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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미래, 누가 주도할 것인가 - 블록체인과 디지털 자산혁명
인호.오준호 지음 / 미지biz / 2020년 2월
평점 :
어디서 많이 본 그림. 책 표지에 자주 등장하는 그림. 데이비드 호크니의 <A bigger splash>. 그의 그림은 살아있는 작가들중 가장 비싸다. 그림 한장에 1000억원하는 것도 있다. 몇년 전에 그의 전시를 다녀온 적이 있었는 데, 액자 포스터 사려다 너무 비싸서 엽서 한장 사서 왔던 기억. 그런데 호크니 그림 2점을 2019년에 9900원에 살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바겐 세일 뭐 이런건 아니고, 호크니 그림에 대한 소유권을 ‘분할’해서 판매한 것이다.
어떻게? 이더리움 토큰으로(맞다, 소설 <달까지 가자>에서 주인공이 영혼끌어서 투자한 그 이더리움. 비트코인 다음으로 잘나가는 코인.)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엄청 비싼 그림을 130명이 함께 사고 그 작품을 공동 소유한다. 산 그림은 어디에 있냐고? 애석하게 내가 샀어도 우리집엔 없어서 남들한테 보여줄 수가 없다. 근데 무슨 소유권이냐고? 소유했다는 권리는 블록체인에 저장된다. 나는 내가 산 호크니 그림으로 전시회를 열거나 굿즈를 만들어서 팔았을 때 생기는 수익을 배당 받는다. 만약 그 그림의 가치가 올라가면 소유권을 팔아서 차익을 남길 수도 있다.
예전에도 공동소유라는 것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130명의 증명서를 떼주고 부터 등등의 과정을 맡아줄 중개자가 필요하고 거기엔 비싼 수수료가 드니까 안한 거다. 아날로그 자산이 디지털 자산으로 바뀌어가는 게 왜 혁명급이냐면 바로 이 수수료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계약서-약정만 제때 제때 블록체인 플랫폼에 업데이트 해두면 수익분배 뿐만 아니라 소유권 양도도 거의 실시간으로 할 수 있다. 당연히 이 과정에 은행이나 국가는 끼지 않는다. 거래는 국제적이다.
책에서 데이비드 호크니 예시가 가장 직관적이라 느껴져서 가져왔다. 얼마전엔 뱅크시 그림도 이렇게 팔렸고 젊은 세대들 중심으로 이런 식의 아트테크가 유행한다는 후문이다. 블록체인 기술로 팔 수 있는 것은 그림만이 아니다. 거의 모든 것을 무제한으로 팔 수 있으며, 공동으로 소유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르겠다. 특히 우리의 꿈 부동산을 그렇게 공동으로 사고 수익을 남길 수 있다면? (한국에서는 아직 법제도 보완 필요) 이건 미래가 아니다. 그냥 이미 그렇게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소유의 개념 자체가 바뀔거라고 책은 말한다.
비트코인 / 암호화폐 / 블록체인
두어달 관심갖고 이래저래 살펴 본 까닭은 가까이 있는 지인들의 코인으로 인한 흥망성쇠를 지켜보았기 때문… 이기도 하지만 돈이 바뀐다는 데 어떻게 바뀐다는 건지가 정말 궁금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돈버는 지 알려주는 책들보다는 누구나 말하고 있는 이 기술이 어떻게 돈/투자/소유권 등 세상을 바꿔갈 것인지에 초점을 두고 더듬더듬 찾아서 읽었다. 대분의 책들은 새롭게 바뀌어갈 세상에 대해 낙관하고, 기술의 발전에 제도나 정책들이 따라오지 못해 대중들이 새로운 기회를 잃게 되지 않을까 우려한다. 이 책도 그런 책들 중에 하나다. (걔중에 가장 약파는 느낌이 덜하면서 정리가 잘된 느낌이다.)
