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바탕이 있는 친구라서 곱게만 자란 줄 알았더니 나름대로의 힘든과정이 있었다.
가끔 경제야 놀자코너에서 접하다 보니 이젠 익숙해져 간다.
어저께 중앙일보에 난 기사를 아이들에게도 모두 읽도록 했다.
녀석들도 느끼는 바가 있는 지 앞으로 이 친구를 많이 좋아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누구를 모델로 삼아 자기를 만들어 간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의 시행착오는
예방할 수 있으니 아이들에게는 더 없는 인생목표가 될 수도 있지 않을 까 한다.
아이들이 천안에 있을 때도 그랬지만 서울에서도 빠르게 적응하고 있어 다행이다.
아직 학원을 보낼지 여부를 판단하지 못했지만 옆지기가 이미 녀석들에게 맞는 학습방법을 알고 있는 터라 서로 의논해서 합리적인 결정이 내려지겠지만 오상진아나운서의 학습법 등은 타산지석이 될 게 틀림없다.
범석이는 학원체질이 아니다. 궁금한 점이 있으면 무엇이든지 질문하여 이해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보니 학원에서 여러명이 학습하는 방법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 옆지기의 결론이다.
질문을 하게 되면 학습진도와 다른 학생들에게 방해가 된다는 학원선생의 질타에 학원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린 상태란다. 이러다 보니 학원가는 것을 아주 싫어한다. 그래서 보내지 않는다. 혼자 학습할 수 있는 방법을 인터넷에서 찾았다. 그것에 흥미를 가지고 하는 것을 보니 대견스럽기도 하다. 그러면서 자기는 절대 학원은 가지 않겠단다. 헐~~~
해람이는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한다. 파고드는 성격이 가히 혀를 내두를 정도이다보니 학원이든 개인교습이든 문제될 것이 없는 데 단지 전공으로 선택한 피아노가 걸린다.
서울에서 개인레슨을 찾지 못해 아직도 수요일이면 옆지기와 같이 천안의 피아노학원을 찾는다.
언제까지 이렇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보니 끝까지 피아노를 고수해야 할 지 아니면 포기하고 공부에 매진시켜야 할 지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 공부도 잘하는 만큼 옆지기의 걱정에 나 또한 덩달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굳은 결심은 가장 유용한 지식이다’라고 언급한 나폴레옹의 말처럼 어떤 결심, 꿈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어린아이들에게는 부모의 몫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에 대한 굳은 결심은 아이들의 몫일 것이다.
아이들의 재능을 발견하고 인도해 줄 수 있는 부모가 되기가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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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얼마 전 방송된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경제야 놀자’ 코너에서 오상진(사진) 아나운서의 고등학교 시절 성적표가 공개돼 화제를 모았다. 학창시절 타의 추종을 불허한 모범생이었던 상진은 3년 내내 반장에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은 것은 물론, 148이라는 놀라운 숫자의 지능지수(IQ)로 방송가에서 ‘럭셔리 브레인’이라는 별명까지 얻기도 했다.
“ 주변에서 그때 어떻게 공부했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딱히 비법으로 내세울 만한 것이 없더라고요. 교과서 위주로 공부하고, 잠 푹 잤던 기억밖에는…”
어디선가 많이 들어 본 얘기다. 분명, 고액의 족집게 과외에 보도 듣도 못한 명품 참고서는 물론, 일류학원에서 두서너 과목은 꼬박꼬박 수강했을 터다.
“정말 혼자서 공부했다니까요. 그 당시 제가 살던 곳에서는 학원도 딱히 없고, 과외는 생전 한번도 안 받아봤어요.”
겉으로 보기엔 강남 8학군에서 과잉보호를 받으며 곱디곱게 자랐을 것 같은 그의 세련되고 반듯한 외모와는 달리 울산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상진은 어릴 적 도랑치고 가재 잡으며 들판을 신나게 뛰어다닌 볼 빨간 시골소년이었다고.
“그때 저희 집 살림이 넉넉하지 못했어요. 빠듯한 생활에 걱정 많으신 부모님 모습을 보고 제가 또래의 다른 친구들보다 철이 좀 일찍 들었다고나 할까요. 그 당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오로지 공부밖에 없더라고요. 그 중에서도 노트필기와 정리를 참 잘했는데, 그것이 곧 공부를 도와준 집중력이 아니었나 싶네요.”
‘공부의 제왕’ 상진의 또 다른 공부 습관은 머리 질끈 동여매고 밤 꼴딱 새워 코피 흘려가며 하는 스타일이 아닌 이른 아침 맑은 정신으로 책 속의 지식을 몽땅 머릿속에 쏙쏙 넣는 것이다. 평상시는 물론, 시험기간에도 밤 12시면 잠자리에 들고 오전 6시엔 반드시 기상하는 아침형 학생이었다고 한다.
“아침에 엄마가 절 깨우느라 고생하신 적은 없던 것 같아요. 혼자서도 알람 시계 없이 벌떡벌떡 잘 일어나거든요. 요즘도 아침 6시면 아무 스케줄 없어도 꼭 일어나는데, 그때 익힌 습관 덕분에 서울에서 혼자 자취하며 회사에 지각할 일은 절대 없네요.”
‘굳은 결심은 가장 유용한 지식이다’라고 한 나폴레옹의 말처럼 상진의 반짝반짝 빛나는 지식은 다이아몬드보다 더 단단한 그의 결심에서, 마음에서 나온 것이다. 공부 잘하고 싶은 세상의 모든 수험생들에게 전하는, 뻔 하지만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공신’(功神)의 비법이 아닐까. 내신에, 수능에, 논술까지 ‘죽음의 트라이앵글’에 빠진 2008년 대입 수험생에게 작은 힌트가 될지 모르겠다.
이현주 방송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