 사진찍어서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 뇌과학과 소설들까지 다 같은 자장에 있는 것 같아요. 서양인들 양자역학 알게되서 참 좋겠다 ㅋㅋㅋㅋ 동양인은 이미 알던 거 ㅋㅋㅋㅋ 관계속에서 파악하기 ㅋㅋㅋ

2023-02-03 12: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03 12: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독서괭 2023-02-03 12:5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어휴, 페미니즘도 어려운데 양자역학까지!! 정말 거다러너적입니다. 제가 이해는 다 못하지만 쟝쟝님이 신유물론 페미니스트라고 정체화했다는 건 기억해둘게요. 그것이 무엇인지는 쟝쟝님 글 계속 읽다보면 어렴풋이 알게 될 거라고 기대하며 ㅎㅎㅎ
아, 그런데 앨러이모라니, 이모... 어쩐지 친척같은 친근함이 느껴진다 ㅋㅋㅋㅋ

공쟝쟝 2023-02-03 13:00   좋아요 3 | URL
맥락적, 임의적 정체화 입니다. 굳이 뭔가로 정체화한다면 전 원래부터 걍 쌩 유물론자(이분법적으로 그냥 관념론을 안좋아한다는 데서?)ㅋㅋㅋㅋ 앞에 ‘신‘ 붙였다고, 제가 가지고 있는 생각이 딱히 바뀌진 않았고요 ㅋㅋㅋ 그냥 주디스 버틀러에 대한 불만을 해결한 문장을 발견해서 기분 좋았어요.

2023-02-03 1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03 13: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물질적 수행성? 2023-02-03 13: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깨달음의 순간을 옮겨적은 좋은 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MTF는 페미니즘과 하등 상관도 없다˝는 공쟝쟝님의 입장(?)과 물리적 수행이라 할 수 있는 성전환수술의 객관성에 대한 서술 사이의 간극이 보입니다. (제가 오해한 것이라면 미안합니다.) 이 간극에서 공쟝쟝님의 위치(자리)에서의 수행은 어떤 것일지 궁금합니다. ˝반박받고 싶음˝이나 ˝지적 오만˝에 대한 눈치보임과 계면쩍음만은 아닐 것 같아 여쭤봅니다.

공쟝쟝 2023-02-03 16:24   좋아요 4 | URL
일단 제가 .... 바빠서요.... 이제 일하러가야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질문을 좀 더 고민해 봐야할 거 같은데요.
바로 위의 비댓에서 준 질문에 대한 대답을 좀 더 풀어서 일단 붙여 넣기 해볼게요.

“버라드는 사회적 수행성을 강조하는 구성주의의 인식론을 ‘재현주의’라고 비판했다. 재현주의는 인식과 존재의 완전한 분리에서 출발하여, 인식이 존재를 재현한다고 이해하는 방식이다.”

----> 이 부분 한번 더 읽어보시면 바로 이해하실 듯요. 얘네(서양인)들은 논리 안에서 논리 깨기 좋아하잖아요.

저는 버라드를 버틀러 이론이 (그의 의도와는 다르게 현실에서는 종종 실체가 있는) 몸을 지우는 것 + 수행성 자체를 모두가 상대주의(관념론 혹은 일종의 교조라고 봤어요. 젠더를 수행하는 방식을 바꿔야지 젠더에 몸을 맞추는 신체훼손) 적으로 해석해버리는 것에 대해 *최소한의 ˝객관성˝(... 전통적 의미의 객관이 아니라 양자역학이 해체한 맥락적 객관? 이라고 해야할까요.)을 확보하자*는 주장을 합리화 하는 방향으로 읽고 싶었고. 일단 그렇게 읽어 놓고 더 고민해보려고 합니다.

공쟝쟝 2023-02-03 16:29   좋아요 4 | URL
저의 수행을 물어보셨습니다. 저는 남자몸을 안살아봐서 모르겠고요, 여자가 되고 싶은 남자가 가진 고통에 이입하기에는 저는 여자 몸을 살고 있어서. 강남역 살인 (화장실이라는 사적인 공간에서 남성이 여성을 무차별적으로 죽인 사건) 이후에 각성한 젊은 여성들이 여성 공간, 사적인 공간에 침입해 오는 남성 신체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공포감을 몸으로 먼저 이해하고요. 그런 나의 몸의반응/감정반응을 ‘혐오(여자일베,terf)‘라고 라벨링한 일종의 ‘지식권력‘에 대해 대단히 찜찜함을 느낍니다. 여성의 몸이든 젠더디스포리아를 겪는 어떤 몸이든 간에 고통을 경쟁하고 위계지어야만 하는 상황은 매우 통탄스럽습니다.

