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손님 - 카툰 문학의 거장 에드워드 고리 걸작선 2 카툰 문학의 거장 에드워드 고리 걸작선 2
에드워드 고리 글.그림, 송경아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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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카툰 문학의 거장 에드워드 고리 걸작선 2 [수상한 손님:The Doubtful Guest ]

추운 겨울, 낯선 존재가 어떤 개연성도 없이 들어 온다?...들이 닥친다. 그 느닷없고, 당혹스런 사건은 곧, 받아 들여지는 그 무엇이 되고, 낯선 그것도, 곧, 낯설게, 존재하고, 나름의 자리를 잡아간다. 흐, 이쯤에서, 쓴 웃음 한자락 나오지 않고는 못 버티겠다. 고리의 그림에서 그 존재는 긴 목도리를 하고, 캔버스 신발을 신고, 시커먼 몸이지만, 어딘가 귀여운 구석이 있는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 무엇인지 알수 없는, 그야말로 수상한 존재에 투사되는 자신의 내면은 결코 귀엽지가 않다. 우리 내면에, 어느날 문득 들이 닥치는 그런 존재는, 혹은 어느날 문득 존재를 깨닫는, 그 존재는 참으로 귀찮고, 지겹고, 문득 문득 낯설다.

윽, 보고 싶지 않은, 환영할 수 없는 늘 낯설고, 지겨운 것. 그렇지만, 그것을 떼어낼 방법을 알지 못하고, 그 제멋대로이고, 불쑥 방해하고, 모든 것을 엉망으로 만들거나, 때론 기이하고, 알 수 없는 일들로 당황스럽게 만드는 그 존재는 어쩔 수 없이 내가 껴안고, 혹은 등에 달고 갈 짐짝같은 존재다. 어쩌지를 못하겠다. 방법은 하나다. 뭘하든 하게 두는 것. 그 낯설은 존재에 익숙해 지는 것.

첫 장에서 느껴지는 것은 뭉크의 암울한,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병실 그림이다. 20세기 중 후반을 산 미국인의 손에서 18,19세기 유럽풍의 냄새가 짙다. 더불어, 인간들의 어쩌지 못하는 불행과 외로움, 불안과 고독과 긴장감, 혹은 속수무책으로 끌려가는 무모함이 줄줄 흐르는 [수상한 손님]속 인간들. 낯설고 수상한 존재는 인간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인간에게 기생하는 존재같은 그 손님이 말이다. 이 어쩌지 못하는 지겨운 존재같으니라고.

그 수상한 존재는, 인간들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들, 먹는 것, 듣는 것, 읽는 것, 믿는 것, 보고 싶지 않은,가리거나, 숨긴 어둠, 인간들이 소중히 여기는 것, 필요로 하는 것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나름의 자기가 하고 싶은 것들만을 한다. 흐트리고, 방해하고, 들여다보고, 분해하고, 망치고. 하지만, 잠깐!! 이건, 인간의 시각, 그러니까, 어떤 관념의 시각으로 봤을 경우에 그러하다. 하지만, 그 수상한 존재의 시각으로 돌려버리면, 갑자기 뜨악~하는 기분이 느껴지고 만다. 이 인간들, 우리들의 부질없음이라니. 끝까지 녀석은 무모한 생을 유지하는 인간들에게서 등을 돌리고 앉았다. 윽, 이 낯설고, 사랑스러운 것.

이 작품은 고리가 학교를 졸업하고 Doubleday사에서 책표지를 그리던 초짜 시절에, 사무실에 남아 밤을 지우면서 완성한 초기작들 중 하나라고 그의 사이트에서는 말한다. 그의 그림책들 중에서는 비교적 온화한 편이고, 고리는 이 작품을 어린 독자들을 염두에 두고 그렸다고 한다. 흐. 글쎄다. 어린 독자를 염두하고 그렸다는 것. 믿을 수 없다. 이미, 나는, 고리를 내 식으로만 해독하고 있다. 다른 답은 생각할 여유가 없다.

실제 고리는 이 수상한 존재처럼, 긴 목도리와 긴 털코트와 신발을 즐겼다고 한다. 이 책속의 낯선 존재는 고리의 잔영이거나 원형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그렇다면, 이 책은 고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세상에 존재하는 거울이기도 하겠다. 윽, 이 지독하고도 사랑스러운 고리.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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