“(267)디지털 자산혁명은 세 가지 측면, *즉 자산의 토큰화, 거래의 자동화, 플랫폼의 탈중앙화라는 측면에서 혁명적*입니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부가 디지털 토큰이되어 유동화합니다. 은행, 정부, 플랫폼 중개자 등 각종 중간 관리자의 권한이 대폭 축소되고 스마트 계약으로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 사이의 거래가 자동화합니다. 경제활동의 범위는 국경과 문화를 초월해 글로벌 네트워크로 확대되고, 부의 흐름이 블록체인 기반 탈중앙 플랫폼 안에서 일어납니다. 부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에 걸쳐 존재하되 거래와 관리는 절대적으로 온라인을 통해 이뤄질 것입니다. 부동산, 천연자원, 기계 장치, 농산물, 예술품, 콘텐츠, 주식·채권, 탄소배출권, 개인데이터 및 빅데이터가 디지털 토큰으로 유동되고, 거래되고, 관리될 것입니다.이러한 디지털 자산혁명은 준비된 혁신가들에게 부의 미래를 차지할 기회를 줍니다. 그 기회는 디지털 자산의 가치 흐름을 잘 포착하는 것에 달렸습니다. 디지털 자산의 가치 흐름 속에 크게 세 가지 비즈니스 기회가 존재합니다. 첫째는 디지털자산의 가치 평가 및 투자 컨설팅, 둘째는 디지털 자산 신탁 및 토큰 발행, 셋째는 디지털 자산 거래소와 기타 안전하고 편리한거래 환경 조성입니다. 이미 발 빠른 플레이어들은 가치사슬 흐름에 뛰어들어 서비스 표준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중입니다.”
나는? 나는. 그닥 낙관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암호화폐는 화폐로서의 기능보다는 이제 ‘암호자산’이라고 불러야 하는 것 아니냐 할 정도로 투자 혹은 투기의 대상이 되어버렸고(난 이 현상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렇게 까지 된 건 일종의 학습이다.), 데이비드 호크니 작품을 사고파는 사람들 보다는 국가의 감시망을 피해거래하는 사람들에게 더 잘 이용되고 있을거라 짐작한다. 사실 가장 걱정되는 것은 이것.
“하지만 기술은 언제나 인간이 만들어낸 맥락에 의존한다. (…) 포르노그래피 산업은 군대에서 개발한 모든 통신수단을 민간 상용 서비스로 재빨리 응용했을 뿐만 아니라 더 좋은 기술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댔다. 포르노와 군대, 현대과학기술의 상관 관계를 추적해온 과학전문기자 피터 노왁Peter Nowak이 직접 포르노 산업의 경영자들을 만나서 인터뷰한 내용에 따르면, 이들은 언제나 새로운 단속과 법망을 피해 콘텐츠를 전달할 새로운 기술이 필요하다. (...) 2000년대 중반 이후 스마트폰이 대중에게 보급되면서부터 모든 사람이 포르노그래피를 제작할 수 있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2000년 전후 닷컴 기업들이 활로를 찾는 과정에서 포르노의 쓸모가 더욱 분명해졌다. 마땅한 수익구조를 찾지 못했던 닷컴 기업들은 포르노가 현금을 불러오고, 그 현금으로 포털사이트들의 광고수익이 보장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국뿐만 아니다. 2001년 야후와 MSN에 접속한 8,100만 명 중 3,000만 명이 이들 사이트를 거쳐 성인 사이트에 접속했다. 같은 시기 독일과 이탈리아 전체 웹 트래픽의 약 40%가 포르노 사이트로 향했다. 웹 트래픽은 포털사이트들이 광고면을 팔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2009년에는 전체 검색어의 25%가 성인 콘텐츠였고, 전체 웹사이트의 3분의 1이 포르노 사이트였다.* 이 통계에 따르면 하루 조회수가 6,800만 건에 달하고, 1초에 2만 8,000명이 포르노를 본다.”