하등 상관없다라는 말은 오해의 소지가 있으니 철회해주세요. ㅋㅋㅋㅋㅋㅋ 그냥 내 페미니즘은 그런 페미니즘이고, 당연한 말이지만. 내가 페미니즘을 시작한 이유는 나의 경험을 나의 몸을 기존의 지식들이 설명해주지 않은 체 니가 이상한거야, 니가 예민한거야, 니가 잘못 아는 거야, 라는 말들로 나를 검열하게 했기에..... 거다 러너적 정신으로 ㅋㅋㅋㅋㅋㅋㅋ 열심히 언어를 만들어 가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 나의 몸이 만나는 관계와 경험과 지식을 통해서 어떤 것들이 만들어질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재밌고요, 다른 몸들이 제공해 줄 앎들이 나의 편협한 앎을 비워내는 것에 대해 열린 태도를 더 갖추는 건 과제고요.

나는 그런 수행(수련ㅋㅋㅋ) 이미 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썼던 글 가져올게요. (개뻔뻔)

˝감정은 말이 아니다. 그러나 자주 말을 통해서 전해진다. 곁에 있으면 알아듣지 못하는 말도, 말이 아닌 말도 전해진다. 타인의 경험과 이야기를 음악과 영화와 글씨로는 읽어내면서, 곁의 몸에서 일어나는 감정 반응을 지켜보거나 받아내는 것을 곤혹스러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곁의 슬픔을 견디기 어려워하는. 나는 그들이 민감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이해하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쓰는 글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 오랫동안 나는 이해는 머리로 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었다. 상처에 반응하는 내 몸을 지워버리고 싶었다. 몸을 잊고 싶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내 머리보다는 내 몸이 훨씬 소중해. 나는 ‘몸의 말’ 혹은 ‘삶을 살아낸 몸’에 관심이 많다. 언어(논리구조)를 추구하면서도 끊임없이 언어의 물성과 몸과 말의 연결됨을 궁구한다.

고통이야 말로 정치적이다. 고통이야말로 보편적이지 않으며 해석된 감정이다. 권력에 고문 받은 지식인 청년 남성의 몸에 대한 이입/ 진짜로 남파된 간첩의 몸에 벌어진 고문에 대한 이입/ 젊은 여성의 육체를 노예화하고 강간을 공유하는 데 돈을 낸 수십만 명의 시선을 문제 삼는 동세대의 젊은 여성들의 이입/ 어떤 몸들은 어떤 고통에만 민감하다. 어떤 고통은 정치적으로 해결되어야 하고, 어떤 고통은 해결할 수 없으므로 무력하라한다.

그것은 고통에 위계가 있다기보다는 고통에 언어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일 수도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어쨌든 우리는 다른 몸을 산다. 그것은 소통의 불가능성이 아니라 각기 다른 몸에서 나오는 각기 다른 언어들에 자리를 내어주는 가능성으로 말해져야 한다.

그러니까. 말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어없는 고통들에 언어가 입혀져 말해진다면. 듣는 이들의 몸이 감응할 것이다. 언어의 해상도 혹은 고통에 대한 해석의 해상도. 그것들을 결국 언어로 높여야 하는 몫들.에 대해서 생각 중이다.

고통의 곁에 있고 싶어했었던 나의 몸은 말이 남긴 어떤 상처들과 미안함으로 이루어져있다. 나는 책을 읽으며 몸에 삶에 맞는 말을 찾아보고 있는 중이고. 읽는 나는 그런데 쓰는 나는 요즘 좀 고민스럽다. 나는 어디까지 말할 수 있을까. 제대로 잘 말하고 있는 건가. 난 어디까지 오해되지 않은 채 이해될 수 있을까. 감히 인식의 채 10%도 안된다는 문장으로. 글씨로.˝

건수하 2023-02-03 22: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머리말 읽었을텐데 왜 앨러이모를 모를까요… 언니처럼 이모 얘기하는 줄 알았…

이해를 못했지만 쟝쟝님을 좋아하니 좋아요를 누르고 갑니다..

공쟝쟝 2023-02-04 07:23   좋아요 1 | URL
책에선 알라이모로 나오더라고요?ㅋㅋㅋㅋㅋㅋ 💕💕💕💕💕💪💪💪💪💪 힘납니다!!

