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긋기)펭귄의 실종 - 우크라이나 주인공의 좌충우돌 펭귄 구출기
펭귄의 실종
안드레이 쿠르코프 지음, 양민종 옮김 / 솔출판사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펭귄의 우울의 느닷없던 결말 이후의 이야기를 전해준다.  우리의 주인공은 여전히 우울하고 외롭지만, 이야기는 가벼운 잔펀치를 날리며 잽사게 소연방이 해체된 후 어수선한 우크라이나, 모스크바, 체첸의 풍경을 그려나간다.

책 제목 처럼 실종된 펭귄을 주인공은 찾아나선다. 펭귄을 찾겠다고 정치판 보좌관 역할도 하고, 체첸 분쟁지역으로 넘어가기도 한다. 죽음의 고비를 넘긴 사람이나, '사람'이 사람이 아닌 짓을 하는 것을 보고 나면 누구나 일상생활로 쉽게 돌아올 수 없다. 우리의 주인공도 예전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없다. 한달만에 돌아온 집은 어색하기만 하고, 목숨을 위협했던 과거의 일들은 되살아나 서서히 현재의 삶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살기 위해서 과거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그는 떠다닐 수 밖에 없다. 

소설 속에 나오는 남자들은 약속을 지킨다. 체첸인은 체첸 사람답게 약속을 지키고, 러시아인 건달도, 심지어 속이는 것이 직업인 정치가, 주인공을 죽이려했던 전범까지 이 슬라브 남자들은 처음 본 사내와의 약속을 지킨다.  

사람 목숨쯤 우습게 뺏드는 치들이 자기 아랫 사람을 끝까지 지켜주려하고, 약속을 지키려 하다니 조폭영화 속 모습 그대로다. 관료사회도 정치사회도 조폭의 그것과 똑 닮았다. 그럼 우리는 빅브라더, 지붕이 두개인 달팽이를 찾아서 숭배해야 하는가, 아니면 단단한 껍질을 가진 달팽이가 되려고 노력해야 하는가? 지붕 두개는 고사하고 맨몽뚱아리로 돌아다녀야 하는 민달팽이 신세인 대다수야 헛꿈꾸다 크게 다치느니 무리들이 가는 방향으로 티나지 않게 조심조심 움직이며 사는 수 밖에 없다.  

그나저나 사람들에 의해 이리저리 끌려다니던 펭귄은 고향은 아니지만 비슷하게 생긴 펭귄들 사이에 던져져서 행복해졌을까? 거기서 사는게 행복하리라는 건 사람의 생각이지 펭귄의 생각은 아니다. 주인공도 펭귄도 러시아 동화속 둥굴고 예쁜 빵처럼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무작정 굴러갈 뿐이다.

그래도 삶에서 한번 오기 힘든 과거를 딱하고 끊어내는 것에 주인공은 성공한다. 물론 이런저런 부정과 연결된 더러운 돈을 바탕으로, 보통사람이 자기 뜻대로 하는 몇 안되는 선택이라는 결혼 조차 이 사내는 '살기'위해서 한다.(물론 살기 위해 돈에 팔려 결혼을 하는 경우야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1음절인 살아남기에 성공했으니, 혹시 그에게도 그저 '이날'이 아닌 미래가 생길지 모르겠다는게 이 자꾸만 일이 꼬여가는 소박한 사내의 이야기에 유일한 위안이다...

<읽어두어 좋았던 책들> 

아래 책들에서 체첸 분쟁이나 러시아 동화 둥글고 예쁜 빵 이야기를 짧게남아 알아두어서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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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12-07 1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쓰기가 쉽지 않다. 재미있게 읽었는데 그저 주인공의 외로움과 우울만이 마음에 남았다.

네꼬 2009-12-07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이 있었네요. 당분간은 책을 살 수 없는 처지지만, 관심 생겼어요. 보관함에 쏙. 어휴, 휘모리님은 참 미인이 똑똑하기까지.

무해한모리군 2009-12-08 04:29   좋아요 0 | URL
펭귄의 우울이 전작이라 먼저 읽으셔야 해요.
그 책이 더 얇고 신선하기도 합니다..

