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의 실종
안드레이 쿠르코프 지음, 양민종 옮김 / 솔출판사 / 2008년 12월
절판


"어떤 일이든지 마지막까지 진미를 맛보기는 어려운 법일세."
(중략)
"섹스를 할 때나 샤워를 할 때도 마찬가지야. 당구도 그렇고. 사우나에서도 그래... 사우나를 마친 뒤에 사내들이 호기 삼아 하는 바보짓들 말인데... 정말 광대놀음 같아...."-133쪽

세바가 원하는 모든 것은 하나의 단어로 수렴되었다. '살기', '마시기', 그리고 '먹기'. 빅토르는 다시 생각에 잠겼다. 삶에서 부차적으로 중요한 말들은 더 긴 단어들, 2음절이다. '사랑', '따스함', '돈', '행복'. 그보다 더 부차적인 말들은 더 많은 음절을 가진 단어들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빅토르는 미소를 지었다. '휴머니즘', '민주주의', '인간에 대한 사랑'-392쪽

날짜와 요일에 대한 질문을 받아본 지 벌써 오래되었다. 완충지대에 들어온 다음부터 그는 '어제'에서 '내일'로 넘어가는 중간 과정으로 '이날'을 살았다. 매일이 '이날'이었다. 빅토르에게는 '오늘'이 존재하지 않았다. '어제'에서 막 바로 '내일'로 넘어갔다. 어제 펭귄 미샤를 만나면서 처음으로 빅토르는 자유가 주어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
자유가 '내일' 올 것이다. 이곳에서의 '이날'은 구체적인 날짜와 요일을 상실하였지만, 한 주일을 쉬는 나로가 일하는 날로 구분하고, 선과 악이 존재하고, 모든 사람들이 정상적인 삶의 법칙을 기억하는 곳, 그리고 사람들이 그 법칙에 따라 생활하는 곳이 이제 먹지 않았다. 그곳에서는 '이날'이 비로소 '오늘'이 되면서 날짜와 요일을 갖게 될 것이다.-435쪽

모든 나라는 하나의 살아있는 거대한 유기체다. 이 유기체는 수천 개의 기관들과 수백만 개의 인간 세포들로 구성되어 있다. 유기체의 덩치가 크면 클수록 건강에 더 심한 문제가 발생한다. 끊임없이 병든 부분을 치유하고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아야 한다. 문제가 있는 부분을 수술할 경우 전신마취가 필요 없을 거라고 기대하면서 국부마취를 한다. 전신마취를 두려워하며 병을 통제하지 못하는 사이에 국부마취를 해야하는 부분이 점점 넓어지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445쪽

사람이 누워서 술을 마시기 시작하는 단계가 되면 이제 다시는 일어날 수 없게 된다. 다리가 없는 것은 아무 상관이 없다.-4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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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우리네야 잡아먹히고 말 운명인가
    from 세상에 분투없이 열리는 길은 없다 2009-12-07 18:46 
    펭귄의 우울의 느닷없던 결말 이후의 이야기를 전해준다. 소연방이 해체된 후 어수선한 우크라이나, 모스크바, 체첸의 풍경이 작품속에 휙휙 스쳐지나간다.   책 제목 처럼 실종된 펭귄을 주인공은 찾아나선다. 펭귄을 찾겠다고 정치판 보좌관 역할도 하고, 체첸 분쟁지역으로 넘어가기도 한다. 목숨이 위협이나 '사람'이 사람이 아닌 짓을 하는 것을 보고 나면 누구나 일상생활로 쉽게 돌아올 수 없다. 우리의 주인공도 예전의 자신
 
 
무해한모리군 2009-12-07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고 둥근 빵과 체첸 이야기를 덧붙여 후기를 써봐아겠다.