2023-02-03 2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공쟝쟝 2023-02-04 08:13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님 이런 사람이었어요? ㅋㅋㅋ 곤란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맞아요, 버틀러를 완전히 반박한게 아니라 버틀러 안에도(!) 있는 본질주의를 한번 더 찾아내서 해체한 거라고 저는 읽었어요. 끝까지 밀어붙인 거죠. 담론의 물질성이 임의적이지 않냐는 비판에 양자역학 데려와서 객관을 도입했다고 보여집니다. (이게 무슨 말이야…) ^^ 음…. 사실 제가 이해한 게 맞나 싶긴 해요 …… 훗날에 공부 한번 더 정리하겠습니다….

바람돌이 2023-02-04 00: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좋아요는 눌렀지만 무슨 말인지는 사실 모름. ㅠ.ㅠ
공쟝쟝님 너무 많이 공부하지 마요. 자꾸 너무 훌륭해지면 나랑 안 놀아줄거 같아....ㅠ.ㅠ

공쟝쟝 2023-02-04 07:32   좋아요 1 | URL
ㅋㅋㅋ 해체주의를 끝까지 밀어붙여 해체해서 다시 토대(?)를 찾는 과정이라고 읽었어요… 저는…. 양자역학 이야기 알면 좀 더 쉬우셨을 텐뎈ㅋㅋㅋ 일단 제 안에 어떤 지도가 있는데요…! 좀 정리가 되면 필요한 텍스트들 조합(?)해서 읽고 (공부하고) 남이 읽기에도 쉬운 버전 글 한 번 작성할게요. 제가 이해하려고 쓴 글입니다 ㅋㅋㅋㅋㅋ 좌절하지 마세요 ㅠㅠㅠ
공유한 홍찬숙님 글보다 더 쉽게 쓰기는 어려울 거 같습니다. 글씨고 언어니까요 ㅠㅠㅠ

책읽는나무 2023-02-04 00: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스테이시 앨러이모? 페미니즘 이론 책 목록 한참 뒤졌네요.
아무리 뒤져도 안나와~ㅋㅋㅋ
다락방님 선물받은 책이 스테이시 앨러이모 작가의 책이었군요?
공쟝님 글이 넘 어려워서 몇 번을 읽어도 모르겠어서 저 아까 밤에 페미니즘 이론 책 다시 펼쳐서 조금 읽었네요.
아~ 다시 읽어야 하나?싶게, 죄다 새로운 말들이 튀어나와 좀 놀랐음요~ㅜㅜ
뭘 읽은 겐지?😳😳
지적 대화는 역시 단발님과 공쟝님 두 분이 나눌 수밖에 없었어요. 인정 인정ㅋㅋㅋ
저는 틈틈히 책을 다시 읽어보겠습니다요~
거다러너적 글은 일단 두 번 읽고 갑니다^^

공쟝쟝 2023-02-04 07:44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 맨 앞에 나와요… 알라이모 ㅋㅋㅋㅋㅋ 초신체성!!!!….. 나무님 천천히 따라오세요!!! 분명히 따라 오실 수 있습니다!!! 왜냐면 서양애들한태 어려운 거지 우리한테 어려운 건 아닌 듯ㅋㅋㅋ 직관적으로 ㅋㅋㅋㅋ 여튼 저 페미니즘ㅋㅋㅋ 5년 읽었고ㅋㅋㅋ 제2의성은 2번 반 읽었습니닼ㅋㅋㅋ 이러려고(?) 퇴사하고 프리랜서 된 사람입니다ㅋㅋㅋㅋ 같이 거다러너 됩시닼ㅋㅋ

난티나무 2023-02-04 03: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아 그 책이 그 이모였어!!!!!!! 이렇게 또 앨러이모를 머리 속에 새기고요.^^

공쟝쟝 2023-02-04 07:35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 일단 목표잡고 갈껀데 언제 도착할지는 모르게쒀요…!! 같이 손잡고가요!!! 언어내 번역 하면서 ㅋㅋㅋ

은오 2023-02-04 05:12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이 글 너무 어려워서 건너뜁니다 쟝님 이해해주세요 (내가 이해 못해서 반박도 못함)

공쟝쟝 2023-02-04 07:40   좋아요 5 | URL
ㅋㅋㅋㅋㅋㅋ 그새 건너뛰기도 배워버린 너란 여자 🥹 읽으라고 쓴 글은 아니고ㅋㅋㅋㅋ 내 공부로 쓴 것 입니다용 ㅋㅋㅋ!! 제 글의 제1독자는 언제나 나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