오독과 간지럼증과 싸우고 있는데 똑똑한 미인은 무신 ㅠ.ㅠ

다락방 2009-12-07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휘모리님은 책 진짜 많이 읽는구나! 아 정말 부러운 미인이야 ㅠㅠ

무해한모리군 2009-12-08 04:30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이 훨~~~씬 많이 읽는 거 같은데요?
이 새벽 건조증으로 인한 간지러움으로 몸을 긁으며 댓글을 달고 있어요.
부럽긴요 ㅠ.ㅠ
 
세상을 바꾼 예술 작품들
이유리.임승수 지음 / 시대의창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돈과 상관 없이 세상을 삐딱하게 보게 한 예술 작품들 이야기. 글보단 쉬운 예술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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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12-07 0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종횡무진 다양한 장르를 다룬 것은 좋았고, 알고 있던 이야기가 많아서 다소 아쉬웠다.

비로그인 2009-12-07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기준으로 예술작품을 구분했는지 궁금해집니다.^^.. 휘님의 기준도 알고 싶은데 그걸 볼 수 없어 아쉽군요 ㅋ

무해한모리군 2009-12-07 09:13   좋아요 0 | URL
일단 민요, 만화, 대중음악, 벽화, 캠페인에 사용된 작품, 낙서 처럼 대중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장르, 대중의 저항정서와 호흡하고 있는 작품들로 선정하려고 한 점이 돋보입니다.

음.. 저라면 좀더 현대 작품을 위주로 해서 자본주의 세상에 상품화를 저항한 작품들로만 묶어보았어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책이 하나의 흐름이 있기보다는 조각조각 났다는 느낌이 더 강하더라구요.. 그건 아쉬웠습니다.
 
펭귄의 실종
안드레이 쿠르코프 지음, 양민종 옮김 / 솔출판사 / 2008년 12월
절판


"어떤 일이든지 마지막까지 진미를 맛보기는 어려운 법일세."
(중략)
"섹스를 할 때나 샤워를 할 때도 마찬가지야. 당구도 그렇고. 사우나에서도 그래... 사우나를 마친 뒤에 사내들이 호기 삼아 하는 바보짓들 말인데... 정말 광대놀음 같아...."-133쪽

세바가 원하는 모든 것은 하나의 단어로 수렴되었다. '살기', '마시기', 그리고 '먹기'. 빅토르는 다시 생각에 잠겼다. 삶에서 부차적으로 중요한 말들은 더 긴 단어들, 2음절이다. '사랑', '따스함', '돈', '행복'. 그보다 더 부차적인 말들은 더 많은 음절을 가진 단어들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빅토르는 미소를 지었다. '휴머니즘', '민주주의', '인간에 대한 사랑'-392쪽

날짜와 요일에 대한 질문을 받아본 지 벌써 오래되었다. 완충지대에 들어온 다음부터 그는 '어제'에서 '내일'로 넘어가는 중간 과정으로 '이날'을 살았다. 매일이 '이날'이었다. 빅토르에게는 '오늘'이 존재하지 않았다. '어제'에서 막 바로 '내일'로 넘어갔다. 어제 펭귄 미샤를 만나면서 처음으로 빅토르는 자유가 주어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
자유가 '내일' 올 것이다. 이곳에서의 '이날'은 구체적인 날짜와 요일을 상실하였지만, 한 주일을 쉬는 나로가 일하는 날로 구분하고, 선과 악이 존재하고, 모든 사람들이 정상적인 삶의 법칙을 기억하는 곳, 그리고 사람들이 그 법칙에 따라 생활하는 곳이 이제 먹지 않았다. 그곳에서는 '이날'이 비로소 '오늘'이 되면서 날짜와 요일을 갖게 될 것이다.-435쪽