-알라딘 eBook <늘 그랬듯이 길을 찾아낼 것이다> (권김현영 지음) 중에서
이미 한국이 IT강국이 된게 포르노에 대한 욕망이었는 데, 뭘 더 바래. 저 책 읽을 때 전체 웹사이트의 1/3 포르노의 충격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처음에 비트코인썼던 애들 다 저런거 사고 N번방에 돈내고 그랬을 것 같다는 의심. 그러니까- 이 유용한 기술이 정말 세상을 더 좋게 만들어줄 지에 대해서는 도대체가 좋게 볼 수가 없는 것이다. 제발 나쁜놈들이 나쁘게 쓰는 것보다는 좋은 놈들이 좋게 쓰길 바란다. 진심으로. 정말로. 물론 현실의 함수에서는 선의와 이상보다 이해관계와 욕망이 더 쎄게 작용하겠지? 가만, 내가 선의와 이상이라고 했나. 암호화폐에 영끌하는 밀레니얼의 대부분은 어쩐지 생존의 문제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데.
그러니까 이 책을 탁 덮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모두가 그래야하나. 우리 모두가 이 바쁜 와중에, 매끼니도 걱정해야하고, 오늘 업무량도 달성해야하고, 유행하는 넷플릭스도 봐줘야하고, 가족 지인 경조사도 챙기면서, 청소기도 돌리고, 틈틈히 건강을 위한 스트레칭도 해줘야하는 이 와중에 좋은 기회와 가치있는 종목을 찾아서 투자를 해서 수익을 내야하나. 이젠 정말 적금을 꼬박꼬박 부어서 그걸로 사는 집 평수 조금씩 넓혀가며 소박한 한끼를 행복하게 먹는 그런 삶은 갔나 싶은 것이고. 난 그런 삶을 원하지만, 그런 삶 정도를 원해서는 내 몸 정도를 겨우 눕힐 방하나도 갖게 되지 못할까봐 그게 걱정이고. 그러니 자의반 타의반으로 ‘모두가 그래야하는 삶’에 휘적 휘적 어정쩡하게 발을 얹어 놓는다. 모두가 그렇게 되어야만 하는 삶을 만들고 있는 공모자들 중에 한 명.
부의 미래, 누가 주도할 것인가. 음. 어쨌든 나는 주도 못할 것 같다.
세상을 더 좋아지게 하려는 사람들의 대열에는 낄 수가 없다. 그리고 그들이 말하는 좋아짐이 진짜 좋아짐인지도 모르겠다.
다만 더 나빠질 것 같은 세상의 징후들이 감각되었을 때, 잠깐 멈춰 사색해 보는 것. 대세를 거스리지 않는 한도 안에서 너무 휩쓸리지도 않는 선택을 하는 것.
나는 노력하고 있다. 적어도 나 자신에 대해서만큼은. 더 나빠지는 인간이 되지 않으려고. 이런 내가 잘됐음 좋겠다. 그냥. 그렇다고.
덧붙임,
그럼 기술자나 유관종사자 아닌 사람이 이 기술을 알아서 돈을 어떻게 버나요? 물으신다면 제 대답은 블록체인 기반해서 중개해 줄 플랫폼에 투자하라(호크니 그림을 블록체인으로 팔아주는 플랫폼). 부동산 중개인 자격증시험 보지말고 부동산 블록체인 중개 플랫폼을 만들고 운영할 기업의 주식을 사라(외국엔 있다). 당신이 미술품에 대한 안목이 있다면 될성부른 작가의 작품을 사서 미리 투자해라. 같은 방식으로 영화나 내 최애 아이돌에도 함께 투자하고 수익을 나눌 수 있다 ㅎ 그런 식으로 건강한 가치에 소액으로 투자를 할 수 있는 세계가 열릴 거니까 이젠 모두가 투자자가 되어야하는 세상이.. (오지마!! 싫어!!)