모든 나라는 하나의 살아있는 거대한 유기체다. 이 유기체는 수천 개의 기관들과 수백만 개의 인간 세포들로 구성되어 있다. 유기체의 덩치가 크면 클수록 건강에 더 심한 문제가 발생한다. 끊임없이 병든 부분을 치유하고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아야 한다. 문제가 있는 부분을 수술할 경우 전신마취가 필요 없을 거라고 기대하면서 국부마취를 한다. 전신마취를 두려워하며 병을 통제하지 못하는 사이에 국부마취를 해야하는 부분이 점점 넓어지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445쪽

사람이 누워서 술을 마시기 시작하는 단계가 되면 이제 다시는 일어날 수 없게 된다. 다리가 없는 것은 아무 상관이 없다.-4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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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우리네야 잡아먹히고 말 운명인가
    from 세상에 분투없이 열리는 길은 없다 2009-12-07 18:46 
    펭귄의 우울의 느닷없던 결말 이후의 이야기를 전해준다. 소연방이 해체된 후 어수선한 우크라이나, 모스크바, 체첸의 풍경이 작품속에 휙휙 스쳐지나간다.   책 제목 처럼 실종된 펭귄을 주인공은 찾아나선다. 펭귄을 찾겠다고 정치판 보좌관 역할도 하고, 체첸 분쟁지역으로 넘어가기도 한다. 목숨이 위협이나 '사람'이 사람이 아닌 짓을 하는 것을 보고 나면 누구나 일상생활로 쉽게 돌아올 수 없다. 우리의 주인공도 예전의 자신
 
 
무해한모리군 2009-12-07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고 둥근 빵과 체첸 이야기를 덧붙여 후기를 써봐아겠다.
 
깐깐한 독서본능 - 책 읽기 고수 '파란여우'의 종횡무진 독서기
윤미화 지음 / 21세기북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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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파란여우는 영세 축산업자다. 서른마리 염소와 함께 산다. 생활인인 그녀가 5년간 천권의 독서와 리뷰를 책으로 묶어냈다. 

농촌의 삶이란 알만한 사람은 알겠지만 만만찮은 노동의 삶이다. 마흔이 되기 전까지 제대로된 독서를 해본 적이 없다는 저자는 어쩌다 책과 이리 지독한 사랑에 빠져들게 되었을까?  

책읽기와 글쓰기를 다룬 무수한 책들 사이에 이 책의 장점을 뽑으라면 삶의 현장 한가운데 있는 책읽기요, 누구나 쉽게 저자를 따라 첨벙 읽기 시작해도 좋을 책읽기기 때문이다. 

글의 시작은 책읽기의 즐거움을 말한 허균의 한정록이다. 한정록의 산골, 고요한 밤 차향기와 난로 온기에 기대 앉아 시집을 펼쳐드는 풍경 속에 저자의 모습이 보인다. 리뷰 사이사이에 놓인 그녀의 에세이들은 그녀가 사랑하는 책, 작가, 서평쓰기, 헌책방 이야기까지 책읽기의 온갖 즐거움과 애정을 펼쳐놓는다. '오늘부터 책 한번 읽어 볼까'하는 독자라면 그녀의 추천 목록을 그대로 가져가 읽어도 좋다. 이 깐깐한 저자의 눈에 든 책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재미와 공감을 주기에 충분해 보인다.  

실존을 말하지 않는 책은 사이비고, 상상력으로 위로해주지 않는 책은 관 속에 넣어야 하고, 최후의 질문조차 남기지 않는 책은 불쏘시개로 끝나야 한다. 밥 먹고 똥 싸고 욕하고 웃고 우는 조촐하고 소박한 꿈을 가진 사람들이 책이 열어준 새 세상에서 좀 더 많이 더 많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76쪽)

그녀의 리뷰들은 이렇듯 철저히 실존에 기반을 두고 쓰여졌다. 그녀는 박근혜의 자서전 책 한구석에 실린 '기름때전 작업복 차림으로 앉아있는 무표정한 남자 기계공과 대조적으로 샤넬 칼라 달린 흰 투피스를 차려입은 박근혜의 진지한 얼굴'의 사진 한장으로 책에 '유감'이라고 간략히 말한 유신정권의 실체를 보여준다. 부두 노동자 작가인 에릭 호퍼의 다소 밍밍한 자서전에선 읽고 쓰고 사유하며 일생을 산 구도자의 가이드를 본다.

책과의 사귐이 낯설고 어렵기만한 독자들은 저자가 말하는 삶에서의 의미있는 시간, 물질이 아닌 행복한 사유의 시간으로의 독서를 따라오시라. 책은 그녀에게 그랬듯 당신에게도 곁을 내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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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09-12-01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여우님 서재를 기웃거리며 참 멋지단 생각을 했었죠. 휘모리님의 리뷰대로 실존에 기반을 두고 쓰여진 글들이었기 때문에 더 매력적이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걸 휘모리님이 제대로 짚어주시는군요.^^

무해한모리군 2009-12-01 07:59   좋아요 0 | URL
아주 묵직하고 정성스럽게 매만진 책이었습니다.
파란여우님 문체의 호흡이 길어 오히려 웹보다 책에 더 잘어울린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비로그인 2009-12-01 0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회오리님은 벌써 읽으셨군요.

무해한모리군 2009-12-01 07:58   좋아요 0 | URL
회오리가 더 멋진거 같아요.
휘모라치는 정도로는 안되는 세상인듯 ㅎㅎ

뷰리풀말미잘 2009-12-01 0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플리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회오리님은 대체 뭡니까. ^^ 농담인가요 진담인가요. 댓글보고 한참 웃기는 첨이네요. 아, 님의 착각 혹은 농담에 대한 악의는 전혀 없었습니다.

마늘빵 2009-12-01 02:33   좋아요 0 | URL
ㅋㅋ 한겨레 기사에 휘모리님이 회오리로 찍혔다눈. 인터넷 기사는 수정됐어요. ㅋㅋ

무해한모리군 2009-12-01 08:00   좋아요 0 | URL
으흐흐
전 파란여우님 출판기념회준 알고 갔는데, 사진을 찍는 그 순간도 출판기념 사진인줄 알았는데 ㅠ.ㅠ

비로그인 2009-12-01 23:39   좋아요 0 | URL
장난이었어요 ㅅㅅ

2009-12-01 03: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01 08: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01 04: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01 08: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자하(紫霞) 2009-12-01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아침에 쭈그려앉아서 한겨레보다가 깜놀랬습니다.
말로만 듣던 사람들이 사진으로 나와있어서요~ㅎㅎ

무해한모리군 2009-12-01 08:48   좋아요 0 | URL
진정으로 저는 몰랐던 일입니다 --;;
근데 쭈그려서 보시는군요 ㅎㅎㅎ

fiore 2009-12-01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겨레 나오셨어요? 오늘 나가면 사봐야겠다~ ㅎㅎ

무해한모리군 2009-12-01 11:11   좋아요 0 | URL
온라인으로 보시면 됩니다 ㅎ

비로그인 2009-12-01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이런 내용이 담겨있군요!!!

사라지기 전에 휘님이 남기신 댓글에 제가 다시 댓글로 남긴 말을 적어봅니다.
"대문짝하게 난, 휘님 사진 잘 보았습니다. ^^"


무해한모리군 2009-12-01 11:10   좋아요 0 | URL
정작 저는 보지 못했습니다 ^^;;
제 회사가 h신문을 구독하지 않는게 이렇게 마음이 놓인적이 없습니다 ㅎ

후애(厚愛) 2009-12-01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궁금해서 인터넷 들어가서 봤어요. ㅎㅎ
사진으로 또 보니 반갑네요.^^
아주 날씬하세요~

무해한모리군 2009-12-01 11:11   좋아요 0 | URL
옆에 아프님이랑 허벅지 굵기가 같은데용? ㅎㅎㅎ

순오기 2009-12-01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 휘오리(^^)님께 땡스투하고 주문했어요.

무해한모리군 2009-12-01 19:07   좋아요 0 | URL
감사해욧!!
이 따스한 오가는정 ^^

머큐리 2009-12-01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디너로서 필독서인거죠?? ㅎㅎ

2009-12-01 14: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펭귄의 우울
안드레이 쿠르코프 지음, 이나미.이영준 옮김 / 솔출판사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인생에서 내가 선택한게 뭘까? 