부가 증대하는 정도와 더불어 세계가 보다 민주적이고 평등해지는 방향으로 나아가는가? 그렇지는 않다. 인류 역사에서 자산 불평등은 늘 있어왔지만, 디지털 전환이 일어나는 동안 글로벌 차원에서 자산 불평등은 확연히 심해졌고, 양극화는 커졌다. 그렇다면 디지털 경제의 미래는 어두운 것인가? *그 대답은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렸다.* … 고조기에 주목받은 블록체인 기술은 꾸준히 혁신을 거듭했다. 디지털 자산 혁명은 블록체인 기술의 혁신을 발판삼아 조용하지만 멈춤없이 일어나고 있다. 디지털 자산혁명은 자산과 서비스를 아날로그 세계의 물리적 제약으로부터 해방시킬 것이다. 끊임없는 혁신, 증대하는 풍요, 정의로운 분배가 선순환하는 부의 시대가 열릴 것이다. - P36
그런데 비트코인을 ‘돈‘이라고만 여기는 것은 너무 협소하게 이해하는 것이다. 비트코인은 블록체인에 기반하여, 다수의 컴퓨터로 지급 결제를 검증하는 분산 컴퓨팅 시스템이다. 그런데 기존의 분산 컴퓨팅은 중앙 관리자 역할을 하는 메인 컴퓨터의 운영 지휘하에 여러 컴퓨터의 연산·저장 능력만 빌려다 활용하는 데 비해, 비트코인 시스템은 중앙 관리자 없이 모든 참여자가 동등한 권한을 가지고 합의제로 운영되는 ‘탈중앙 컴퓨팅’ 이다. 비트코인은 독자적 화폐로 지급 결제를 실행하는 최초의 온라인 탈중앙 컴퓨팅인 것이다. - P56
비트코인이 선보인 탈중앙 지급 결제 컴퓨팅은 *탈중앙 스마트 계약 컴퓨팅*, 즉 탈중앙 거래 시스템으로 진화했다. 경제활동의 거의 모든 것이 온라인에서, 중개자 없이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경제활동의 거의 모든 것이 온라인에서, 중개자 없이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이 혁신적인 시스템의 이름은 이더리움이다. 이더리움은 탈중앙 거래 플랫폼의 이름이고, 이 플랫폼에서 지급 결제 수단으로 사용하는 암호화폐는 ‘이더ether’다. 이더리움은 2014년 갓 스무살의 천재 비탈릭 부테린에 의해 세상에 선보였다. - P60
*탈중앙 디지털 화폐/(비트코인)/* 시스템, 그리고 *탈중앙 거래 플랫폼/(이더리움)/*의 등장으로 디지털 시대의 부는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중앙 관리자의 통제하에 존재하는 디지털 경제의 초기 단계를 넘어서서, 디지털 자산혁명이 벌어지고 있다. 디지털 자산혁명은 디지털 경제를 중앙 관리자의 통제로부터 해방시켜 진정한 글로벌 경제로 발전시킬 것이다. 또한 자산과 서비스의 디지털화를 촉발해 디지털 경제를 이상적인 수준으로 진화 시킬 것이다. 무엇보다 디지털 자산혁명은 이전까지 부의 주체라고 할 수 있는 부동산 소유자, 금융기관, 대기업, 독점 플랫폼의 지위를 흔들고 *다수 대중을 새로운 부의 주체로 등장시킬 수 있다.* 소수의 손에 아날로그 자산이 집중된 사회로부터, 다수가 디지털 자산의 이익을 공유하는 사회로의 거대한 변화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 과연 그럴까요? - P63
디지털 경제 시대, 가치 있는 재산, 즉 자산은 무엇이든 디지털 토큰으로 변환되고 글로벌 차원에서 유통될 것이다. 암호화폐가 돈을 토큰으로 만든 것이라면, 부동산·슈퍼카 호화 크루즈선 기업도 그 가치를 토큰으로 만들 수 있다. 이를 디지털 토큰화tokenization 라고 한다. 토큰화의 대상은 예술 작품, 개인 정보, 지적재산권, 탄소배출권 등으로 계속 넓어질 수 있다. 한마디로 모든 사물, 정확히 말하면 그 사물의 권리인 소유권, 사용권, 수익권 등이 디지털 토큰으로 잘게 쪼개져 유통될 것이다. -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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