 이 소설 속 남자의 나날에 그가 선택한 것은? 펭귄을 입양한 것 정도? 아니 그마져도 소비에트 붕괴에 따른 급속한 자본주의의 도입으로 동물원하나 유지할 수 없어진 정치사, 세계사의 흐름에 따른 것이다. 소소한 인생인데 그 소소한 인생이 결정되는 요소는 참 거창하다.

 고향에서 멀리 떨어져 살아가는 병든 펭귄과 문학을 가슴에만 품고 신문의 남의 조문을 쓰며 살아가는 남자의 느릿느릿한 일상이 마음에 와 닿는다. 뭐 나도 펭귄처럼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어렸을 땐 생각도 못했던 삶을 홀로 살아가고 있으니까.

 그의 평온한 일상에 미묘한 균열이 생기고 이리저리 얼켜만 간다. 시골 작은 별장에 아내와 아이, 애완동물로 이루어진 소박한 삶의 꿈은 어찌될까? 하긴 죽음의 순간 내 옆을 지켜줄 벗하나만 건져도 꽤나 훌륭히 살아낸 것인지도 모르겠다.  

 삶의 끝은 누구에게나 예외없이 죽음일텐데, 글을 읽으며 내 삶의 조문을 쓴다면 얼마나 많은 어리석은 행동과 잘못이 언급되어야 할까하는 생각이 든다. 성과는 두줄이면 족하리라. '10세이전엔 때로 부모님을 기쁘게 한 적이 있다'

 부담스럽지 않은 분량에 완급조절이 훌륭한 추리소설이다. 다소 썰렁하지만 왠지 모를 웃음이 슬며시 번져나가는, 그 속에 담긴 것은 우울할지라도 풀어내는 방식은 전혀 지루하지 않은 소설이다. 갑작스럽고 신선한 결말도 기대해도 좋다.

 나도 미리 새해 인사를 해본다. 

'더 나쁜 일이 없도록 한잔 하자구. 벌써 좋아지고 있지 않나?' 

모두에게 꼭 그렇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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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2009-11-09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닥은 아니더라도 더 좋아지겠죠?? 휘모리님의 그 사근사근한 목소리가 그립다..ㅋㅋ

무해한모리군 2009-11-09 09:23   좋아요 0 | URL
바쁘신 일 일단락 되시면 저를 불러주세요.

카스피 2009-11-09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추리 소설인가요? 제목만 가지고는 감이 잘....^^;;;;

무해한모리군 2009-11-10 08:20   좋아요 0 | URL
추리 소설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듯 하고, 추리가 주는 아니지만 추리 형식을 가지고는 있습니다. 작가가 이 작품전에는 추리소설을 썼다고 해요.

추리적 설정은 한남자가 신문에서 아직 살아있는 사람들의 조문을 미리 쓰는 일을 맡게 되요. 그런데 그 조문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이 정재계에 영향력이 있는 부정부폐한 사람들입니다. 그 조문의 대상들과 주인공의 주변에 살인이 일어나면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Forgettable. 2009-11-10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펭귄의 우울 ㅠㅠ 이거 읽으며 댓글남겨야지 했던게 벌써 며칠전이라니;;;;;;;;;;
저 요즘 진짜 정신없나봐요 ㅋㅋㅋㅋㅋㅋ

이거 읽으면서 어찌 음주의 유혹을 참으셨는지 궁금하네요^^
담요덮고 추운데 나가 앉아서 보드카 마시며 몸을 뎁히고 싶지 않습니까ㅋㅋ
벌써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하면서+_+

무해한모리군 2009-11-11 08:07   좋아요 0 | URL
그럼그럼 뽀님은 댓글을 달았어야죠!!
뽀에게 땡투를 남겼는데 ㅋㄷㅋㄷ

일단 보드카는 안좋아합니다 ㅎㅎㅎ
샤슬릭만은 먹고 싶더군요.
읽고 있는 두권을 끝내면 펭귄의 실종도 읽어보려구요.
(같이 사서 집에서 대기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